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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커의 겨울나기”

김유훈 ch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2-02-14 12:44

김유훈 / (사)한국문협 밴지부
2022년, 신정과 구정을 보내고 나니 해가 바뀐 것을 확실히 실감하게 된다. 그리고
이제 곧 다가올 새봄을 기다리는 내 마음은 설레고 있다. 왜냐하면 금년 3월은 고국,
대한민국에서 새 대통령이 선출되어 나라를 새롭게 변화시킴으로 해외교민들은
물론 국민들에게 기쁨과 희망을 주기를 바라는 해이며 그동안 전 세계를 휩쓴
전염병이 반드시 없어지기를 기대하는 해이기도 하다.
지난 해에는 오랫동안(40여년) 잘 알고 지냈던 선배 조영택 목사님이 세상을 떠
나셨다. 그분은 나의 신학생, 전도사, 그리고 부목사와 담임목사 시절을 잘 알고
계신 내 삶의 증인 같은 분이셨다. 그 뿐만 아니라 내가 밴쿠버에서 목사님을 다
시 만났을 때 “목사님께서 한국과 캐나다를 오가시며 나에게 캐나다 바람을 넣어
주셔서 이렇게 목사님을 따라왔습니다.”하니 조목사님께서는 “그렇게 오가느라 고
생만 했어”하셔서 함께 웃던 생각이 났다. 그리고 내가 목회를 조기에 은퇴하고
트럭운전을 했을 때 “용퇴는 아무나 하나? 김 목사이니 할 수 있지”하셔서
내가 ”네?”라고 하니 목사님께서는 “용기 있게 은퇴했다는 뜻이야”하시며 격려를
해 주셨던 분이시다. 나와 조목사님은 그 많은 세월 속에 함께 쌓인 인연과 사
연들이 모두 옛이야기가 되어버린 세월이 아쉽기만 하다.
나는 지금 캐나다와 워싱턴 근교를 오가는 현역 트럭커로서 마음은 청년인데 칠순이
지나도록 일하는 이민자이다. 그리고 마치 철새가 먹잇감을 찾아 떠나듯이 지난 20년
동안 트럭을 몰고 미국과 캐나다 곳곳을 다녔다. 지금도 북미주 지도를 펴서 보면, 그
많은 곳곳에 추억이 묻어나고 있으며 그곳에서 수많은 만남을 통해 이루어진
사연들이 여러 편의 글로써 발표되었다. 생각해 보면 나에게 “트럭운전” 이란 수필을
쓸 수 있게 만들어 준 고마운 직업이라 할 수 있다. 동시에 그 넓은 땅을 운전하며 눈과
마음이 호강할 수 있었던 여행 이였다. 그러나 가슴 설레는 여행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무거운 짐을 목적지에 무사히 내려주어야 하는 사명을 갖고 있기에 한 시도 긴장을 풀
수 없는 일이다. 다행히 운전 중 잠시 여유가 생길 때면 음악을 듣거나 옛 생각을
하기도 하였으며,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들이 새로운 경험이 되어 내 속에 숨어
있었던 문학의 잠재력을 깨워내어 수필로 거듭나게 되었다.
트럭커에게는 1년 4계절 중 봄, 여름, 그리고 가을에 하는 운전은 그야말로 여행처럼
아름다운 경치를 보며 즐길 수 있지만 겨울에 들어서는 순간 온 몸이 나도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아 혈압이 오르며 일기예보에 민감하여 하늘을 보게 된다. 특히 눈과
얼음 빙판의 고속도로 위를 달리다 보면 원치 않는 사고를 당하기도 한다. 나는 10년
전 알버타주 메디슨햇 근처에서 빙판 길을 달리다 미끄러져 트럭과 트레일러가
나뒹굴어지는 일을 당하였다.

나와 같은 트럭커에게는 마치 군인의 명령처럼 일이 주어지면 트럭에 올라 길을
떠나야 한다. 갈 곳이 텍사스, 노스 캐롤라이나, 그리고 메인 주까지 어디든 달려야만
했다. 다행히 그 수 많았던 운행 길에서 한 번의 사고 외에는 무사히 임무를 완수한
경력자로서 인정을 받아 지금도 현역으로 일하고 있다. 그리고 겨울에만 볼 수 있는
환상적인 설경은 내 가슴속에 모두 간직되어 있어 트럭커에게 주어진 하늘의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무리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하지만 “트럭커에게 겨울나기”란 마치
죽음을 각오하고 달리는 과정을 경험해야 하는 통과의례라 할 수 있다. 적어도 2년을
겪어야 만이 진정한 트럭커로서 인정을 받을 수 있다. 하물며 나는 어쩌다 이렇게
겨울나기를 20년…
해마다 돌아오는 겨울은 나의 옛 경험이 되 살아나는 계절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리노로 넘어 가는 길, 유타 주의 산길, 오레곤 주의 빙판 길, 로키 근교의 로져스
패스에서의 아찔했던 순간, 그리고 타이어를 움직이는 축 하나가 부러진 채로
온타리오 주에서부터 밴쿠버로 오는 동안 가슴 조이며 눈길을 운전했던 일 등등 …
겨울운전은 미국과 캐나다 그 어느 곳 하나 쉬운 곳이 없었다.
이민은 꿈이 아니라 냉혹한 현실이다. 이렇게 외국의 땅에서 가족을 위해 할 수
있다면 과거의 화려한 경력은 모두 내려놓고 추운 겨울에 등에는 식은 땀을 흘리며
운전을 해야 했던 일들은 이제 사진속의 장면들이 되어 한 장, 한 장 내 마음속에서
파노라마 영상처럼 지나가고 있다.

그리고 지금 이 시간에도 위험을 무릅쓰고 빙판길, 눈길위를 달리고 있는 수백만명의
트럭커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하고 있다. 그분들 덕에 미국과 캐나다 국민들이
평안히 생활할 수 있도록 각종 자재는 물론 생필품을 공급받고 있다.
얼마전 캐나다 동부에 눈이 많이 내린 그 고속도로 위를 달리는 트럭들을 향해
사람들이 거리에 나와 격려하는 뜻으로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있는 광경을 뉴스로
보니, 마치 나에게 보내는 박수로 느껴져 내 가슴이 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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