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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통한 회복

이명희 jacob@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6-05-28 09:25

『좋은 곳에서 만나요』
이유리 연작소설 「오리배」를 중심으로


                                                                         이명희/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서론-한동안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의 죽음에 눌려 있다가 이유리의 연작소설을 읽고 나니 뭉쳤던 근육이 풀렸다. 죽음은 산 사람이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수긍해야 하나라는 책임이 따른다. 죽음의 의미는 경건이지만, 죽음을 희화화할 수 있는 것도 21세기라 가능하다. 현대 기술은 선조들과 고인들의 죽음을 고서로 보관하기보다 판타지화한 텍스트, 게임 개발자들의 프로그래밍화, AI 기술자들의 죽은 자 소환까지. 유령을 4차원적 발상으로 판타지화 하는데, 죽음을 애도하는 한편, 다양한 소재로도 확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죽음의 양가적 정서-죽음은 삶을 지탱하는 발판이다. 죽음은 살아있는 사람의 관점에서 이해해야 남은 인생이 행복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논리는 정상적인 죽음일 때 가능하고, 가족의 고통은 헤아리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자살한 지영 아버지와 희재 엄마의 행위는 비겁하고 이기적이라 말할 수 있다. 교통사고로 유령이 된 지영의 시선에서 볼 때 죽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닌, 죽음은 살아있는 사람과 연대해 있다.

 

인용하자면, 죽음에 대한 심리학적 이해[1]- “프로이트는 인간의 본능을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고 보았다. 하나는 삶의 본능이고 또 다른 하나는 죽음의 본능이다. 그는 삶의 본능을 리비도라고 하였고 죽음의 본능을 타나토스라 하였다. 삶의 과정은 두 본능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종의 투쟁이다. 즉 삶의 본능은 유기체로 하여금 식욕을 충족시키고 그에 따라 여러 가지 종류의 자아가 일으키는 긴장을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죽음의 본능은 유기질의 상태에 있는 생물체들을 무기질 본래의 상태(흙)로 돌아가게 하는 귀소 본능이 있다는 것이다. 프로이트는 이 두 본능 가운데 죽음의 본능을 삶의 본능보다 더 기본적인 것으로 보았다.”



죽음이 삶과 연동하고 있어서인지 이유리 소설에 나오는 귀신들이 어제오늘 알고 지내던 이웃들 같아 죽음조차 밝게 수용된다. 죽음의 양가적 정서에는 희극과 비극이 있는데 이유리의 「오리배」도 이런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아버지의 죽음 뒤에 알게 된 배신(아버지의 외도)이 비극이라면 이복동생 희재를 가족으로 인정하고 그동안 소통하지 않던 삶에서 소통을 시작한 건 희극이다. 택시 기사의 운전 부주의로 화자가 황당하게 죽은 것이 비극이라면 유령이 되어 가족의 중요성을 알고 엄마와 희재를 오리배 선착장에서 만나, 편안하게 떠날 수 있음은 희극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고전 『로미오와 줄리엣』도 비극과 희극의 양가적 정서가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대대로 원수 집안으로 사랑할 수 없는 비극성을 갖고 있는데 로미오를 따라 죽은 줄리엣은 비극과 희극의 견해차를 두고 있다. 둘 다 죽음으로 끝났다 하여 비극이라 말하지만, 죽음으로써 사랑하는 사람과 영원히 함께 할 수 있음을 희극이라고 단정 짓는 사람들도 있다. 이렇듯 죽음의 양가적 정서는 유연하다. 이것은 인문학과 연관되며 심오한 철학이 내포된다.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의 심리-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한 귀신의 심리는 낙천적이지 않고 불안한 상태였음을 드러낸다. 이것은 프로이트[2] 억압 이론에서 유추할 수 있다. “자아가 의식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원초적 충동, 고통스러운 기억, 불안을 유발하는 생각 등을 무의식 속으로 밀어 넣어 망각하게 만드는 방어기제”로 산 사람에게 귀신이 보인다거나, 헛것이 보인다는 것을 심리 상태에서도 파악할 수 있다. 정신이 허약하면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환영을 보고 자신에게 유리한 방어기제를 표출할 수 있다.


이 같은 심리적 문제로 기분을 상승시키는 인물이 희재다. 희재가 처음 지영의 집에 왔을 때, 멀미를 쏟아낸 검은 봉지를 당당히 보여주며 아끼는 다이어리를 지영한테 주는 모습에서 희재는 미워하고 원망할 대상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살아있을 때 아내와 자식에게 제 역할을 하지 못한 화자의 아버지가 죽음을 선택한 미완의 존재라면, 아버지의 불륜으로 얻게 된 희재는 가족에게 행복을 주는 희망의 존재다. 지영이 유령이 되어 오리배 선착장에서 엄마와 희재를 만나기 위해 오랫동안 기다리며, 지나온 날들을 회상하고 죽음이 결코, 경계나 두려움이 아닌 것을 알고 편안히 떠나는 모습에서도 죽은 사람의 심리를 알 수 있다.

 

희재의 생존력-서론에서도 밝혔듯이 이유리 소설을 읽고 마음이 밝아졌다면 분명한 이유가 있다. 우울감은 심리학적 관점에서 치료가 필요하다. 전염력이 강한 우울감은 저마다 심리에 기초한 감정의 상태가 있어, 어떤 사람은 만나면 기분이 저하되고, 어떤 사람은 만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화자인 유령보다 희재에 관심이 있었던 건 부모의 무책임한 죽음 앞에서도 총명하게 대처한 어린 희재의 행동에서다. 주눅 들어야 할 상황에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새 가정의 평화를 깨지 않으려는 지혜로움이 희재가 갖춘 정신력이다. ‘동일시는 살아남기 위해 새로운 보호자와 자신을 동일시’하고 ‘이 가족에 속해야 안전하다는 무의식적 적응이 일어나고, 상처를 준 현실보다 현재 돌봐주는 사람에게 빠르게 정서적으로 붙는 경우’를 말하는데 희재의 행동에서 알 수 있다.  

 

결론-이 비평은 유령으로 비롯된 가족 관계의 담론이다. 탄생과 죽음은 인간의 영역이 아닌, 신의 영역이다. 귀신鬼神의 ‘신’은 한자로 불가사의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소설에서 아버지와 내연녀는 자살했고, 화자 지영도 뜻밖의 교통사고로 죽었지만 가족에 대해 책임 의식이 있다. 유령이지만 엄마의 심리적 회복이 염려되었고, 트라우마를 안고 살 희재가 잘 적응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몇 년을 유령으로 떠돌다 엄마와 희재를 오리배 선착장에서 만나 그들의 안정된 모습을 확인하고 이제는 떠나도 되겠다 마음먹는다. 이처럼 죽어서도 연계되는 게 가족의 이치다. 오늘날 책임 없는 부모들로 인해 가정이 해체되고, 청소년 문제가 사회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건강한 사회를 위해 부모는 자식이 독립하기 전까지 돌보고 책임져야 할 의무가 있다.


[1] 김대동, 『실존주의 상담에서의 죽음의 의미와 상담교육적 기능에 관한 연구』, 연세대학교 박사 논문, 38쪽


[2] 프로이트, 『심리 분석 참고』, 무의식의 방어기제 중 억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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