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광고문의
연락처: 604-877-1178

자라는 손주들과 할머니

김현옥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2-11-07 09:30

김현옥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최근 대학 동창 카톡방에 손주들을 돌보는 할머니들의 어려움과 애로 경험담들이 올려져서 동감하기도 하며 웃음이 나기도 한 일이 있다. 한 동창의 작은 딸네 손자가 너무 버릇없는 말을 해서 분노한 동창은 다시는 딸네 집에 안 간다고 선언했다고 한다. 다른 동창네 손자는 한글을 깨치자마자 자기 방문에 “노인 출입 금지”라는 글을 써 붙였다고도 한다. 이래저래 할머니의 손자 사랑이 아이들과 주파수가 맞지 않아 섭섭증이 생긴다고 한탄하고 있었다. 어렸을 때 재롱을 떨어 할머니를 기쁘게 해 주었던 것을 상기하면서 서운한 마음을 스스로 달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또 다른 동창네 손자는 일곱 살인데 요리에 관심이 커져서 주말에 할머니 집에 올 때마다 유튜브에서 공부한 요리를 한 가지 씩 한다고 한다. 반죽하고 만드는 것만 자기가 하고, 썰고 기름에 튀기는 것과 뒷설거지는 할머니에게 시킨단다. 시식 시켜주는 손자가 귀엽기도 하지만 힘들기도 하단다. 캐나다로 딸네 집을 도와주러 방문한 동창은 딸네 집 이사와 쌍둥이 손자들을 돌보는 일로 너무 힘이 들어 탈진 상태가 되었고, 고막이 터져 고생을 많이 하고 있다는 소식도 있다.

 우리 부부는 손주들이 태어나면서부터 옆에서 돌보아 주며 살아왔다. 출퇴근하는 내니가 있었어도 쌍둥이 손녀들을 일주일에 삼일 정도는 온종일 돌보아 주었다. 손자는 집에 아예 들어와서 거주하는 내니가 있게 되어 일주일에 두 번 오후에 만나 돌볼 수 있었다. 동화책 읽어 주고, 장난감 가지고 같이 놀아 주고, 밥 먹여 주며, 동네의 놀이터에서 놀며 돌보아 주었다. 감기에 걸려 프리 스쿨이나 학교에 못 가고 집에 있어야 하는 날 들에는 우리 부부가 손주들과 같이 지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어린 아기 때부터 돌보고 같이 지내는 시간을 많이 보내어 정이 많이 들은 손주들이다.

 요즈음에는 일주일에 한 번, 또는 두 번 학교에서 픽업하여 집으로 데리고 가고 있다. 집에 도착하기가 무섭게 손주들은 각자 자신의 랩톱 컴퓨터 앞에 앉아 화면을 보며 바쁘게 시간을 보낸다. 우리는 안중에도 없다. 학교에서 숙제도 컴퓨터를 사용하여서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큰 손녀는 책을 많이 읽어 도서관 사이트에 읽은 책에 관한 평론을 타이프 치며 올리기도 한다. 한번은 초등학교 4학년인 손자도 열심히 컴퓨터 화면에만 몰두하여, 게임을 하고 있다고 짐작하고, 귀가한 부모에게 이른 적이 있었다. 손자는 매우 마음이 상하여 숙제하고 있었다며 할머니에게 대단히 화가 난 적이 있었다. 그 이후 손주들이 무엇을 하는지 확인하기 전에는 말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손자는 가끔 할아버지와 오목이나 바둑을 두기도 한다. 전에는 손자와 같이 기타 연습을 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손자의 기타 연주 실력이 할아버지를 훨씬 능가한다. 필자는 차이니즈 체커를 손녀들과 하기도 했는데, 손녀들이 흥미를 잃어서 별로 하지 못하고 있다. 손녀들은 책을 읽는 데에 더 열심이다. 그저 간식으로 과일을 깎아서 주며 할머니의 역할을 하는 처지다. 그래도 Google Chat으로 소통하며 지내니 다행이다. 어린 손주들을 돌볼 때 힘들기도 했지만,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는데, 더 이상 우리의 돌봄이 필요치 않게 되어가니 서운하고 아쉬운 마음이다.

 요즈음에는 손주들과 디즈니 플러스에서 스타워즈 영화 시리즈와 animated 시리즈, Andor 시리즈, 아마존 프라임에서 The Rings of Power 시리즈, 마블 영화사에서 만든 Captain America, Thor, The Avengers, Iron Man, Spider Man, Doctor Strange 등의 영화 시리즈들을 같이 본다. 시청 후 plot, 인물 등에 관하여 소감을 나누고 있다. 최근에 아들네 집에서 음악을 들었는데, 큰 손녀가 인터넷에서 다운로드한 곡들이라고 하였다. 우리는 알아듣기도 어렵고, 공감할 수 없는 곡들의 노래였다. 우리 노부부와 손주들과의 간격이 커짐을 새삼 느끼고 있는 나날이다. 그동안 손주들에게 사다 주는 기쁨이 있었는데, 이제는 책들, 옷들도 본인들이 선택하여 구입하는 일이 많아졌다. 남편은 손녀들이 읽고 추천해 주는 영어로 된 책들을 읽으며 소통의 간격을 좁히고자 노력하고 있다. 머리카락 빠지니 그만 스트레스받으라고 충고해도 듣지 않는다.

 세월은 빠르게 흘러 귀여운 손주들은 소녀로, 소년으로 자라고, 우리는 나이 들며 연로해지고 있다. 오랜 세월 쌓인 경험과 지혜로 손주들의 든든한 지원자가 되기를 다짐한다. 자라고 있는 손주들과 함께하는 행복한 시간을 더욱 소중히 생각하며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손주들이 건강하고 지혜롭게 자라기를 기도 드린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선택 2025.11.24 (월)
  2016년 2월 12일, 나는 에어 캐나다의 서울행 비행기에 있었다. 어제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급하게 자리를 하나 구해서 다음날 출발할 수 있었다.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까지 화장실에 가지 않았다. 급한 대로 나에게 벌을 내리고 싶었다. 밤을 헤치고 달려서 도착한 오랜만의 인천 공항은 익숙하지 않았다. 익숙한 한국어로 물어물어 공항을 빠져나왔다. 연락받고 공항까지 마중 나온 친구들의 도움으로 도착한 장례식장에서 생각과 달리 눈물이...
예종희
한 해를 보내며 2025.11.24 (월)
한 해를 보내며                     로터스 정병연 지나온 세월이여 그대는 내 마음에 깊이 머무네푸른 하늘 아래 서서 햇빛이 내리는 곳에서 나는 한 송이 꽃이 되어 열심히 피어났노라 흔들린 꽃잎 위에 지나온 시간이 내려앉고 기쁨도 슬픔도 모두 빛이 되어 나를 채웠네오늘도 감사하노라 여기까지 걸어온 길 땀과 눈물로 일군 날들 모두가 축복이었음을 이제 한...
로터스 정병연
  요즈음 예전에 손주들과 같이 지내며 찍은 사진들을 보면 남편도 나도 그때는 이렇게 젊었었구나 하고 새삼 놀란다. 10년 전 사진을 보면 완전히 젊은 청장년 같고, 불과 2, 3년 전에 찍은 최근 사진들도 지금의 모습보다 훨씬 젊어 보인다. 아니, 언제 이리 늙어진 것인지 세월이 날아가는 것 같다.   청 중년에서 장년으로 되면서 늙어 간다는 것을 별로 느끼지 못했는데, 70세가 넘으면서 거울 속에 비치는 많은 흰머리와 약해진 피부 탄력에...
김현옥
소망의 씨앗은청춘 언저리에 쌓여들썩거리는데노안의 이 가슴은씀벅씀벅 아리다 뭉게구름 몽실 그리움 피우고낙심의 구름 회색 물로 울먹이고절망의 구름은 먹물을 토해 놓고무거워진 솜털 기다림으로 말린다 하늘에 사는 구름도저리 갈팡질팡하는데땅에 사는 우리네오죽하겠는가 우리, 그저바람 먹고 구름 보고꽉 찬 욕심에 쓰린 가슴 뒤집어로키의 침묵 속에 부려 놓고까짓거 나를 잊는 것도 좋으리나를 지우면 너가...
한부연
누가 쏘았을까독침 날아와심장에 박힌다벌떼는 귓속에까치는 머리에 살아서내 안에 서러운 항아리괜찮다 괜찮다고 말해본다아니다 아직은 아프다불면의 따가운 눈잿빛 거리를 서성인다보라눈보라 치는 날의 쥐똥나무를각 세워 몸통 잘린 채로홀로 푸르르다시렁 위 등불 켜고천 길 아래로 무릎 꿇고옹이진 마음 비워내던 날길모퉁이 키 작은 그 나무나를 보고 말한다산다는 것은 견디는 것이라고꾸욱하얀 그 꽃향기 가슴에 찍힌다.
김계옥
코다리의 추억 2025.11.14 (금)
  캐나다 사람에게 연어가 국민 생선이라면 한국인에게는 명태가 그러하다. 이전엔 명태가 흔하여 보통 서민들의 식탁을 독점해 왔지만, 언젠가부터 그 자리를 뒤로 물러설 만큼 요즘 우리나라 근해에서 명태잡이는 수월하지 않다. 마치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여 각종 아날로그 장비와 절차가 사라져 버린 것처럼 이젠 동해안 명태잡이는 옛말이 된 지 오래다. 알다시피 지금은 러시아산이나 일본산에 의존하여 소비를 충당하고 있다. 그다음으로...
양한석
쿠션 언어 2025.11.14 (금)
  가르치는 학생으로부터 나의 말투에 대한 불만을 들은 적이 있다. 선생님은 우리들의 말에 너무 즉각적으로 부정적인 답을 하는 편이라서 무안하고 서운할 때가 많았다고 했다. “내가 정말 그랬나” 하며 고개를 갸우뚱거리자 학생은 내 말을 흉내 냈다. “안 돼”, “그건 아니야”, “말도 안 되는 소리” 등. 그 말들은 쌀쌀맞고 공격적으로 들렸다. 어떤 상황에 대해 빨리 의사를 밝히려다 보니 상대방을 미처 배려하지 못했던 것 같다....
정성화
부탁 좀요제발 바짓단 좀 걷으래요세상이 불편한 평발그냥… 아무거나 좀 주세요제발 발 발 좀 주세요아니 동그라미세 개쯤그거 신으면 나도 굴러갈 수 있을 것 같아요움직이지 않으면 뿔나요진짜로알고 보면 신앙 비슷한 뿔괜히 생겼다가방향도 없이 커지는 고집 같은 것한 번 주저앉으면세상이 미는 대로도 안 가요움직임이 나를 밀어도나를 꺾지 못하는 믿음이 있죠꼭대기는 늘 떨려요정점은 나래처럼 흔들리고누군가는 거기서매일...
하태린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집도의는 캐나다에서도 이름 있는 Doctor라 했다. 수술실에 들어가니 남자가 7사람 여자 두 사람이 있다. 수술은 집도의와 보조의가 하겠지만 의대생들이 견학하는 걸 허락했던 것이다.수술은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 된듯하다. 수술을 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방광에 호스를 꽂아 소변을 받아내고 양팔 혈관에 주사바늘을 고정시켜 줄이 달려있다코로 호수를 따라 식사대용 영양제가 들어간다. 또 수술한 부위에도 호스를 넣어...
박병준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암이 자리 잡은 곳, 그 위치가 어디인가. 그게 중요하다.폐라면 힘 든다. 췌장이라면 수술이 어렵다. 급성으로 여러 군데 전이가 되었다면 걷잡을 수 없이 위험하다.내게 온 곳은 목이다. 후두암이라고도 한다. 그 자리는 어떤 곳인가?매우 정교하고 복잡한 부분이다. 거기는 기도(Air way)와 식도가 만나는 곳인데 코와 입을 통해서 공기가 들어오고 또 입에서 식도로 넘어오는 음식이 지난다.또 허파에서 나오는 공기가...
늘산 박병준
늘산 본인이 암 판정을 받고 수술을 하고 퇴원을 하면서 그간에 있었던 일들을 정리하고 싶습니다. 이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암에서 예방될 수 있는 일에 다소나마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면서 이 글을 시작합니다.암의 발견은 우연적일 수도 있고 필연적일 수도 있다.나는 우연적이라 생각하며 그나마 일찍 발견하였다는데 다행이라 생각한다.산에서 사람을...
늘산 박병준
다음페이지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