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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지에서 내가 만난 사람들: 갈 바를 알지 못한 채
2026.07.17 (금)
「선교는 만남」 선 하신 부르심 따라 길을 나서니 교만했던 나는 낮아져 사람 곁에 서고, 에워싼 세상 속에서 함께 울고 웃으며 한 영혼의 하루를 같이 살아낼 때, 님이 그 삶 한가운데 빛으로 드러난다. 말기 직장암 선고를 받았던 그해 겨울, 나는 삶의 끝자락에 서 있었다. 한창 강의실에서 학생들과 호흡하고, 연구실에서 논문을 쓰며 교수라는 이름으로 왕성하게 살아가던 50대 초반의 나. 그런데 의사의 입에서 흘러나온 짧은...
심정석
마음의 불꽃
2026.07.17 (금)
매일 찾아오는 상상의 가지에 매달려있는 사연 낙옆되어 하나 둘 세상에 구르면 한아름 주어모아 마음 한 복판에 불을 지핀다 피어나는 하얀연기 내음마다 향은 다르지만 저마다의 불꽃 되어 춤을 춘다 기쁨은 기쁨대로 슬픔은 슬픔대로 그리움은 그리움으로 생각을 빚어내어 타오르는 가슴에서 거듭되는 고뇌의 퇴고를 거쳐 부족한 한구절 백지를 메운다.
리차드 양
제14회 ‘한카문학상’ 종합 심사 평
2026.07.16 (목)
새벽공기는 항상 신선하다. 삼라만상이 기지개를 켜며 잠들었던 능력을 깨우는 순간이다. 새로운 하루를 탐구하며 이윽고 맞게 될 삶의 희열과 축복을 기다리는 시점이다. 때로는 비 오고 바람 불어 생각지도 못한 어둠이 찾아오지만, 그 또한 내일의 새벽이 찾아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신발 끈 고쳐 메고 다시 먼 길 나설 수 있어서 좋다. 내 나라 아닌 땅에서 오랫동안...
이원배 심사위원장
모자(母子)의 시간
2026.07.10 (금)
장례 사전 준비 세미나를 찾았다. 작은 체구에 앳된 얼굴이 보인다. 오랫동안 그를 만나고 싶었다. 한 생(生)이 겪을 수 있는 가장 큰 상실을 경험한 이, 그는 아들을 먼저 떠나보낸 엄마이다. 죽음은 인생이 피할 수 없는 필연이지만, 종잡을 수 없고 순서가 바뀐 죽음은 한(恨)으로 남는다. 하지만 그 슬픔에 매몰되지 않기를 선택한 사람, 나는 그런 삶을 만나면 다가가 말을 걸고 싶다. 매일이 지옥 같아 꿈이길 간절히 바랐던, 살아갈...
김한나
소왕국의 기쁨
2026.07.10 (금)
모난 돌 갈아내고주저앉는다발 틈새로 스며드는호박꽃만 한 기쁨좌절이 깊을수록곱절로 커진다 꽃잎에 새겨진 은빛 부채살깊이를 가늠할 수 없어텅 비워진 마음,볕드는 텃밭을 보니수많은 생물이 모여 산다혼란한 마음에커다란 파문이 번진다세상을 아랑곳하지 않는이름없는 소왕국쏟아지는 햇살이면 족하다
반현향
위로의 차 한 잔(Hospice)
2026.07.09 (목)
홀로서기 한지 어느새 오 개월이다. Burnaby Hospice Society로부터 연락받고 몇 주 전부터 Grief Coffee(위로 모임)에 참석하게 되었다. 가족이나 친지를 잃은 사람들의 상한 마음을 달래기 위한 모임이다. 8주에 걸쳐 매주 한 번씩 만나서 인도자 따라 이야기를 나눈다. 15명 정도 둘러앉아 자신을 소개하고 떠나간 사람에 대하여 회상하며 마음에 쌓인 이야기를 풀어내는 시간이다. 어떻게 이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느냐는 인도자의 물음에, 어떤 이는 지금이...
김진양
寺門이 먹을 갈다
2026.07.09 (목)
사람들이 드나드는 방 입구에 붓끝에 물을 묻혀 쓱-쓱- 길게 세로 종縱 일자로 화선지를 깔아 놓고 스님은 저 뒷방에 가 앉아 먹을 가신다 온갖 사람들은 화선지를 밟고 지나가고 나는 조바심으로 문진文鎭을 이리저리 옮겨 놓는데 스님은 먹 갈던 손을 멈추고, 누군가, 알 듯 모를 듯한 누군가가 그림자처럼 끼어들어 창문을 뛰어내리려는 한 여인을 커튼 자락으로 확 묶어놓고 있는데 스님은 긴 화선지를 다시 펼쳐 *‘수거재오지...
이영춘
닻별 동산
2026.07.03 (금)
영원한 어둠은 없다. 북극성도 움직인다. 우주에 고정되어 있는 자리는 없다. 오래 고정된 자리는 빛을 잃는다. 높은 곳에서 바라본 지구의 반쪽은 검은 바다처럼 깜깜했고, 행복도시 닻별 동산은 푸른 소나무들 속에 붉은 기도는 보라색 미선나무가 하얀 꽃망울을 머금고 희미한 빛을 기다리고 있었다. 빛과 어둠이 톱니처럼 맞물려 도는 동산에서 수목장 수목들은 바람에 이름표를 흩날리며 빛이 어둠을 삼키기를 기다렸고,...
박병호
산속의 암자인가 - 늘산에게 암이 왔다 <3> 수술을 했다
2021.08.11 (수)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집도의는 캐나다에서도 이름 있는 Doctor라 했다. 수술실에 들어가니 남자가 7사람 여자 두 사람이 있다. 수술은 집도의와 보조의가 하겠지만 의대생들이 견학하는 걸 허락했던 것이다.수술은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 된듯하다. 수술을 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방광에 호스를 꽂아 소변을 받아내고 양팔 혈관에 주사바늘을 고정시켜 줄이 달려있다코로 호수를 따라 식사대용 영양제가 들어간다. 또 수술한 부위에도 호스를 넣어...
박병준
산속의 암자인가-늘산에게 암이 왔다 <2> 수술을 하기까지
2021.07.21 (수)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암이 자리 잡은 곳, 그 위치가 어디인가. 그게 중요하다.폐라면 힘 든다. 췌장이라면 수술이 어렵다. 급성으로 여러 군데 전이가 되었다면 걷잡을 수 없이 위험하다.내게 온 곳은 목이다. 후두암이라고도 한다. 그 자리는 어떤 곳인가?매우 정교하고 복잡한 부분이다. 거기는 기도(Air way)와 식도가 만나는 곳인데 코와 입을 통해서 공기가 들어오고 또 입에서 식도로 넘어오는 음식이 지난다.또 허파에서 나오는 공기가...
늘산 박병준
산속의 암자인가 - 늘산에게 암이 왔다<1> 암의 발견
2021.07.12 (월)
늘산 본인이 암 판정을 받고 수술을 하고 퇴원을 하면서 그간에 있었던 일들을 정리하고 싶습니다. 이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암에서 예방될 수 있는 일에 다소나마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면서 이 글을 시작합니다.암의 발견은 우연적일 수도 있고 필연적일 수도 있다.나는 우연적이라 생각하며 그나마 일찍 발견하였다는데 다행이라 생각한다.산에서 사람을...
늘산 박병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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