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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으로 돌아오던 날

조일엽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4-08-08 15:34

한국문인협회 캐나다 밴쿠버 지부 회원작/수필
태양을 쫓았다. 한국을 향해 지금 막 밴쿠버에서 출발했다. 정이 들었던 시간만큼 아쉬움을 남기고 살짝 섭섭함과 서글픔까지 지닌 채로 나는 정들었던 밴쿠버를 떠난다. 일만 미터의 상공에서 시속 팔백 킬로미터가 넘는 속도로 태양을 따라 서쪽으로 열심히 따라 가고 있다.

 이제 돌아간다, 내 조국 한국, 내 고향으로. 밴쿠버에서 살아온 8년의 생활 중에 남편과 떨어져 지낸 시간이 7 년이다.  길다하면 길고 짧다하면 짧은 시간이겠지만 내 결혼 생활의 20 년 동안 떨어져 지낸 시간이 7년. 그렇다면 나는 결혼기념일의 횟수를 이 7 년을 뺀 나머지 기간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흔한 한국의, 일명 기러기 가족생활에서 평하기를 누구는 혼자 남은 남편이 힘들었을 거라 하고 누군가는 혼자서 두 아들을 키워온 내 생활이 더 힘들었을 거라고도 한다. 누군들 힘들지 않은 시간들 이었을까마는 내 7년의 시간은 죽을 만큼 힘이 들었다는 느낌이다. 두 아들의 사춘기 기간을 혼자서 감당하기 어려웠던 그 시간들은 정말 힘겨움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시간들조차 아름다움으로 간직하고 싶다.

'오래된 기억은 묵은술과 같아서 배고프고 슬프고 화나고 울던 일들에서조차 향기가 난다' 던 박범신 작가의 말씀을 가슴에 지닌 채 이렇게 나는 비행기에서 옛 일들을 떠올려보고 밴쿠버를 추억해 본다. 언젠가는 이 시간들에서 향기가 날 것을 믿는다.

 내가 밴쿠버에서 한국을 다니러 갈 때는 오직 한국에 있는 사람들 생각과 한국에서 할 일들만이 마음속에 가득 찬 상태로 갔었건만 오늘 밴쿠버를 떠나는 나는 자꾸만 뒤에서 나를 잡아당기는 느낌이 들어 뒤돌아 볼 뿐이다. 그래서 뒤돌아보는 지금의 시점에서는 늘 아쉬움이 남고 밴쿠버에서의 아름다웠던 기억들로 가득하다.

 이제 두 아들은 밴쿠버에서 멀리 떨어진 토론토 대학교로 결정했다. 이미 큰 아들은 엄마의 품을 떠나 토론토로 떠난 지 2년이 흘렀다. 대학생이므로 그리고 이제 성인이므로 자기일은 자기가 책임지고 자기 인생을 위해서 스스로 노력해야한다는 책임과 의무를 이민가방에 차곡차곡 챙겨 넣고 떠났다. 그렇게 스스로 해내기가 어려워 엄마한테 혼도 많이 나고 맞기까지 했던 아들도 이제는 혼자서 척척해 나가고 있는 눈치고 가을이면 작은아들도 형과 같이 똑같은 책임과 의무를 가방에 가득 채워 떠날 것이다. 그래서 모든 걸 두 아들에게 맡기고 이렇게 나는 남편 곁으로 간다.

 비행공포로 비행기를 타는 시간이 힘들었던 나날들도,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열심히 했던 노동의 시간들도 아름답다. 건강을 위해 각종 걷기모임과 산행 모임들도 그리움으로 남을 것이다. 무엇보다 자연이 아름다운 밴쿠버를 잊지 못할 것이다. 밴쿠버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부러움을 느끼며 비행기에서 잠 못 이루고 열 시간동안을 밴쿠버를 추억하며 왔다. 지나간 8 년을 추억하며 아쉽고 그리워하는 동안 나를 실은 비행기는 한국 인천 공항에 도착했다. 아쉬운 밴쿠버 생활을 마감하는 시점이다. 동시에 혼자서 두 아들을 키운 힘겨웠던 시간만큼이나 보람되었던 생활들을 마감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열심히 태양을 쫓아 서쪽으로 왔건만 이미 그 태양은 저 멀리 가버리고 어느새 한국은 어둠속에 묻혔다. 그 빠른 비행기도 지구가 도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나보다. 이 지구의 자전과 공전 속에 나는 이렇게 밴쿠버에서 8 년을 보냈다. 그 아름다운 밴쿠버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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