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한카문학상 운문(시)부문 버금상
조순배/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비 오는 오솔길 웅덩이에
문득 바다가 들어와
작은 파도를 안았다가 놓아준다
둥글게 번지는 물주름마다
한때 내 안에 머물던 날들이
젖은 하늘빛으로 되살아난다
맑은 웃음소리 하나
따뜻한 손끝의 떨림 하나
말없이 바라보던 눈빛 하나가
물결 위에 떠올랐다가
이내 구름처럼 멀어진다
부르면 돌아올 듯 선명하지만
끝내 닿을 수 없는 얼굴들
그들이 남긴 시간은
가슴 깊은 곳에서
잔잔한 파문으로 번져간다
떠난 뒤 에야 알았다
얕아 보이던 물도
때로는 바다였다는 것을
나는 아직도
그 작은 웅덩이 앞에
우두커니 서서
물 주름 너머로 멀어지는 얼굴들을
오래도록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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