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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아래 칸 서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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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25-12-01 16:06

안봉자 / 한국문협밴쿠버지부 회원
맨 아래 칸 서랍


이즈음 
옷장의 맨 아래 칸 서랍을 정리하는 날이 부쩍 늘었다
놓지 못해 떠나지 못한 내 어제의 그림자들이 
매미 허물같이 모여 사는 곳
돌쩌귀도 녹스는 늙은 세월에 대부분은 떠나고
몇은 아직 남아서 민속촌처럼 함께 저무는 그곳엔
늦가을 저녁의 체온 닮은 바람이 분다

내가 거쳐온 삶의 간이역들이 펼쳐진다
순진한 젊은 별바라기의 풋꿈도
자갈길에 땀 흘리던 이민(移民)의 한여름날도
오래전에 잃어버린 시(詩)를 찾아 
바닷가를 헤매던 가을여자의 갈증도
이제는 모두 치수 맞지 않는 옛 옷들일 뿐인데
많은 것을 버리고도 끝내 못다 버려서
마음속 맨 아래 칸 서랍에 묻어둔 것들

조심조심 골고루 등 쓰다듬어 다시 누이고
노래 부르지 못한 나의 사랑시도 함께 누이고
정든 고향집 문 닫아걸듯 천천히…아주 천천히 
다시 서랍장 문을 닫는다
닫힌 맨 아랫간 서랍에서 새어나오는 
세월의 강물 소리 가슴으로 듣는다.



THE BOTTOM DRAWER


These days, 
I am arranging the bottom drawer in my closet more often. 
In there, the shadows of my yesteryear that I did not let go
gathered like cicada skins.
As the hinges rusted with time, most of them were gone,
yet some remain and grow older together like a folk village.
A chill wind blows there, resembling a late-fall evening. 

The stations I've passed through in my life journey unfold:
The innocent young stargazer’s green dreams;
The settler’s sweaty midsummer days on gravel roads;
The thirst of an autumn-woman wandering the seashore 
looking for her long-lost poems;
Now, all are but old clothes that fit me no longer.
Many things are thrown away, but some are buried deep
in the bottom drawer of my heart.

Gently, I smooth them out one by one and lay them down.
Together with them, my unsung love poem too.
I close the drawer again, slowly… very slowly
as if closing the door of my dear old native home.
My heart hears the sound of the River of Time  
coming out of the closed bottom dra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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