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종하 / (사)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회원
마스크를 살짝 내려
차가운 공기를 마셔본다
시원한 청량감도 잠시
멀리서 다가오는 그가 눈치챌까
재빨리 입을 가린다
혹시나 닿지 않을까
한발짝 옆으로 떨어져보지만
이미 익숙한 그의 냄새는
마스크 넘어 내 코끝을 도발해버린다
지난날 지독히 날 괴롭혀온 그 냄새에
이미 면역이 된 나는 태연해 보이려 하지만
가슴 한켠에 뿌리내려 뽑을 수 없는 후유증으로 생긴
미련이라는 불치병을 선고받아 살아가고 있다
누가 볼세라
후다닥 다시 마스크를 내려
달달한 공기를 한모금 더 마셔보려하지만
결국 그 냄새가 양념이 되어 버무려진채
오늘 하루도 똑같이
아무렇지 않게 그렇게 살아간다
행여 그가 눈치챌까 조마조마 하지만
거리두기에 또 실패한 나는
오늘 하루도 똑같이
아무렇지 않게 그렇게 살아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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