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선/(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변호사와 마주 앉아 마지막 갈 날을 준비한다
잿빛 머리로 가는 해지는 날이 아니라 불쑥 찾아올지 모를 위험 같은 그날을 위함이다
네가 없는 독백의 말들이 하얀 상자 속에 나란히 눕는다
임박한 죽음이 빚어내는 절정의 드라마도 가슴 할퀴는 울컥함도 없는
빽빽하게 줄 선 말들의 유희 그 마지막 마침표 아래
거기가 종점이다
익숙하지 않은 죽음 앞에 마지막 글자로 선명해지는 삶
소중한 것들이 말갛게 드러나는 일이다
희극도 비극도 사라지는 떠난 그 길에
미안했다든지 용서하겠다는 말보다는
그동안 고마웠다고 온기로 물들인 마지막 말 한마디 가지런히 상자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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