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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정치, 선택은 19일

권민수 기자 m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5-10-16 13:22

권민수 편집장의 캐나다 브리핑(72)
Politico à la carte

이번 캐나다 연방 총선을 식당 주방을 지배하려는 요리사의 싸움에 비유해보겠다. 지난 10년간 주방장이었던 스티븐 하퍼(Harper) 보수당파 주방장의 식단(공약)와 조리법(수행 방식)에 다른 두 주방장이 새로운 메뉴와 조리법을 내놓고 고객, 즉 유권자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총력을 다하는 구도다.

10년 주방장을 지켜온 하퍼 주방장의 메뉴는 고급스럽지만 대중적이지 않다. 일단 지난 10년간 공적은 경기 후퇴기에도 식당의 회복을 이끌어왔다. 흑자 달성이라는 성과도 보였다. 그 과정에서 일부 식단은 만인에게 포만감을 주기에 부족했다. 일부 손님은 이제 복지와 부양이라는 고기를 메뉴에 좀 더 섞어주길 바라고 있지만, 하퍼 주방장은 흑자 달성 요리에 집중한다. 복지를 하퍼 주방장은 양념 정도로만 생각하는 듯하다. 부양도 포만감을 느끼기에 부족한 반찬 정도다. 그는 자기 조리법에 대해 친절한 설명을 하지 않아 일부 손님도, 그중에는 언론인도 포함해, 대단히 불만이다. 

물론 그는 10년간 통하는 요리를 해왔지만, 이번 총선 잔치에서도 고객에게 통할 지에 대해서는 약간 불안한 부분도 있다. 그가 총선 잔치 후 주방장 자리를 지키지만, 식당 지분 상당부분을 다른 주방장들에게 넘기게 된다는 입방아도 있다. 다만 하퍼 주방장을 항상 지정하는 고정 손님이 10명 중 2·3명은 있고, 여기에 평소에는 선호 성향을 감추지만, 잔치 때면 보수 메뉴를 밀어주는 샤이 토리(Shy Tories)란 팬들도 있다. 하퍼 주방장은 “아무리 다른 요리가 맛있다고 해도, 10년 간 믿고 먹어온 요리가 입 맛에 맞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다른 이가 만든 건 불량식품”이라고 속삭였다. 

지난 총선 잔치에서 퀘벡사는 불어권 고객을 사로잡아 일약 부주방장(제1야당) 자리에 오른 신민당파 톰 멀케어 부주방장은 이번 총선이 불안하다. 진보라는 오렌지색을 조금 빼고, 중도를 껴안기 위해 하퍼 주방장의 흑자 달성 등 식단 일부를 유지하겠다고 했는데, 반응이 뜨겁지 않다.

하퍼 주방장의 식단 중에 ‘인기 없는 것들’을 취소하고 그 식재료로 더 맛있는 요리를 공개적으로 하겠노라 했는데도 영 미적지근하다.  그래서 그는 아예 하퍼 주방장을 ‘실패자’로 규정하고 그의 요리는 맛이없다는 푸념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몇몇 손님이 따르고 있지만, 주방장 자리는 조금 어려울 듯 싶다. 부주방장 자리 유지가 과제다.

물론 멀케어 주방장에게도 팬들이 있다. 그가 요리하지 않은 날 오렌지를 내놓더라도 손님 10명 중 2명은 그 자체로 좋아한다. 특히 노조 사람들이 그렇다.

요즘 멀케어 부주방장은 “나를 주방장시켜봐 주시오!  식당을 훨씬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곳으로 바꿔놓을 테니!”라고 외친다. 여기에 대해 “뭘 믿고?”라고 반문하는 손님에게 멀케어 부주방장은 “부유층”이라는 딱지를 붙였다. 친절한 설명을 기대한 손님 일부는 좀 실망이다.  

한편 지난 총선에 홀딱 망한 러시아 출신 요리사로부터 자유당파를 인수한 저스틴 트뤼도 조리사는 주방의 신참이다. 주방장과 부주방장이 경력없다 놀려대는 걸, “젊은 사람들을 무시하지마라”라고 맞받아쳐서 젊은 층의 공통정서를 자극해 요즘 손님을 많이 끌고 있다.

트뤼도 조리사는 어중간한 식단과 조리법 때문에 제대로 맛과 향을 내기 어렵다는 점을 알고 새로 내용을 짰다. 빚을 내서 새 메뉴를 시도하겠다는 점에서 과거 주방장이었던 트뤼도 조리사의 아빠와 닮은 면이 있다. 다만 그는 아버지의 후광 만을 바라지 않는다.
흔히 좌클릭이라고 부르는 진보 양념을 듬뿍치고, 주로 젊은 유권자의 마음에 꼭 들도록 바삭하게 구워내 요즘 향기에 취한 중도·진보 입맛의 손님이 많다. 그러나 나이든 보수 손님은 그를 아직 어리게 본다. 여기에 “보수는 적이 아니라 우리 이웃”이라는 특유의 손님끄는 화술이 또 발동했다.

트뤼도 조리사는 “식단과 조리법에 진짜 변화를 이루겠다”고 하고 있다. 여기에 멀케어 부주방장은 “그래봐야 식상한 자유당식”이란 힐난을, 하퍼 주방장은 “식당 적자를 꾸준히 만들 위험한 발상”이라고 어깃장을 놓고 있다.

실상은 주방에서 이들이 무슨 주장을 하던지 19일 총선 잔치의 주인공은 식당을 찾는 손님이다. 본보는 주말 기획으로 이들의 식단과 조리법을 상세하게 분석해 모아보았다. 손님은 여기서 입맛에 맞는 식단과 조리법이 가장 많은 요리사를 골라 19일 주방에 주문 하기를 희망한다. 주문하든 안하든 청구서는 받게 돼 있는 데 기왕이면 요리라도 골라봐야 덜 억울할 것 아닌가? 주문은 하루, 청구서는 4년 내내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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