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광고문의
연락처: 604-877-1178
   

최종수정 : 2023-06-12 09:13

박혜경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시원한 강 바람 불어오는 선창가 봄을 맞이하는 상춘객으로 들끓는다. 어느새 겨울옷 벗고 밝고 상쾌한 차림인 그들의 소곤거림과 웃음소리가 새어 나가고 있다. 난 아직도 거무튀튀한 겨울의 칙칙함을 몸에 칭칭 감고 있다. 그러나 햇살은 영락없이 봄을 쏟아내며 현란한 빛을 자랑한다. 냄새와 실 바람은 감미로운 아이스크림같이 영혼에 스며든다. 강 둑에 넘치는 자연의 유희는 찰랑이고 아득한 산 자락은 산봉우리 꼭대기 흰 눈을 마지막까지 고집한 채 열정으로 거머쥐고 있다. 똑같은 푸른 하늘이건만 다정함은 다른 것이어서 불어오는 봄바람에 애써 애꿎은 냉이, 달래, 쑥 내음 기억을 찾아 킁킁 댄다. 꽃비 흠뻑 맞은 나무 의자는 미동도 없이 자리를 지키며 누군가를 기다린다. 동물적 감각으로 뒤적이던 강 둑에서 고향을 건져 올려 보지만 태평양 간격만큼 아득하기만 하다. 이대로 그리움 숙명처럼 보듬어 안고 내내 살아가겠지.
  
  깃발을 들고 무언가를 선동하던 한 시대 속의 무리는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한 채 역사의 도도한 강물에 떠내려가 묘지의 한편이 되었다. 인간이 만들어 내는 문명은 계속 편을 가른다. 정치가 이념이 경제가 그리고 문화까지도. 어디서나 예외 없이 너와 나를 구분하며 대중을 선동하여 좁은 울타리 안에 줄을 세운다. 무디어진 감각과 이성의 마지막 노구를 만족하게 해 줄 대상을 찾아본다. 하지만 모국이란 어미의 품에서 떨어져 생경한 땅에서 영원한 이방인이 되어 속한 곳 없이 떠도는 유목민은 어디에서도 끼어들지 못한 채 훈수 들지 못한 채 삶 속에서 삐걱 인다. 일 년이면 반이 차가운 비에 장기까지 파고드는 냉한 기운은 타향살이에 뼈 마디 깊은 외로움과 을씨년이 탑을 쌓아 올린다. 차가운 겨울 강 줄기는 죽음을 연상시키며 희뿌연 자태로 흐른다. 사나운 태풍이 뿌연 강 위로 부유물을 퍼 날랐다. 강물은 차갑고 시리다.
  
  그러나 계절은 바뀌고 이내 봄이 찾아왔다. 어디선가 아련한 기억이 되살아난다. 어린 시절 개구리 잡으려 검정 고무신 벗어 들고 맨발로 디뎌보던 감각일까? 고무신에 담아 올린 송사리를 바라보며 어린 벗들과 우정을 쌓으며 까르르 터뜨린 웃음 속 인물들은 인적이 끊긴 지 오래다. 그래도 머리 위를 비추는 가녀린 오늘의 햇살은 다정하다. 화분에 심어 놓은 선인장이 어느새 쑥쑥 자라 밀도 높은 좁은 집이 되었다. 세상은 넓은데 공간에 가두어 둠이 미안하고 서로 몸을 비비고 있으니 얼마나 답답할까 하여 분 갈이를 해 주었다. 널찍하게 자리 잡은 모습에 그나마 숨통이 트인다.
  
  비좁은 나의 마음속에는 끝까지 포기하지 못하는 겸손으로 위장한 자기 사랑이 숨어있다. 아무리 감추려 해도 뼛속 깊이 흐르는 천성을 숨길 수 없나 보다. 자식이 묻는다. “인생은 무엇인가요?” “더 높은 곳에 오르렴” 나의 속내를 들키지 않으려 부단히 애쓰며 선으로 위장한 감춰진 욕망이 머리를 쳐 든다. 차마 내가 이루지 못한 꿈과 야망을 다음 세대에 은근히 전가하고 있다. 숨을 고르며 느린 걸음 걸어보라고 들려주어야 할 지혜는 머릿속에 지식으로만 남아있다. 숲 속을 기억해 본다. 그곳에서 주님이 오묘한 자연의 섭리를 가르치신다. 어지럽고 힘 부친 왜소한 삶에 오늘도 주님의 따스한 음성은 속삭임이다. 용기를 내어보라고. 삶을 인내하며 살아 보라고 그리고 감사를 잊지 말라고. 그래서 다시 삶을 향한 봇 짐을 꾸린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시월의 바다 2026.02.09 (월)
친구여 시월의 바다를 보러 가요에메랄드 번지는 바닷물 따라흰 돗이 기울듯 서툰 배는먼 항로를 찾아가고끝없는 햇살에 수평선이 눈부실 때젊은 꿈이 아직 말 못 하고 서 있지만해변의 잔돌들은 세월을 견디고여물어 가요겨울의 바다는 차가웁게 모두를 멀리하겠지요파도 속 산호는 빛을 잃고고기 때는 검은 투망을 피해 몰려다니고남겨진 조개들이 모래밭을 찾아 긴 행렬을 짓고검푸른 바위는 바다를 움켜쥐려고 울부짓을 거에요고동 소리를 담은...
김석봉
아버지를 찾아서 2026.02.09 (월)
  내 얼굴에도 인생의 흔적을 품은 고랑이 패기 시작하고 부모의 마음을 조금씩 헤아리게 되었다. 너 같은 딸을 낳아보라 하시던 엄마의 울분도 어느덧 내 것이 되었다. 그래서일까 50살이 넘어서야 집어 들었던 책이 있는데, 제목이 [아버지를 찾아서]이다. 아버지 없이 어린시절을 살아온 나였다. 그랬던 내가 저자를 따라 아버지를 찾아 나선 여정에 동행하였다. 나의 아버지도 찾을 수 있기를 희망했다.   일곱 살 때 우리 엄마와 아빠는...
김보배아이
말은 입체다 2026.02.09 (월)
  어느 환자를 두고,"암입니다. 6개월 생존율이 5%이고 현재로선 치료법이 없습니다."라고 말하는 의사 A와,"어려운 상황이긴 하나 현대 의학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니 조만간 좋은 치료 약이 나올 겁니다. 그때까지 저와 함께 버텨봅시다."라고 말하는 의사 B가 있을 때, 환자는 어느 의사에게 자신의 몸을 맡기고 싶을까.남편 중에도 A타입과 B타입이 있다. 아내가 저녁밥을 먹은 뒤 배가 살살 아프다고 할 때, TV 화면에 눈을 고정시킨 채 "많이 먹을 때...
정성화
     세 갈래 길     삼거리 이정표를 만나거든     세상살이의 이치여,     지나온 길 뒤 돌아 보게 하고     잠겨서 보이지 않는 길,     찾아야 할 희망을 가늠하며     마음 걸터 앉아 숨 고르는     쉼터 인 것을 알려 주구려.      삶이 한번이라도     등골이 휘는 세상살이를 일러     우연이라고 위로 해 주지 않듯   ...
조규남
“아빠, 뭐 보고 있어?”이른 아침, 아빠가 텃밭 가장자리에 쪼그리고 앉아 한 무더기 풀을 들여다보고 있었어요. 잠이 덜 깬 눈으로 쪼르르 달려가 아빠 등에 기대며 물었어요.“아고, 우리 호야 깼구나. 더 자지 않고?”“어? 텃밭 풀이 다 어디 갔어요?”내 키보다 훌쩍 자란 풀들이 감쪽같이 사라졌어요.“우와! 텃밭에 풀이 다 없어져 보기 좋아요. 어젯밤에 우렁각시가 다녀갔나 봐?”“우렁각시? 하하 맞네. 착한 우렁각시.”아빠가 호탕하게 웃으며...
이정순
바람 2026.01.30 (금)
  얼굴을 스치며 지나가는 바람이라도 만나서 마음속으로 얘기를 나눠보고 싶어 진다. 바람을 쐬러 산책길에 나선다. 머리카락, 피부에 스치며 지나가는 바람에 가슴을 열고 하늘을 본다.바람은 보이지 않으나 감촉을 느끼게 한다. 하루에 한 번씩 바깥에 나가 바람이라도 쐬어야 생기가 날 듯하여, 오후가 되면 산책길에 나선다. ‘바람을 쐬는 일’은 무슨 일인가? 나무 아래에 앉아서 스스로 물어보기도 한다.운동장을 몇 바퀴 걸으면 마음속으로...
정목일
이민 삼십 년 2026.01.30 (금)
이민자 낯선 땅에 뿌리내리려 할 때마다사람들은 내게 보이지 않는 눈금을 들이민다고향이라는 눈금, 학교라는 치수그들은 나의 과거를 재는 것이 아니라자신들이 밟고 올라설 사다리의 높이를 가늠하는 중이다골목마다 교회 숲을 이루는 도시절 향기는 댓돌처럼 차고 문지방처럼 높다교회의 찬송은 매끄러운 비단처럼 반짝인다사람들은 나를 그 화려한 그물 속으로 초대한다거절의 벽을 허물고 들어가 앉은 식탁 위에서나는 비로소 이방인의 허기를...
전재민
산에는산길에는해 오르고 달 오르는 길이 새롭다 산은철따라 외로움이 피고 지는꽃들의 터전 그리움이 울어넘는산새들의 고향이다 미움도 사랑으로 옷을 갈아 입는아라리 산길 산에 오르면제 마음 봄이되어발걸음이 가볍다 산은오를수록 제 안의 저를 알아가게 하는무언의 스승 그 산길에 오르며 배움이 깊다
유병옥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집도의는 캐나다에서도 이름 있는 Doctor라 했다. 수술실에 들어가니 남자가 7사람 여자 두 사람이 있다. 수술은 집도의와 보조의가 하겠지만 의대생들이 견학하는 걸 허락했던 것이다.수술은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 된듯하다. 수술을 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방광에 호스를 꽂아 소변을 받아내고 양팔 혈관에 주사바늘을 고정시켜 줄이 달려있다코로 호수를 따라 식사대용 영양제가 들어간다. 또 수술한 부위에도 호스를 넣어...
박병준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암이 자리 잡은 곳, 그 위치가 어디인가. 그게 중요하다.폐라면 힘 든다. 췌장이라면 수술이 어렵다. 급성으로 여러 군데 전이가 되었다면 걷잡을 수 없이 위험하다.내게 온 곳은 목이다. 후두암이라고도 한다. 그 자리는 어떤 곳인가?매우 정교하고 복잡한 부분이다. 거기는 기도(Air way)와 식도가 만나는 곳인데 코와 입을 통해서 공기가 들어오고 또 입에서 식도로 넘어오는 음식이 지난다.또 허파에서 나오는 공기가...
늘산 박병준
늘산 본인이 암 판정을 받고 수술을 하고 퇴원을 하면서 그간에 있었던 일들을 정리하고 싶습니다. 이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암에서 예방될 수 있는 일에 다소나마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면서 이 글을 시작합니다.암의 발견은 우연적일 수도 있고 필연적일 수도 있다.나는 우연적이라 생각하며 그나마 일찍 발견하였다는데 다행이라 생각한다.산에서 사람을...
늘산 박병준
다음페이지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