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고난 / 제8회 한카문학상 산문부문 버금상 수상작

한승탁 bhn@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0-04-07 08:49

한승탁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고난, 고생, 어려움 등 힘들다는 말을 좋아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삶속에서 이러한 어려움을 피해갈 수 없음을 알고 순종하면서 극복해 나가는 것이 인생일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고난은 인간에게만 있는것인가? 이러한 어려움이 오로지 인간의 삶에서만 있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을 여러가지 자연에서 발견하였다. 

 

언제인가 자연에게 고난에 대하여 질문할 기회를 가졌었는데 자연 또한 녹녹히 않은 삶이라 말했다. 나무가 말하였다. 겨울의 추운 날씨에 온몸이 꽁꽁 얼어 거의 죽음 일보 직전이었는데 봄의 생수와 기운을 마시고 살아나서 봄철의 따스한 햇빛에 꽃봉오리를 만들고 꽃을 피우면서 좋아했다. 그런데 별안간 꽃을 샘하는 꽃샘 추위가 찬바람과 함께 어떤 때는 눈보라와 함께 불어닥치기 때문에 꽃이 얼거나 떨어지고 새로 나온 봉오리가 얼어 동상을 입었다고 고초을 토로했다. 


그리고 늦은 여름이나 가을철에 태풍이라는 강한 비바람이 불어 닥쳐오면 그동안 열심히 일하여 키워온 나뭇잎이 떨어지고 가지가 부러지고 심하면 나무가 뿌리 채 뽑혀 죽음을 가져오는 고난이 있다고 불평하였다. 그러자 옆 발 밑 근처에 있는 이름 모를 미물의 벌레가 말했다.“아이구 우리들도 고생이 많아요! 봄, 여름, 가을은 비교적 행복하여 알도 낳고 자식들을 키워왔는데 가을부터 거의 매일 내리는 차디찬 비바람 때문에 감기에 걸리고 온도가 영하로 내려가면서 낙엽으로 덮은 이불도 얼어붙어 추워서 얼어 죽는 이가 많다.”고 했다. 


그러면 인간도 벌레도 나무들도 세상을 살면서 고생을 하는데 그럼 고난이 없는 것은 없을까? 하며 주위를 둘러보니 땅위에서 요지부동 잠만자고 있는 돌이 보였다. 나는 돌은 땅 위에 있거나 땅속에 묻혀 있고 생명이 없으니 새싹이 나서 자라고 죽는 삶의 싸이클이 없어 고생이 없을 것이라고 말하였다. 그러자 억울하다는 듯이, “아이구 모르는 소리 말아요! 우리도 몸이 깨지고 갈라지고 가족이 헤어지는 고난을 당하고 죽을 때가 있습니다”라고 말하였다. 깜짝 놀라 왜 무생물인 돌도 고난이 있느냐고 물으니 답했다. 돌을 잘라 장식품으로 만드는 석수장이들이 가족과 함께 똘똘 뭉쳐 잘 지내고 있는 우리를 끌이가 뭔가를 오햄머로 내려쳐 강제로 이산 가족을 만들어 헤어지게 한다고 불평했다. 


그리고 몸에다 압축공기 드릴이라는 것으로 달달달 깊은 구멍을 낸 뒤에 다이나마이트라는 화약을 장전하여 폭파시켰다. 그 후 그라인더나 다이아몬드 톱날로 자르고 갈아서 자기들 마음대로 모양을 바꾸면서 우리 몸의 살을 베고 뼈를 자르는 고통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구나 무생물이라고 생각했던 돌들도 이처럼 고초를 당하는구나 생각하면서 철이나 황금성분이 들어있는 철광석과 금광석을 생각해 보았다. 일차로 광부들이 이들 몸에 구멍을 낸 후후 다이나마이트 화약을 이용하여 깊은 땅속에서 잠자던 이돌들을 깨우는 것을 필두로 폭파시키는 천지개벽을 가져왔다. 


그 후 그것도 모자라 이들을 착압기라는 기계를 이용해 산산조각 잘라내 탄광안에서 작은 차를 이용해 밖으로 운반한 후 큰 기차에 싣고 제련소로 납치해갔다. 여기서 용광로라는 몇천도 되는 불 가마 속으로 들어가 온몸이 녹아내리는 지옥의 고통을 겪었었다. 이것이 끝인가 했는데 몸속의 불순물을 제거한다고 여러차례 지옥의 용광로를 들락날락하면서 99.9프로의 순금을 만든다 거나 순철을 만든다고 다시는 겪고 싶지 않는 고난을 여러차례 체험했다고 울먹였다. 


이처럼 수차례 고생을 한 후 이제는 끝인가 하여 안심했는데 이제는 단단한 철을 만들어야 한다고 불 가마 속에서 시뻘겋게 달군 뒤 모루 위에 놓고 때리고 찬물 욕조에 담그는 등 달달 볶아 자기들이 원하는 단단한 철을 만들었다. 이제는 끝이겠지 하고 마음을 놓고 있었는데 그 다음은 기계를 이용하여 나사를 만든다, 자동차 부속품을 만든다, 로켓이나 비행기 부품을 만든다고 자르고 깎고 구멍 내며 내 몸을 잘라내 기술자의 입맛에 맞는 부품을 만들어 고난이 아주 많다고 했다. 참으로 수도 없는 고난의 연속이다. 그럼 물은 어떨까? 물도 고생하나? 하고 물으니 물이 답했다. 햇빛의 따스한 사랑에 솜털보다도 가벼운 몸으로 변화하여 하늘을 날아오르며 세상 만물의 아름다운 풍경을 관광할 때는 좋았다. 


그런데 하늘위로 올라가니 쌀쌀한 기운이 맴도는 분위기에서 몸이 움츠러들고 무거워지자 땅 위로 곤두박질하였다. 마치 사람들이 유원지 고공에서 땅을 향해 번지 점프하듯이 빗물이 되어 땅으로 떨어지면서 땅 표면, 돌, 나뭇가지 및 지붕 등 여러 물체와 충돌한 뒤 땅속으로 스며들기도 하고 계곡을 통해 큰 돌이나 조약돌과 부딪쳤다. 그러면서 시내를 거쳐 강이라는 대형 물 저장소로 흘러 들어 이제는 조용히 살 수 있겠지 하고 안심했는데 아니었다. 그 다음엔 바다와 해양이라는 깊고 넓은 집에 도착하여 긴 여정을 마쳐 이제는 끝이겠지 하고 안심하였다. 그런데 이제는 태풍이라는 놈이 조용히 살던 우리를 뒤집어 허공으로 올리고 내리고 바닷 바위와 부딪치게 하는 등 온갖 고초를 주어 투명하고 깨끗했던 우리 몸이 여러 번 여기저기 부딪치며 고생하면서 멍이 들어 시퍼런 몸으로 변했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지구상에 존재하는 삼라만상은 모두 고난의 연속인 삶을 살고 있다. 그러니 인생의 고난은 피할 수 없는 과정이며 삶의 동반자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인생을 고해라 했던가? 하지만 어미가 새끼를 낳을 때 고통이 따르지만 산고 후 자녀를 품에 안으면 고통을 잃어버리고 사랑만 남 듯이 사랑이 있는 고통은 하나의 행복일 것이다. 견딜 만한 고난은 좀더 나은 성숙된 사람이 되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자. 이는 마치 정원사가 나무가지를 잘라 예쁜 모양의 나무를 만들고 과수원 주인이 좋은 과실을 수확하려고 과일나무 가지를 봄마다 전정하여 탐스런 과일은 만드는 원리와 같다. 나무의 입장에서 보면 그들의 가지를 자를 때 얼마나 고통이 크겠는가? 마취도 없이 생가지를 잘라내니 말이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시월 소묘 2026.11.06 (금)
볕뉘 스스로 목소리를 줄일 때 비로소 드러나는 풍경들이 있다. 어느새 하늘은 저만치 더 높아졌고, 잎새들의 서걱임과 빛바랜 초록 끝에는 엷어진 잔영이 차분히 내려앉는다. 충만했던 계절을 비워내며 고요를 맞이하는 백로월(白露月)을 훌쩍 지난 절기는 빛이 제 본질로 돌아가는 겸손의 시간이다. 무성했던 원색 초록이 자리를 비우면 오솔길의 윤곽이 또렷해지고, 서늘한 공기는 발걸음을 재촉한다. 한 폭의 엽서 그 풍경 속을 걸으며 깨닫는다....
자명
가을비 2026.11.06 (금)
이틀 내내 하늘은 빗살무늬 눈물을 흘린다 양철북 두드리는 소리 김치전 소주 한잔에 어깨춤을 추고 싶을 만큼의 운치 거기까지가 가슴속 그리는 비의 풍경이다 창문 밖으로 검푸른 찰나의 섬광 내리꽂는 하늘의 칼춤 나의 섬에는 이토록 달구비가 내리는데 당신이 가꾼 숲은 괜찮을까 전화를 건다 작달비 같은 그의 목소리를 듣는다 레퀴엠 선율 창문 밖으로 장대비는 그칠 줄 모르는데 아스라이 먼 그 사람 안개비 작별을 고하는 여자 가을비는...
김계옥
그렇게 높던 수정 빛 하늘이 물에 젖어 있다.   추억처럼 물안개 내리는 속세도 잊고 싶은 계절이다. 바람이 찾아와 책장을 넘기고 아침햇살이 글을 읽는 환상적인 여름이 운연雲煙처럼 사라진 지도 한참 되었다. 살아 숨 쉬는 계절은 남은 삶을 가없이 위로해 주고 인생도 욕심내지 말라고 넌지시 일러준다.   나를 사랑하는 마음은 넘칠수록 좋다. 우리는 꿈과 이상을 갖고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산다. 이는 행복이고 기쁨이다. 한편으론 날...
박오은
갈잎의 대화 2026.11.05 (목)
밤새 넉넉한 이슬로 온누리를 채운 이른 새벽   서둘러 채비하는 어미새는 어느새 푸른 창공을 가로지르고   멀리서 개 짖는 소리에 오늘도 아침을 깨운다   해맑던 잎새 낙엽 되어 흐르는 가을이면 하늘은 파란 바다로 출렁인다   지난 여름내 작열하던 태양을 온몸으로 견뎌 낸 너의 애처로운 이 가을을 덮을 때면   ...
김정임
자운영 2026.10.30 (금)
논에 들어서기 전부터 이미 와 있는 것이 있다 나는 아직 닿지 않았는데 향기가 먼저 나를 지나간다 발목이 잠기고 무릎이 낮아질수록 조금 더 아래에서 다른 공기가 일어나 숨을 들이마시면 바깥이 아니라 안쪽이 먼저 흔들린다 분홍은 번져 있을 뿐인데 그 위를 계속 건너 다닌다 닿았는지 아닌지 모를 만큼 가볍게 왔다가 머물지 않고 곱다는 말이 떠오르지만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사라질 것 같아서 나는 말 대신 숨을 더 깊이 들이마신다...
조순배
Ⅰ. 서론   AI는 예술, 문화, 학문 등 인간과 밀접해서 그 기술을 이해하지 못하면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곳곳에 설치된 키오스크나 큐알 카드 사용은 기본이고, 교육과 학습, 금융과 소비생활, 교통과 이동, 문화. 예술. 창작 등 이제는 인간의 뇌가 AI를 정복하지도, 극복하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일론 머스크는 예언하기를 ‘AI의 발전 속도가 이미 인간의 통제를 벗어났고, 현재,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의 기업들이 인공지능에 투자하는...
이명희
박물관 2026.10.30 (금)
성채처럼 무거운 박물관에두터운 침묵이 깔린다 승리의 찬가는 귀를 세워도 끝내 들리지 않는다조명은 과거의 껍질을 벗기고영웅도 패배자도 한 지붕 아래 숨을 죽인 채 서 있다 명줄이 긴 유물들은 끝내 풀리지 못한 채 눈꺼풀을 내리지 못한다 강물처럼 밀려드는 관람객은 서로의 눈도 스치지 못한 채 찰칵, 짧게 짖고 시대의 위를 미끄러진다      
송무석
오래된 LP 레코드판 위에 바늘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낡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지직거리는 잡음과 함께 한참 노래를 듣다가 오디오를 껐다. 고요해진 방 안에 여전히 프랭크 시내트라의 ‘마이 웨이(My Way)’ 마지막 소절이 짙은 여운으로 맴돌았다. 힘들고 지칠 때마다 내 마음에 평화와 안식을 주는 명곡. 오늘도 그 노랫말에 깊은 마음을 얹고 지그시 눈을 감자, 나도 모르게 뜨거운 눈물이 눈가에 맺혀 흘렀다. 지금, 이 순간에도 병상에서...
정효봉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집도의는 캐나다에서도 이름 있는 Doctor라 했다. 수술실에 들어가니 남자가 7사람 여자 두 사람이 있다. 수술은 집도의와 보조의가 하겠지만 의대생들이 견학하는 걸 허락했던 것이다.수술은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 된듯하다. 수술을 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방광에 호스를 꽂아 소변을 받아내고 양팔 혈관에 주사바늘을 고정시켜 줄이 달려있다코로 호수를 따라 식사대용 영양제가 들어간다. 또 수술한 부위에도 호스를 넣어...
박병준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암이 자리 잡은 곳, 그 위치가 어디인가. 그게 중요하다.폐라면 힘 든다. 췌장이라면 수술이 어렵다. 급성으로 여러 군데 전이가 되었다면 걷잡을 수 없이 위험하다.내게 온 곳은 목이다. 후두암이라고도 한다. 그 자리는 어떤 곳인가?매우 정교하고 복잡한 부분이다. 거기는 기도(Air way)와 식도가 만나는 곳인데 코와 입을 통해서 공기가 들어오고 또 입에서 식도로 넘어오는 음식이 지난다.또 허파에서 나오는 공기가...
늘산 박병준
늘산 본인이 암 판정을 받고 수술을 하고 퇴원을 하면서 그간에 있었던 일들을 정리하고 싶습니다. 이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암에서 예방될 수 있는 일에 다소나마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면서 이 글을 시작합니다.암의 발견은 우연적일 수도 있고 필연적일 수도 있다.나는 우연적이라 생각하며 그나마 일찍 발견하였다는데 다행이라 생각한다.산에서 사람을...
늘산 박병준
다음페이지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