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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니스에서 3박 4일 2024.03.18 (월)
강은소 / 캐나다 한국문협 자문위원
프롤로그쓰레기와 개똥이 널려 있는 지저분한 도시, 니스Nice의 첫 인상이다.트램 역에서 예약한 호텔로 걸어가는 길은 지중해의 아름다운 도시라는 환상에서 깨어나게 한다. 역 주변엔 노숙자와 개가 퍼 질러 앉아 있거나 누워 있어 개똥과 쓰레기 투성이고,...
[기고] 낙엽이 되어 2024.01.02 (화)
강은소 / 캐나다 한국문협 자문위원
낙엽이 되어길을 떠나기로 했다내려앉은 하늘머리에 무겁게 이고혼자 걸어가는 길세상은 고요한데길 위에 놓인 시간은 늘천둥 번개가 몰아친다떠나기로 작정할 때어렴풋이 그려진 그림처럼뭇 발길에 밟히고이리저리 걷어 차이고자꾸 끌려 다닌다낙엽이...
[기고] F 혹은 T, 어쩌면 그 사이 2023.09.11 (월)
강은소 / 캐나다 한국문협 자문위원
MBTI 결과를 본다.Myers-Briggs Type Indicator는 융의 심리 이론을 토대로 브릭스와 그녀의 딸마이어스가 만든 성격유형검사다. 생활 양식과 에너지를 얻는 초점, 사람과 사물을인식하고 판단하는 근거에 따른 8개의 지표를 4개씩 조합해 16가지 성격유형을...
[기고] 유월이 오네요 2023.06.05 (월)
강은소 / 캐나다 한국문협 자문위원
당신의 마당에 우뚝실유카 꽃대 올라오네요꽃샘 바람, 황사 먼지 바람메케한 연기 바람 모두 쏟아내고지친 봄 날 서둘러 떠나가네요주렁주렁 실유카 꽃봉오리피어나려는 소리 울려 퍼지는하이얀 종소리 들리나요유월이 오네요우리 흩어진 마음 다독이면실유카...
[기고] 겨울 숲에서 2023.03.13 (월)
강은소 / 캐나다 한국문협 자문위원
한나절 눈이 왔다시나브로 흩날리던 눈 발이제 진눈깨비로 내린다내려앉은 하늘 아래홀로 발걸음 서성이던작은 울새 한 마리호랑가시나무 가지에 앉는데겨울 하루 시간이 기울수록푸르게 돋아나는 나뭇잎그 잎을 타고 흐르는 방울물은 가시가 되어 콕콕여린...
강은소 / 캐나다 한국문협 자문위원
고향이 의미 있게 다가오는 이유는 어머니의 존재다. 코비드를 핑계로 미루었던 고향 방문을 위해 비행기에 오른다. 비행기는 미끄러지듯 서서히 바퀴를 굴리다 순간 떠오른다. 점점 점이 되는 집과 산, 호수와 강 그리고 바다, 밴쿠버의 일상이 멀어져 간다....
[기고] 무궁화나무 2022.09.19 (월)
강은소 / 캐나다 한국문협 자문위원
아침마다 피던 꽃 무더기잎새 푸른 칠월 꽃 피어나면서늘바람 불어올 때까지 수천 송이피고 지고 또 피는 무한 꽃 차례올해도 변함이 없을 줄 알았다몰랐다, 내내 기다려 보아도봄 날에 눈이 나고 잎이 피는그런 찬란한 시간 오지 않고무겁고 어두운 기운만이...
[기고] 결, 결, 결 2022.06.01 (수)
강은소 / 캐나다 한국문협 자문위원
결缺마음에 결缺이 났다.결缺은 항아리의 한쪽 손잡이가 떨어져 나간 것을 표현하는 형성 문자다. 무거운 항아리를 옮기는데 필요한 손잡이가 없으니 항아리가 제구실을 못 한다는 뜻이 ‘이지러지다, 없어지다, 모자라다’는 의미로 이어진다....
[기고] 겨울 안개 2022.02.14 (월)
강은소 / 캐나다 한국문협 자문위원
그는 사라지지 않는다마을을 다 삼켜버린 그는쉬지 않고 자신의 몸을 산산조각을 내며 분신을 낳는다분신은 또 다른 분신으로똬리를 틀며 사방에 서린다젖은 어깨 시린 등을 메고발밤발밤 회색 그림자 속을헤매는 누군가 내지르는 절규그것은 보이지도...
[기고] 야생 사과나무 2021.12.10 (금)
강은소 / 캐나다 한국문협 자문위원
사과나무 한 그루가 언제부터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는지, 아무도 모릅니다.갑자기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 나무는 작고 발그레한 사과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었는데,미처 가을이 끝나기도 전에 까치밥 하나 없이 마른 가지 뿐입니다. 사과는 모두 어디로사라져 버린...
[기고] 2021.09.06 (월)
강은소 / 캐나다 한국문협자문위원능소화 핀 담벼락을 만난다주홍빛 화염을 마구 뿜어내는거칠고 억센 꽃의 풀무질그 뜨거운 바람은 사정없이한쪽으로만 달려간다시시각각 불길은 활활거리고세상이 와르르 허물어지고익숙한 풍경과 오래된 이야기모두 놓쳐버린...
강은소 / 캐나다 한국문협 자문위원      바람이 분다. 관계의 쓸쓸함이 묻어 있는 회색 바람. 바람은 옹기종기 모여 앉은 마을의 집과 집 사이로 잦아든다. 적당히, 알면서도 모르는 척, 모르면서 아는 척, 척, 척. 조금 알고 적당히 모르는 척하는 마음도...
[기고] 보통의 하루 2021.01.25 (월)
강은소 / 캐나다 한국문협 자문위원잘린 머리카락 바닥에 자꾸 쌓인다삭둑삭둑 두 가위 날이 서로 맞닿아머리 숱을 솎고 길이를 다듬는 일한 번도 스스로 해본 적 없던 일을 코비드-19, 난데없는 그놈 때문에커다란 보자기 목과 어깨에 두르고옛날 어머니처럼...
[기고] 10월, 어느 저녁 2020.10.27 (화)
강은소 / 캐나다 한국문협 자문위원
크랜베리 다 걷어버린 뒤남겨진 차가운 물바다를 따라나란히 열린 길을 걷는다길은 곧게 뻗어 있는데걸음이 자꾸 비틀거리는 저물녘재색으로 가라앉은 하늘 아래바람은 저 혼자 쓸쓸히 떠돌다와락 현기증을 몰고 달려든다가을이 흐르는 길목에서갈피를 잃고...
[기고] 사슴 2020.07.20 (월)
강은소 / 캐나다 한국문협 자문위원
옛 시인이 노래했지모가지가 길어 슬픈 너를관이 향기로운 짐승 너를무척 높은 족속이었다고 모퉁이 나지막한 풀밭에지친 다리 쭈욱 뻗고 앉아우물 같은 눈으로 길어 올린길다란 속눈썹 어여쁘다   윤기 빛나던 너의 옷자락거뭇거뭇 저승 꽃...
[기고] 울울 봄날 2020.06.01 (월)
강은소 / 캐나다 한국문협 자문위원
바람이 분다참나무 감비나무 삼나무나무들 어깨를 맞대고 선당신의 마당 그 숲에 검은물결이 몰아친다 쏴아 쏴오래전 떠나간 어머니 꼭 닮은가문비나무 가지 사이사이로열 아홉 코비드* 넘실대는울울 봄날이 간다 바람이 불고천둥에 하늘이 운다날카로운...
[기고] 1월, 해오름달 2020.02.10 (월)
강은소 / 캐나다 한국문협 자문위원
가끔 궁금할 때가 있다. 하늘을 나는 새의 꿈은 무엇일까. 흰머리수리(Bald Eagle) 한 마리 길 위 전깃줄에 앉아 꼼짝 않더니, 순간 발을 뒤로 차면서 활짝 편 날개로 높이 올라 빙글빙글 맴돌다 어디론가 사라진다. 커다란 저 날개는 새를 더 높이 더 멀리 날게...
[기고] 행운목에 기대다 2019.12.23 (월)
강은소 / 캐나다 한국문협 자문위원
동짓날 밤 내내 활짝 핀 꽃송이작은 꽃술이 열리며 피워내는 환한향기 소복한 다발에 취한 발걸음꿈길인 듯 둥둥 어둠을 헤아리는데오랫동안 묻어 두었던 첫사랑 그전설 같은 기억 새록새록 피어난다그대를 만나 처음 사랑에 빠질 때우리를 설레게 하는 일 웃게...
[기고] 끈, 그리고 버팀목 2019.08.12 (월)
강은소 / 캐나다 한국문협 자문위원
수필을 쓰는 사람은 예술가다.존 워너커에 따르면 작가는 예술가다. 그는 저자와 작가의 가치를 구분해 누구나 책을내면 저자가 될 수 있지만, 작가로 불릴 수는 없단다. 저자는 그 사람이 하는 일, 글을쓰는 행위를 말하고 작가는 자기 자신을 쥐어짜 글을 쓰는...
[기고] 천천히 그리고, 다시 2019.04.15 (월)
강은소 / 캐나다 한국문협 자문위원
천천히 그리고, 다시- 나의 수필 쓰기강은소 / 캐나다 한국문협 자문위원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사진에 관심이 있다면 익숙한 이름이다.사진작가였던 그가 평생을 찾아다니며 잡으려고 했던 것은 삶의 ‘결정적 순간이다.그러나 “삶에는 어떤 결정적 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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