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목일 / 캐나다 한국문협 고문
12월은 조용히 자신에게 말을 거는 달…….
나무들도 땅에게 낙엽 편지를 전하고 있다.
자연의 순환과 순응을 보며 지금 어디에 서 있으며,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생각한다.
사람마다 바쁘게 길을 달려, 이 순간을 맞고 있다.
나무나 인간이나 자신이 선 자리가 우주의 중심점이다.
마음의 중심에 한 자루의 촛불을 켤 때가 왔다.
초 하나 씩이 일생이라면 내 초의 분량은 이제 얼마만큼 남았는가.
내 촛불은 한 사람에게라도 위로, 용기, 미소, 희망, 온정의 빛이 돼 주었던가.
자신만의 이익과 일을 위해 달려온 세월이건만, 촛불은 소리 없이 타올라 난쟁이처럼 돼 버렸다.
12월이면 시간의 초침 소리가 들리고, 심장의 박동이 느껴진다.
나무들은 아름다움으로 채색했던 꽃과 단풍을 지우고 벌거숭이로 돌아간다.
혹독한 추위와 고독을 견뎌낼 의지를 다짐하는 순간이다.
겨울나무는 성자 같다.
계절을 알려 주고 삶의 길을 가르쳐 준다.
나무들은 1년마다 한 줄씩의 나이테로 목리문(木理紋)을 가슴속에 새긴다.
목리문은 나무가 일생을 통해 그려낸 삶의 추상화이다.
나무처럼 녹음, 꽃, 열매, 단풍으로 주변을 생기롭게 만들어야 목리문을 얻을 수 있다.
1년의 삶에서 깨달음의 꽃을 피워내 한 줄의 목리문을 새기고 싶다.
12월은 일 년 동안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는 달…….
사소하고 평범한 일상이었지만, 되돌릴 수 없는 순간과 일들이 강물처럼 흘러갔다. 희비애락도
있었고 무감각, 무의식으로 보낸 세월도 있었다.
오늘을 천시하며 살아오지 않았는가. 오늘 이야말로 보석 같은 순간임을 모르고 미래와 영 원만을
손짓하며 바라보고 지내오지 않았던가.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하고 귀한 줄도 모른 채 그냥 무의식 하게 보내 버리고 말았다. 12월이
면, 흔적 없이 보내 버린 모래알 같은 시간들을 생각한다.
12월은 일 년의 발자취가 보이고, 지금 이 순간 나는 정작 어디에 서 있으며,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알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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