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치명적 1초

박성희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1-12-20 09:17

박성희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미쳤어. 미쳤어. 어떡해. 어떡해.
  내가 사람을 치다니. 믿을 수가 없어.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내 인생 이대로 끝인가. 여태 남에게
피해주는 일은 절대 하지말자며 묵묵히 잘 살아왔는데. 한순간 물거품 되다니. 천벌 받을 죄인이
되다니. 제발 다시 1초 전으로 되돌아갔으면.
  눈앞이 캄캄했다. 머릿속이 하얗다. 나를 용서할 수 없다. 사람을 쳤으면 바로 차에서 내려
확인해야 하는데 몸이 말을 듣질 않는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다리가 덜덜 떨렸다.
  쾅쾅쾅, 어디선가 목격자가 달려와 차 창문을 깨부술 듯 친다.
  “사고 냈으면 빨리 나오지 않고 뭐해요? 경찰 부르라고요.”
  누가 신고했는지 금방 경찰차가 몰려왔다.
  그래, 난 이제 감옥행이야. 죽을 죄 지었으니 벌 받아야지. 분명 내 차가 사고를 냈어. 누군가가
악, 소리 내며 탁 부딪쳤고 차 밑으로 빨려 들어갔어. 내 잘못이야. 백퍼센트 내 실수라고.
  아니, 아니야. 내가 뭘. 난 그냥 노란불만 보고 달렸어. 달릴 때 초록 불에서 노란불로 바뀌면 얼른
달리라고 교육 받았다고. 근데 왜 사고가 나. 나 잘못한 거 없어. 정신 차리고 운전 했단 말이야.
근데 어떻게 된 거지. 봐, 저기 사고지점에 횡단보도가 있어. 웬 횡단보도? 난 분명 횡단보도를 못
봤어. 초록불도 못 봤단 말이야.
  공포가 밀려왔다. 이순간이 그냥 악몽이었으면. 이 상황을 어떻게 빠져나가지. 빼도 박도 못할
현실을 도망치고 싶었다. 곧 내손에 수갑이 채워지겠지. 이제 누가 내 어린 새끼를 돌봐주지. 내
인생 이렇게 끝나면 안 되는데.
  제발, 다시 사고 1초 전으로 되돌아갔으면... .
  그런데, 내 차 밑에서 누군가가 기어 나와 꾸벅 인사를 한다.
  “아줌마, 죄송해요. 저 괜찮아요.”
  어떻게 된 일이지. 잘못됐다고 믿은 사람이 잘못했다고 인사를 하다니. 아, 하느님 지금 이
상황은 꿈인가요. 생시인가요.
나는 부리나케 꿈인지 아닌지를 확인하기 위해 차에서 내려 방금 그 사람을 꼭 안았다. 그는 9살
남자 초등생이었다.
  경찰들은 어느 결에 주변 상황을 파악, 촬영하고는 나를 경찰서로 불러들였다. 생전 처음 내
잘못으로 경찰서에 왔다. 아이는 근처 종합병원에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CT촬영과 MRI, 온갖
검사를 하러 갔다.
  나는 아주 오랫동안 그곳에 머물러 그들이 묻는 질문에 답변하고, 계속 뭔가를 쓰라고 해서 썼다.
  수 시간이 흐르자, 아이와 아이엄마가 경찰서로 왔고, 아이의 검사 결과가 나왔다.
  “아이가 다친 데가 한군데도 없네요. 감사하게 생각하세요.”
  나는 연신 머리 숙여 죄송하다는 말을 했고, 아이를 다시 꼭 안았다.
  그날 사건은 내가 초보운전 3개월 때, 자신만만하게 친구를 만나러 광주에서 성남에 갔고,
그녀와 놀다 그녀가 데려다 달라는 곳까지 내려주고, 1키로 지점 3거리를 달리던 중 노란불이
켜져 얼른 달렸고, 그 20미터 지점에 또 노란불 켜져서 달렸는데, 나는 거기에 차마 건널목이
있다고 전혀 생각도 못했을 뿐더러 보지도 못했다. 건널목을 막 지나는 사이 초록불이 켜지자마자
내 차 옆에 서있던 아이가 길 건너 태권도 차를 타려고 마구 달렸다가 내 차와 부딪혔다.
  나는 아이를 못 봤고, 아이는 내 차를 못 봤다. 나는 오로지 노란불만 봤고, 아이는 태권도 차만
봤다. 나는 시선을 멀리해서 건널목을 살폈어야 했고, 아이는 초록불이 켜지고 하나 둘 셋만 세고
건넜다면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터였다.
  내가 1초 빨리 아니, 1초 늦게 달렸거나 아이가 1초 늦게 뛰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목격자는 아이가 오른쪽 차 범퍼에 부딪히고 공중으로 붕 떴다가 내 차 밑으로 들어갔다고
말했다.
  언제 어디서든 위험 상황 돌발과 사람의 생사를 망각한, 교만심으로 전후좌우 멀리까지 똑바로
보지 못한 운전이었다. 차는 그저 사람을 편안하게 하고, 이동수단으로 으뜸이라고만 생각했지,
순간 사고로 여러 사람에게 고통을 주는 도구일수도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그 치명적 1초, 행불행 지옥과 천국의 갈림 길.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엄마는 매사에 철저했다. 그리고 당신 나름대로 반드시 지키는 원칙이 있었다. 여덟 식구가 아버지의 군인연금으로 근근이 끼니만 해결하던 시절, 엄마는 아버지 연금이 들어오는 날이면 늦은 밤에라도 부식가게의 외상값을 갚으러 갔다. 내일 아침에 갖다 주면 되지 않느냐고 아버지가 말했지만,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집을 나섰다. 엄마의 철저함은 돌아가시기 직전에 내민 통장으로도 증명되었다. 세 개의 통장 중 한 통장 앞면에는 ‘장례식...
정성화
밤의 날개 2026.04.03 (금)
고요가 조용히 날개를 펼칩니다팔랑이는 이파리처럼, 이파리의 날개처럼신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산비둘기들이 마을로 내려옵니다내려와 잠드는 내 집 처마 끝에달빛을 비춰줍니다고요의 숨소리가 들립니다달빛도 긴 그림자의 그늘을 접고나뭇가지에 어깨를 걸치고 앉아고요가 잠든 집을 지켜줍니다 고요가 조용히 일어나 잠들려는 나를살짝 깨웁니다눈뜬 별들의 바다가 깊습니다나도 살짝 별들의 어깨에 기대봅니다잠이 다...
이영춘
기념우표 2026.04.03 (금)
광화문 갈 때면 우표를 샀다참나리 쑥부쟁이 복수초 전집내겐 그래도 꽃보다 여인이었고꽃을 꼽지 않아도 내 사랑의 우아함이 전송되는게 중 잘난 우표 하나 뽑아 들고이제 더 이상 그립지 않다는 듯편지 봉투 한 모퉁이에 첨부했다보고 싶을 땐보고 싶어 미친 그리움가슴팍에 먹먹하더니겨우 사랑한다는 말 하나우표 하나에 부탁하고나는 멀쩡하다 흉내 한번 내봤다사람이 지나가면추억이 남는다지만우표가 지나가면가격표를 남긴다발품해 수집한...
김경숙
해외 집회를 인도하러 갈 때마다 나는 하나님의 놀라우신 섭리를 새롭게 깨닫게 된다. 집회에서 말씀을 전하고, 내가 겪었던 아픔과 고통을 간증으로 나눌 때 많은 영혼들이 위로를 받고 다시 소망을 얻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럴 때마다 하나님께서 우리의 삶을 통해 얼마나 깊은 뜻을 이루어 가는지를 느낀다. 우리의 눈에는 고통과 어려움으로 보였던 시간조차 하나님께서는 누군가를 위로하고 살리기 위한 은혜의 통로로 사용하고 계신다는 사실을...
박명숙
아들아 2026.03.27 (금)
탯줄이 우리를 연결해 주고그 고리마저 흔적만 남기고 떨쳐냈지만오묘한 사랑의 영향은 계속 흘러 가고 다리 마디마디 여물어지고가느다란 팔 두터워지는 너를 보며내 가슴속 사랑이 차곡차곡 쌓아 가는구나 영글지 못해 귀여움이 오동통한손등에 달콤한 과일 향 맡으니사랑이 배불러 차오르며 새근새근 잠든 너의 코끝을 마주대면숨소리는 희망을 알리는 알람 되어사랑의 기적을 전달해 주는구나
김윤희
까치까치 설날은 2026.03.27 (금)
까치걸음으로 살금살금, 할머니 방에 들어간다. 오동나무 반닫이 3층장을 조심스레 연다. ‘이거, 내 색동저고리!’ 손가락을 꼽아본다. 설날까지 몇 날이나 남았나.  동지 지나 섣달이 들면 할머니는 가마솥에 장작을 때 하루 종일 조청을 고셨다. 안방 아랫목이 설설 끓어 콩댐으로 길들인 노르스름한 장판이 탈까 봐 놋대야에 찬물을 담아 이리저리 옮기셨다. “아가”하고 부르시면 나는 냉큼 달려가 장독대 뚜껑을 뒤집어 들고 섰다....
김아녜스
선택은 중요하다 2026.03.27 (금)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 우리는 이미 선택을 시작한다.일어날 것인가, 조금 더 누워 있을 것인가. 창문을 열 것인가, 그대로 둘 것인가. 커피를마실지, 물로 하루를 시작할지. 그런 사소한 선택들이 겹겹이 쌓여 하루가 되고, 그 하루들이모여 인생이 된다. 그러나 우리는 대부분 그것을 선택이라 부르지 않는다. 그저 늘 그래왔다는 이유로, 익숙하다는 이유로 하루를 산다. 그래서 가끔은 삶이 내가 정한 방향이 아니라, 어디선가 밀려와 떠내려가는...
우제용
청개구리 2026.03.27 (금)
예쁘기도 하여라봄 풀 돋아난 마당여가 저기 고운 초록색폴짝 폴짝 뛰어다니는 청개구리어른 엄지손톱만한 쬐그만 것이윤기나는 작은 나뭇잎처럼파라솔 위에도 제라늄 화분에도 붙어있다열린 현관으로폴짝 아기 신발코에 앉아사방을 두리번 두리번꼬리치는 강아지 기척에 놀라포올짝 현관 문 위로 뛰어오르는높이뛰기 선수볼롱 볼롱 턱 부풀리며 숨 할딱인다고놈, 참, 어디서 왔을까?신기하가도 하여라
임완숙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집도의는 캐나다에서도 이름 있는 Doctor라 했다. 수술실에 들어가니 남자가 7사람 여자 두 사람이 있다. 수술은 집도의와 보조의가 하겠지만 의대생들이 견학하는 걸 허락했던 것이다.수술은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 된듯하다. 수술을 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방광에 호스를 꽂아 소변을 받아내고 양팔 혈관에 주사바늘을 고정시켜 줄이 달려있다코로 호수를 따라 식사대용 영양제가 들어간다. 또 수술한 부위에도 호스를 넣어...
박병준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암이 자리 잡은 곳, 그 위치가 어디인가. 그게 중요하다.폐라면 힘 든다. 췌장이라면 수술이 어렵다. 급성으로 여러 군데 전이가 되었다면 걷잡을 수 없이 위험하다.내게 온 곳은 목이다. 후두암이라고도 한다. 그 자리는 어떤 곳인가?매우 정교하고 복잡한 부분이다. 거기는 기도(Air way)와 식도가 만나는 곳인데 코와 입을 통해서 공기가 들어오고 또 입에서 식도로 넘어오는 음식이 지난다.또 허파에서 나오는 공기가...
늘산 박병준
늘산 본인이 암 판정을 받고 수술을 하고 퇴원을 하면서 그간에 있었던 일들을 정리하고 싶습니다. 이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암에서 예방될 수 있는 일에 다소나마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면서 이 글을 시작합니다.암의 발견은 우연적일 수도 있고 필연적일 수도 있다.나는 우연적이라 생각하며 그나마 일찍 발견하였다는데 다행이라 생각한다.산에서 사람을...
늘산 박병준
다음페이지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