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심현숙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2-01-04 10:17

심현숙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펜데믹 상황에 잘 지내고 계시나요?
 
 새해가 되면 언제나 의례적으로 덕담처럼 주고받는 인사,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신년인사말이 올해는 쉽게 나오질 않는다. 조상대대로 내려오는 평범하면서도 확실하게 한해를 축복해주는 이 인사말이 지쳐 있는 우리들에게 왠지 편안하게 들리지 않을 것 같다.
작년 3월 중순 전 세계 재앙인 ‘코로나 19’라는 신종 바이러스가 인간들에게 엄습해올 때 정말 무서웠지만 이렇게 오래 가리라고는 예측 못했다. 이 순간도 계속 변이 바이러스가 발생하면서 우리를 위협해오고 있으니 두렵기만 하다. 우리는 어디에 희망을 걸어야하는가.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달나라 여행을 목전에 둔 인간이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는, 하물며 냄새도 맡을 수 없는 미세한 바이러스에 쩔쩔 매는 걸 보면 정말 맥이 빠진다. 인간이 얼마나 무력한가 한계를 느낀다.  

일상이 중지된 상태에서 사람들은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위드(with) 코로나’를 택했다. 그러나 확진자가 급증하다보니 세계가 진퇴양난을 겪고 있다. 일상으로 가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용기를 냈으나 역시 예상대로 험난하기만 하다. 일상회복으로 가던 길을 다시 멈추고 오던 길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삶은 또 다시 정지되는 건가. 비즈니스나 학교, 종교생활이 마비된 채 우리들은 의욕을 잃고 패잔병처럼 하루하루를 힘겹게 걸어갔다.
 병원이나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던 환자들은 예고도 없이 문이 닫히고 가족들을 못 만나게 되었다. 하루아침에 생의 원동력이 되어준 가족들을 볼 수 없게 되자 삶의 끈을 놓고 떠나신 분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또 팬데믹으로 생명을 잃은 사람들이 온 지구상에 마치 쓰레기더미 마냥 매장되었던 참혹한 상황을 우리는 매체를 통해 봤다. 어느 전쟁보다도 비참했던 이 재앙을 우리는 어찌 받아들여야 하는가. 우리에게 주어진 건 길고도 긴 침묵의 시간이다. 소통이 두절되고 사람을 피하게 되는 기피증과 오래 가족을 못 본데서 생기는 가족 간의 거리감이다. 사랑이란 멀리서 그리워하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서 손 마주 잡고 희로애락을 함께 하는 것인데 몇 년씩 보지를 못하니 전시를 방불케 한다.
 하루하루 벌어서 살아가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생명 줄이 막히고, 회사가 문을 닫고, 그래서 일상이 무너지다 보니 막다른 골목에서 삶을 정리한 가장들도 있다. 앞으로도 또 다른 유행병이 이 지구상에 오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이 모든 재앙은 어디서부터 왔는가. 인간은 자연을 침범했고 침범 당한 자연은 인간과 가까이 살게 되면서 사람들은 혹독한 대가를 치룬 셈이다. 이제부터라도 우리가 자연을 보호하지 않으면, 병든 자연을 살리지 않으면 이 지구는 멸망하고 만다. 여기저기서 독성을 품어내고,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녹으면서 지구의 해수면이 점점 상승하다 보면 이 지구상의 생명체는 어찌 될까. 코로나는 지구환경을 훼손하는 인류에 대한 경고이다.
 우리는 지구환경의 심각성을 알면서도 고민하려 하지 않았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우리 집 차고에 몇 개의 빈 상자를 놓고 분리수거를 철저하게 하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수거해가는 재활용에 해당되지 않는, 쓰레기통에 넣을 수밖에 없는 비닐봉투(늘어 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분리), 스티로폼, 건전지, 복용하고 남은 약, 알루미늄과
스테인리스 제품, 기름병, 책등을 분리하여 어느 정도 양이 모아지면 재활용 센터에 갖다 준다.

 두 번째는 과다한 육류 소비를 줄인다. 소나 돼지 양과 같은 가축의 방귀나 트림, 배설물에서 발생한 메탄이 지구 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은 말할 것도 없고 얼마나 자연을 훼손하는 지 우리는 익히 알고있다. 
세 번째 내가 지킬 수 있는 것은, 머리에 사용하는 스프레이를 뿌리지 않는다. 오존층을 파괴하기 때문이다. 그 다음은 병물을 사지 않는다. 외출 시에는 물을 휴대용 물통에 담아간다. 일회용이 아닌 스테인리스 빨대를 사용한다. 앞으로는 시장에 갈 때 장바구니나 쇼핑백을 2-3개 가지고 다닐
생각이다.
 나 혼자 실천한다고 뭐가 되겠나 싶지만, 한 사람, 한 사람 시작하다보면 점차 변화가 생길 것이다. 차고에 모아진 재활용품을 보면 생각보다 양이 많아 놀란다. 무엇보다 주의할 점은 깨끗하게
세척해서 모아야한다. 그리고 우리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상황을 보고만 있을 것이 아니다.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우울증을 막고 활력을 만들어본다. 운동을 해서 건강을 챙긴다. 그동안 못 읽었던 성경이나 책을 본다. 인터넷 매체를 통하여 좋아하는 공부도 한다.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전화로 안부를 전한다.
줌(zoom)으로 흩어져 사는 가족들과 만난다. 어려운 이웃이 있는 가 살핀다. 무엇보다 고난의 시기에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는 지혜를 구해야한다. 이러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밝아지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것이다.
 
 사람들은 때때로 일상의 테두리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충동을 느낀다. 이렇듯 탈출하고 싶었던 일상이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일상을 상실한 후에야 그 평범했던 나날이 큰 축복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그 일상을 다시 찾기 위해, 모든 걸 내려놓고, 절제하고, 포기하고, 그리고 가난도 이겨내야 한다. 그래서 이 팬데믹 상황을 보다 단단한 내일을 맞는 주춧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추운 겨울이 가면 따뜻한 봄이 오듯이, 이 길고 긴 어려운 시기도 분명 지나갈 것이다.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조금만, 조금만 더 힘을 내 인내하며, 사랑하며, 그리고 방역수칙을 잘 지키며 견딘다면 이 또한 지나가리라.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엄마의 빨랫줄 2024.05.27 (월)
그 시절 엄마는아침 설거지 마치고이불 홑청 빨래를 하곤 했다커다란 솥단지에 폭폭 삶아돌판 위에 얹어 놓고탕탕 방망이질을 해댔다고된 시집살이에마음의 얼룩 지워지라고부아난 심정 풀어보려고눈물 대신 그렇게 두드렸을까구정물 맑아진 빨래를마당 이편에서 저편으로말뚝 박은 빨랫줄에 널어놓으면철부지는 그 사이로 신나서 나풀댔다부끄러운 옷까지 대롱대롱 매달린울 엄마 늘어진 빨랫줄은 마음의 쉼터옹이 지고 구겨진 마음이훈풍에...
임현숙
천국의 삶 2024.05.27 (월)
 매일 아침 잠에서 깨어 일어나는 시간은 오전 6시경이다. 일어나자마자 수영가방을 챙겨 들고 가까운 스포츠센터인 짐(Gym)으로 운동과 수영을 하러 간다.   봄이 무르익어 어느덧 가로수들이 짙은 연녹색이며 꽃나무들이 한창이다. 1시간 30분 정도 체력운동과 수영을 마치고 나오는데, 주차장 한켠에 인도인으로 보이는 가족들이 차에서 내리는 것을 무심코 바라보았다. 그중 한 명이 30~40대로 보이는데 자그마한 체구에 얼굴은 좀 예리하게...
이종구
  오월 화창한 봄날에 충남 예산군 신암면 용궁리에 있는 추사고택秋史古宅을 찾아갔다. 조선 후기 대표적인 주택일 뿐 아니라, 조선 말의 문신으로 실학자, 서화가였던 추사 김정희를 마음으로 만나고 싶었다. 옛 주택은 배산임수背山臨水를 염두에 두고 지어졌다. 앞으로 펼쳐진 넓은 평야에 낮게 솟은 740m의 용산이 배산背山이 되고, 삼교천을 임수臨水로 삼은 추사 고택은 충남유형문화재 제43호로 지정돼 있다. 이 집은 추사의 증조부...
정목일
풍경 소리도 기도 2024.05.27 (월)
절 집 처마 끝물고기 한 마리느릿느릿 헤엄치고대웅전에 든 나의 벗엎드려 드리는 기도그 염원 깊고 깊은데앞 산 푸른 허공에걸렸다흩어지고흔적도 없다다시 밀려오는 구름에자맥질하는 물고기허공이 물속인 듯물속이 허공인 듯달강달강 기도하는달강달강 풍경소리
정금자
보리누름 2024.05.22 (수)
감꽃 피는 긴 해에새털구름 깔리고봄 가뭄 길어지니냇물허리 잘록한데찔레꽃향기 퍼지는하얀 봄날 어신 때아지랑이 현기증을풋보리로 넘은 고개풀칠 힘든 살림에해는 어찌 더디던고애틋한 배고픈 설움서로 기대 씻은 봄
문현주
어느날 갑자기 2024.05.22 (수)
2024년은 나에게 특별한 해이다. 캐나다 생활 32년만에 정말 꿈같은 일이 이루어졌다.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지인이 한국 생활 9년만에 캐나다로 돌아와서 당분간 지내보겠다고 연락이 왔다. 그 후 나와 아내는 그분들에게 “금방 거주할 곳이 없으면 호텔 대신 우리집으로 오면 어떻겠느냐?”고 제안을 하였더니 서로 좋겠다고 하여 우리 두 가정은 7개월 동안 서로 집을 바꾸어 살기로 하였다.  이렇게 이야기가 된 지 보름만에 그들 부부는...
김유훈
주문 2024.05.22 (수)
토요일 오후 퇴근 길에 스타벅스 커피점을 지나면서 음료를 주문하려고 들렀다. 집에 있는 가족들이 생각나서 각자 먹고 싶은 메뉴를 보내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각자 원하는 음료를 시켰는데, 아내와 큰 아들의 간단한 메뉴 선정과는 달리 딸아이의 기다란 메시지 답장이 왔다.‘그란데 사이즈로 차가운 차이 라떼 한 잔.추가 선택 사항으로는 얼음은 약간, 차이 펌프는 2번만, 블론드샷으로 에스프레소 추가, 그리고, 귀리 우유’메시지를 다 읽고도 한...
정재욱
할머니의 우산 2024.05.22 (수)
얼룩진 우산 만큼 제각기 사연을 가지고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무거운 짐도 마음의 짐도 잠시 내려 놓는다낯선 할머니 한 분버스를 타려는 한 아주머니 우산을 챙겨주고비 옷 입고 서 있는 내게도 자꾸만 기우려 주신다하나 둘 씩 버스는 떠나가고할머니는 누군 가를 기다리는지내리는 사람들 눈치를 살핀다부슬 부슬 내리던 비는 그치고저녁 햇살이 정류장을 비추자불그레진 할머니는 갑자기 환하게 웃으신다구부정한 할머니가 손자와 함께우산을...
유우영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집도의는 캐나다에서도 이름 있는 Doctor라 했다. 수술실에 들어가니 남자가 7사람 여자 두 사람이 있다. 수술은 집도의와 보조의가 하겠지만 의대생들이 견학하는 걸 허락했던 것이다.수술은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 된듯하다. 수술을 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방광에 호스를 꽂아 소변을 받아내고 양팔 혈관에 주사바늘을 고정시켜 줄이 달려있다코로 호수를 따라 식사대용 영양제가 들어간다. 또 수술한 부위에도 호스를 넣어...
박병준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암이 자리 잡은 곳, 그 위치가 어디인가. 그게 중요하다.폐라면 힘 든다. 췌장이라면 수술이 어렵다. 급성으로 여러 군데 전이가 되었다면 걷잡을 수 없이 위험하다.내게 온 곳은 목이다. 후두암이라고도 한다. 그 자리는 어떤 곳인가?매우 정교하고 복잡한 부분이다. 거기는 기도(Air way)와 식도가 만나는 곳인데 코와 입을 통해서 공기가 들어오고 또 입에서 식도로 넘어오는 음식이 지난다.또 허파에서 나오는 공기가...
늘산 박병준
늘산 본인이 암 판정을 받고 수술을 하고 퇴원을 하면서 그간에 있었던 일들을 정리하고 싶습니다. 이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암에서 예방될 수 있는 일에 다소나마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면서 이 글을 시작합니다.암의 발견은 우연적일 수도 있고 필연적일 수도 있다.나는 우연적이라 생각하며 그나마 일찍 발견하였다는데 다행이라 생각한다.산에서 사람을...
늘산 박병준
다음페이지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