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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도 총리의 역전 에피소드

권민수 기자 m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5-11-05 15:32

권민수 편집장의 캐나다 브리핑(80)
Trudeau’s episode part I

저스틴 트뤼도 총리가 4일 취임하면서 캐나다는 트뤼도 시대를 맞이했다. 트뤼도 총리 총선 승리까지 기자가 떠올리는 몇 가지 ‘역전’장면이 있다.

첫째 일련의 TV토론에서 3당 대표는 호각 상태의 지지율을 깨기 위해 난타전을 벌였다. 이 가운데 스티븐 하퍼 보수당 대표와 톰 멀케어 신민당 대표는 트뤼도 대표의 ‘미숙’을 여러차례 공격했다

예컨대 하퍼 대표는 “미흡한 자유당안으로는 국가가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 한다”는 논리였고, 멀케어 대표는 “정책관련 예산의 숫자를 제대로 한 번 대보라”며 밀어붙였다. 여기에 대해 트뤼도 대표는 논리나 숫자로 받아치지 않았다. “캐나다 중산층을 여러분은 잘 이해 못합니다. 저희  더 야심찬 미래를 가져오리라 약속합니다. 저 두 분과 제가 다른 점은...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변호사 출신들은 이런 감성적 공격에 잘 대응하지 못했다. 계속해서 숫자와 논리만 얘기했는 데, TV토론을 지켜본 많은 유권자는 논리나 숫자보다 공감을 택했다. 호각의 지지율이 근소한 차이를 보이며 꿈틀거렸다. 


둘째 일명 중산층 공약에 이어 청년 공약을 내놓으면서 트뤼도 대표는 청년 취업난을 해소해야할 문제로 제시했다. 이는 특정 계층에 집중하지 않은 경제부양안이나, 여당비판에 그쳤던 신민당안에 비해 청년층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요소가 많았다.

여기에 여야는 다시 한번 젊고 어리숙함을 공격 방향으로 잡았는 데, 트뤼도는 여기에 대해 젊음을 강렬하게 보여주는 사진 3장으로 대응했다. 산행·복싱·노젓기 장면이다. 여기에 하퍼 총리는 하키샷으로 멀케어 대표는 북극권 ATV로 받아치려 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트뤼도매니아 파뜨 듀스라는 말이 인터넷에 나오기 시작했다. 피에르 트뤼도 전총리를 지지한 젊은 층에 이어, 다시 그 아들 저스틴 트뤼도에 대한 젊은 층의 지지가 끓기 시작했다. 지지율이 치고 나가기 시작했다.


<▲ "어리다"라는 비판에 "젊음"을 과시한 트뤼도 대표.(가운데)  해당 사진 공개 후 스티븐 하퍼 보수당 대표는 밴쿠버에서 하키샷을 톰 멀케어 신민당 대표는 북극권 ATV 사진을 띄웠으나 전세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


셋째 위기상황이었다. 트뤼도 총리의 공동선거위원장인 댄 가니어(Ganier)씨가 새 정부가 들어서면 언제·어떻게 로비하면 좋은지 에너지이스트파이프라인사에 보낸 이메일이 공개돼 유세 막바지인 10월 중순에 자리에 물러난 일이 있다. 자칫 막판 기세높은 지지율 상승세를 망칠 일이었다.

이 일을 가지고 한 기자가 유세 중인 당시 트뤼도 대표에게 질문하려 할 때 자유당 지지자들은 야유를 보내며 동요하기 시작했다. 트뤼도 대표는 이 상황에서 정색하고 야유를 중단시키며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 기자들은 얼마든지 날카로운 질문을 할 권리가 있습니다. 질문하세요”

이 순간 가니어 사임은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게 됐다. 다른 여야의 “옛날과 바뀌지 않은 뻔한 자유당” 공격도 ‘이빨’이 먹히지 않았다. 

관련 동영상: https://www.facebook.com/cbcnews/videos/10153731171679604/

여기에 “보수는 적이 아닌, 우리 이웃”, “덜 필요한 이들에게 그만 주고, 더 필요한 이에게 더 준다”는 발언으로 막판에 트뤼도는 중도보수와 중도 진보의 표를 모두 끌어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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