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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痴, 치, 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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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25-08-15 15:42

강은소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치痴는 무지하고 어리석은 마음이다.
마음은 겉으로 바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보이는 사람의 모습이다. 마음 씀씀이를 보면 친구와 이웃 간에 나누는 정의 깊이, 선악의 구별,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지적인 깊이까지 보인다. 마음씨가 뒤틀려 번뇌에 빠지고 스스로 화에 갇혀버리면 옳지 못한 행동으로 자신과 주변 모두를 괴롭게 한다.
치는 우리를 괴롭게 하는 번뇌의 뿌리다. 불교에서 말하는 삼독 번뇌, 탐진치는 모두 마음가짐으로부터 생겨나며 서로 영향을 주는 고리에 묶여 있다. 어리석은 마음은 세상 이치를 벗어난 헛된 행동으로 고통을 겪으며 탐욕과 분노에 빠지는 불행을 초래한다.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마음을 잘 다스리는 것이 삶의 지혜다. 우리는 마음속 어리석음을 덜어내는 마음 수련이 늘 필요하다.
나는 지독한 언변치다. 말주변이 없어 말에 여인의 애교를 싣지도 못하고 툭툭 뱉어 연애도 잘 못 한다고 투덜거리던 기억이 있다. 분명 한때는 언변치, 애교치, 연애치를 함부로 휘두르며 누군가를 아프게 했을 터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성정머리. 엉킨 치가 너무 많아 너와 나, 주변의 우리를 지금도 힘들게 한다. 나이를 먹어도 여전히 치에 무릎을 꿇게 되는 자신에 놀라며 후회의 늪에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요즘 나를 괴롭히는 것은 음치, 박치, 몸치다. 어릴 때부터 노래를 한두 곡만 불러도 목쉰 소리에 녹슨 쇳소리가 섞인다. 성대가 얼마나 약하길래 이럴까 싶어 짜증 나지만, 태생적 문제니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다. 음을 다스리지 못해 억지소리를 짜내다 보니 덩달아 박자까지 놓치는 현실은 스스로 음치에 더하여 박치를 인정하게 된다. 각종 모임 뒤풀이로 사람들이 노래방을 즐겨 찾던 시절엔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이 세상 제일 부러웠다. 어두컴컴한 조명조차 피하려고 구석진 자리에 앉아 남의 노래에 맞춰 손뼉을 마주치던, 한 곡씩 돌아가는 순서도 마냥 버티며 차례를 넘겨주던 기억. 손바닥 박자마저도 몸치를 들통 내며 자꾸 어긋나기만 하던 기억은 떠올리기 싫은 흑역사다.
 
음치와 박치, 몸치가 음악을 좋아하는 현실은 아이러니다. 혼자 있을 때면 맞지 않는 음정과 박자로도 곧잘 부르는 노래에 스스로 취하며 연주를 보고 듣고 즐기고 싶은 욕심은 누구 못지않다. 항상 새로운 시작과 도전은 엄두가 나지 않아 망설이곤 했는데…. 자신도 모르게 마음속 깊이 자리한 바람, 악기 하나쯤 다룰 줄 알았으면 하는 마음이 주변에 몰아치는 우쿨렐레 열풍 속으로 그만 빨려 들고 말았다. 우쿨렐레는 기타보다 작고 바이올린보다 가벼워 보인다. 그 때문에 쉽게 배워 단시간에 부담 없이 어울릴 수 있다는 얕은 생각에 시작은 즐거웠다.
클래식 우쿨렐레. 그 열풍은 고급스럽고 멋스러운 클래식을 추구한다. 갈수록 복잡해지는 음표는 오선지 아래위로 옥타브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현란한 춤을 춘다. 악기를 들고 바짝 긴장한 나는 박자를 놓치며 불쑥 튀어나오는 불협화음을 숨기지 못하고, 우왕좌왕이다.
노래와 연주를 같이 할 때면 더 심하게 삐걱거리는 자신을 알기에 벙어리처럼 입술은 꽉 다물고 애써 소리를 내지 않는다. 모두 열심히 잘 따라가는데 혼자 서툴고 버벅대는 것만 같아 화가 난다. 어느 것 하나도 욕심껏 되지 않는 음치, 박치, 몸치. 괜히 가까이 있는 누군가에게 난데없이 짜증을 쏟아붓는 실수라도 저지를까 불안하다. 그저 쉬운 코드 몇 개로 박자를 맞추며 노래를 흥얼거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초심이 길을 잃고 동동거린다.
벌겋게 달아올라 잔뜩 상기된 얼굴이 우뚝 마주 서 있다. 나무 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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