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한카문학상 운문(시)부문 버금상
장경숙/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쌓아온 세월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린다
먼지 쌓인 서랍처럼 오래된 기억들이 스르륵 쏟아진다
누군가 말없이 지켜보고 있다
무엇을 버려야 할까
무엇을 남겨야 할까
엉킨 실타래 같은 삶 속에서 손끝은 자꾸 주저한다
겉으로는 반짝이는 도자기 같은 하루들
그러나 안쪽은 오래된 나무 탁자처럼 균열이 가고
한 번도 쓰이지 않은 채
시간의 녹이 스민 물건들만
조용히 숨을 죽이고 있다
과욕과 허세, 사치라는 이름의 쇠사슬로
나를 묶고 숨을 조여 왔음을 이제야 깨닫는다
걷어낸다
털어낸다
씻어낸다
마음 깊숙이 엉켜 있던 욕심의 덩굴을
한 올 한 올 풀어 미련 없이 바람에 날려 보낸다
비가 그친 오후처럼 하늘은 맑고
서늘하고 투명한 바람이 스며든다
이제야 가벼워진 내가
조용히 제자리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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