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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에 대응하는 방법 중 하나

권민수 기자 m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5-10-29 14:50

권민수 편집장의 캐나다 브리핑(77)
How to Deal with Racism 

사만사 그랜트(Grant)라는 토론토 거주 여성이 여성의류판매점 아리찌아(Aritzia)에서 인종차별 대우를 받았다며 항의한 사연이 공영방송 CBC 라디오쇼 메트로모닝을 통해 28일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다.

그랜트는 겨울 코트를 사러 지난 22일 아리찌아 퀸웨스트점을 찾아갔다. 맞는 치수의 코트를 찾지 못한 그랜트는 점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랜트는 라디오에서 “점원이 다른 점원에게 자기가 왜 나를 도와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내가 흑인이기 때문에 십중팔구 코트를 사지도 못할 건 데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랜트는 점원의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아 도저히 가게에 있을 수 없어 밖으로 나왔다고. 이후 그랜트의 선택은 아리찌아에 항의 편지를 보내는 것이었지만, 답신을 받지 못했다.

26일부터 그랜트와 친구들은 아리찌아 트위터에 응답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트위터에 글을 남기자 반응이 왔다. 그랜트는 아리찌아의 사과 문자를 자신의 트위터에 공개했다. 이어 몇몇 아리찌아 관계자가 연락해오면서 사과의 뜻으로 코트를 주겠다는 말도 나왔다. 여기에 대해 그랜트는 “잘못을 수정해 누구도 같은 경험을 겪지 않게 해달라”고 했다. 이 소식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퍼지면서 아리찌아는 28일 트위터를 통해 “이번 일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이러한 일이 재발되지 않게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랜트에 따르면 아리찌아 부사장과 퀸웨스트점에서 30일 1대1 면담이 있을 예정이라고.

한인도 가끔 비슷한 문제를 제기한다. 그때는 그랜트의 진술처럼 구체적인 행동, 예컨대 점원의 인종차별적 발언을 지적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만약 태도를 지적한다면 문제 제기가 남에게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편이다. 예컨대 ‘삐딱한 태도’를 문제삼겠다면 실제 그랬을 수도 있지만, 받아들인 사람의 해석의 문제일 수도 있어 공론화가 어렵다.

태도에 대한 오해는 한국 같은 문화권 안에서도 벌어지는 데, 캐나다 같은 다문화 국가에서는 더욱 흔한 일이다. 한국식 잣대를 들이댄다면 ‘버릇없는 사람들’에 충격받는 게 일상다반사일 것이다. 거스름돈을 던지지 않나,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있질 않나, 한참 손아랫 사람이 존칭 없이 이름을 부르지 않나. 문화가 달라 생긴 일로 이해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밴쿠버도 천국 아닌 세상 일부이기에 소비자 불만 수준의 민원을 연중 한 번은 정중한 이메일이나 편지로 쓸 일이 생기는 기자에게는 트위터 항의는 좀 새롭다. 대체로 편지를 보내면 하루 이틀 내에는 사과나 재발방지 약속을 받고는 했다. 그렇지 않은 경우도 드물지만 있다. 이렇게 1대1 소통법이 통하지 않을 때는 1대다(多) 소통 매체인 소셜미디어가 방법일 수도 있다. 다만 이때는 항의와 동시에 확산의 효과도 있으니 표현 선택에 신중하지 않으면 안 될 듯싶다. 세상에 낳아놓는 글에는 부모의 책임이 따른다. 문제를 해결하겠다면서 문제아를 낳는 일은 피하자. 

그랜트 민원이 더 빠르게 해결된 데에는 라디오쇼에 나와 자기의 곤란을 얘기한 용기와 언변도 있다. 어떤 일이고 잘못을 수정하는 데는 용기와 노력이 필요하다. 남이 대신 해줄 일이 아니다.



<▲ 그랜트씨가 공개한 아리찌아 관계자의 사과 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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