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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한인문협/수필] 버나비 마운틴 산행

조일엽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4-02-28 10:33

밴쿠버에서의 첫 산행이다. 비가 올 듯한 찌푸린 하늘을 몇 번씩이나 올려다보고 인터넷의 일기예보를 자꾸만 들여다보아 거의 외울 정도가 되었다.

버나비에 사는 언니한테 그쪽 하늘이 어떤지 카톡도 해보고 마음이 오락가락 갈피를 잡지 못하고 서성였다.

아마 비가와도 산행을 한다는 말만 들었어도 망설임이라는 단계를 뛰어넘고 나갔을 텐데 이렇게 첫 발을 떼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다행히 하늘이 맑아지면서 햇살이 비치기 시작하자 내 마음속에서도 서광이 비친 듯이 기대와 설렘 속에서 그렇게 버나비 카메룬 도서관의 주차장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엔 또 한번의 후회가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그냥 일찍 나올 걸, 혹시 1분이라도 늦어 먼저 온 사람들이 출발해버리면 어쩌나하는 생각으로 운전 중에도 수없이 마음은 어질러져 있었다.

서편 주차장이 어딘지도 모르고 그냥 무조건 주차장이라는 표시만 보고 들어가 차를 세웠는데 한국 사람들이 전혀 보이지 않아 걱정이 되었다.

혹시 다른 데 주차장이 있나하고 찾아 나가보니 한 편에 주차장이 또 있어 그곳에 한국 사람들이 등산복 차림으로 모여 있었다.

처음으로 새로이 참가하는 사람들의 자기소개가 있었고 박수를 받은 뒤 우리는 그렇게 등산을 시작했다.

어제 내린 비로 조그만 개울은 제법 큰소리를 외치면서 흘러내리고 봄이 가까이 왔음을 느끼는 새소리 물소리를 들으며 산길을 걸었다.

가는 도중에 물소리를 잘 들으라고, 이 물소리가 심신의 피로를 풀어주고 마음을 안정시켜준다고 일러주신, 이 산행을 인터넷에 알리는 청산이라는 분의 말씀에 편안한 마음으로 자연의 소리인 이 개울물 흐르는 소리를 오랫동안 들었다. 또한 새소리조차도 봄의 소리라 한다.

지금 새가 우는 소리는 다른 때와는 조금 다른 봄의 시작을 알리는 구애의 소리라고. 새소리도 자세히 들어보고 나뭇잎이 움트는 소리도 들릴까 귀 기울여 보고 얼었던 땅이 녹아 질퍽거리는 곳을 걸어가면서 이젠 우리가 봄 속에 있음을 느꼈다. 이렇듯 봄을 느끼며 이런저런 얘기와 어르신들께서 알려주시는 생활의 지혜와 상식 등을 들으며 오랜만에 한국인으로서의 생활 속에 젖어들었다.

이윽고 가파른 길을 1시간 남짓 쉼 없이 걸었다. 등에 땀이 배이고 이마에 맺힌 땀이 드디어 개울처럼 흘러내릴 즈음 지정해놓은 반환점에 도착했다. 우리는 그곳에서 후미부분의 사람들을 기다리기 위한 숨 조절에 들어갔다.

과일도 나누어 먹고 또 발렌타인 데이라고 어느 분은 초콜릿을 가지고 와서 모든 분들과 나누어 먹으면서 이 발렌타인 데이의 유래에 대해서 얘기도 나누고 안중근의사에 대해서도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세상이 어지럽고 시끄러울 수록 우리는 영웅을 원한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하산을 시작했다. 내려오는 도중 약수터에서 목도 축이고 간단한 사진촬영도 했다.

‘우리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살고 싶어 하던 내일이다.’ 물론 책과 함께 하루를 보내긴 하지만 그래도 빈둥거리는 날이 있었던 그 시간들에게 미안함을 느꼈다.

오늘은 그래도 많이 힘들이지 않고 이 나라의 특징인 이 자연 속에서 폐 속의 찌꺼기를 버리고 다리에 힘을 실어주는 운동을 했다. 내 몸 속의 장기들에게 뿌듯한 마음과 자랑스러움으로 하루를 보냈고 무엇보다도 밴쿠버에 봄이 와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이젠 봄이다. 밴쿠버에 와 있는 봄을 따라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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