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광고문의
연락처: 604-877-1178

고난 / 제8회 한카문학상 산문부문 버금상 수상작

한승탁 bhn@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0-04-07 08:49

한승탁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고난, 고생, 어려움 등 힘들다는 말을 좋아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삶속에서 이러한 어려움을 피해갈 수 없음을 알고 순종하면서 극복해 나가는 것이 인생일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고난은 인간에게만 있는것인가? 이러한 어려움이 오로지 인간의 삶에서만 있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을 여러가지 자연에서 발견하였다. 

 

언제인가 자연에게 고난에 대하여 질문할 기회를 가졌었는데 자연 또한 녹녹히 않은 삶이라 말했다. 나무가 말하였다. 겨울의 추운 날씨에 온몸이 꽁꽁 얼어 거의 죽음 일보 직전이었는데 봄의 생수와 기운을 마시고 살아나서 봄철의 따스한 햇빛에 꽃봉오리를 만들고 꽃을 피우면서 좋아했다. 그런데 별안간 꽃을 샘하는 꽃샘 추위가 찬바람과 함께 어떤 때는 눈보라와 함께 불어닥치기 때문에 꽃이 얼거나 떨어지고 새로 나온 봉오리가 얼어 동상을 입었다고 고초을 토로했다. 


그리고 늦은 여름이나 가을철에 태풍이라는 강한 비바람이 불어 닥쳐오면 그동안 열심히 일하여 키워온 나뭇잎이 떨어지고 가지가 부러지고 심하면 나무가 뿌리 채 뽑혀 죽음을 가져오는 고난이 있다고 불평하였다. 그러자 옆 발 밑 근처에 있는 이름 모를 미물의 벌레가 말했다.“아이구 우리들도 고생이 많아요! 봄, 여름, 가을은 비교적 행복하여 알도 낳고 자식들을 키워왔는데 가을부터 거의 매일 내리는 차디찬 비바람 때문에 감기에 걸리고 온도가 영하로 내려가면서 낙엽으로 덮은 이불도 얼어붙어 추워서 얼어 죽는 이가 많다.”고 했다. 


그러면 인간도 벌레도 나무들도 세상을 살면서 고생을 하는데 그럼 고난이 없는 것은 없을까? 하며 주위를 둘러보니 땅위에서 요지부동 잠만자고 있는 돌이 보였다. 나는 돌은 땅 위에 있거나 땅속에 묻혀 있고 생명이 없으니 새싹이 나서 자라고 죽는 삶의 싸이클이 없어 고생이 없을 것이라고 말하였다. 그러자 억울하다는 듯이, “아이구 모르는 소리 말아요! 우리도 몸이 깨지고 갈라지고 가족이 헤어지는 고난을 당하고 죽을 때가 있습니다”라고 말하였다. 깜짝 놀라 왜 무생물인 돌도 고난이 있느냐고 물으니 답했다. 돌을 잘라 장식품으로 만드는 석수장이들이 가족과 함께 똘똘 뭉쳐 잘 지내고 있는 우리를 끌이가 뭔가를 오햄머로 내려쳐 강제로 이산 가족을 만들어 헤어지게 한다고 불평했다. 


그리고 몸에다 압축공기 드릴이라는 것으로 달달달 깊은 구멍을 낸 뒤에 다이나마이트라는 화약을 장전하여 폭파시켰다. 그 후 그라인더나 다이아몬드 톱날로 자르고 갈아서 자기들 마음대로 모양을 바꾸면서 우리 몸의 살을 베고 뼈를 자르는 고통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구나 무생물이라고 생각했던 돌들도 이처럼 고초를 당하는구나 생각하면서 철이나 황금성분이 들어있는 철광석과 금광석을 생각해 보았다. 일차로 광부들이 이들 몸에 구멍을 낸 후후 다이나마이트 화약을 이용하여 깊은 땅속에서 잠자던 이돌들을 깨우는 것을 필두로 폭파시키는 천지개벽을 가져왔다. 


그 후 그것도 모자라 이들을 착압기라는 기계를 이용해 산산조각 잘라내 탄광안에서 작은 차를 이용해 밖으로 운반한 후 큰 기차에 싣고 제련소로 납치해갔다. 여기서 용광로라는 몇천도 되는 불 가마 속으로 들어가 온몸이 녹아내리는 지옥의 고통을 겪었었다. 이것이 끝인가 했는데 몸속의 불순물을 제거한다고 여러차례 지옥의 용광로를 들락날락하면서 99.9프로의 순금을 만든다 거나 순철을 만든다고 다시는 겪고 싶지 않는 고난을 여러차례 체험했다고 울먹였다. 


이처럼 수차례 고생을 한 후 이제는 끝인가 하여 안심했는데 이제는 단단한 철을 만들어야 한다고 불 가마 속에서 시뻘겋게 달군 뒤 모루 위에 놓고 때리고 찬물 욕조에 담그는 등 달달 볶아 자기들이 원하는 단단한 철을 만들었다. 이제는 끝이겠지 하고 마음을 놓고 있었는데 그 다음은 기계를 이용하여 나사를 만든다, 자동차 부속품을 만든다, 로켓이나 비행기 부품을 만든다고 자르고 깎고 구멍 내며 내 몸을 잘라내 기술자의 입맛에 맞는 부품을 만들어 고난이 아주 많다고 했다. 참으로 수도 없는 고난의 연속이다. 그럼 물은 어떨까? 물도 고생하나? 하고 물으니 물이 답했다. 햇빛의 따스한 사랑에 솜털보다도 가벼운 몸으로 변화하여 하늘을 날아오르며 세상 만물의 아름다운 풍경을 관광할 때는 좋았다. 


그런데 하늘위로 올라가니 쌀쌀한 기운이 맴도는 분위기에서 몸이 움츠러들고 무거워지자 땅 위로 곤두박질하였다. 마치 사람들이 유원지 고공에서 땅을 향해 번지 점프하듯이 빗물이 되어 땅으로 떨어지면서 땅 표면, 돌, 나뭇가지 및 지붕 등 여러 물체와 충돌한 뒤 땅속으로 스며들기도 하고 계곡을 통해 큰 돌이나 조약돌과 부딪쳤다. 그러면서 시내를 거쳐 강이라는 대형 물 저장소로 흘러 들어 이제는 조용히 살 수 있겠지 하고 안심했는데 아니었다. 그 다음엔 바다와 해양이라는 깊고 넓은 집에 도착하여 긴 여정을 마쳐 이제는 끝이겠지 하고 안심하였다. 그런데 이제는 태풍이라는 놈이 조용히 살던 우리를 뒤집어 허공으로 올리고 내리고 바닷 바위와 부딪치게 하는 등 온갖 고초를 주어 투명하고 깨끗했던 우리 몸이 여러 번 여기저기 부딪치며 고생하면서 멍이 들어 시퍼런 몸으로 변했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지구상에 존재하는 삼라만상은 모두 고난의 연속인 삶을 살고 있다. 그러니 인생의 고난은 피할 수 없는 과정이며 삶의 동반자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인생을 고해라 했던가? 하지만 어미가 새끼를 낳을 때 고통이 따르지만 산고 후 자녀를 품에 안으면 고통을 잃어버리고 사랑만 남 듯이 사랑이 있는 고통은 하나의 행복일 것이다. 견딜 만한 고난은 좀더 나은 성숙된 사람이 되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자. 이는 마치 정원사가 나무가지를 잘라 예쁜 모양의 나무를 만들고 과수원 주인이 좋은 과실을 수확하려고 과일나무 가지를 봄마다 전정하여 탐스런 과일은 만드는 원리와 같다. 나무의 입장에서 보면 그들의 가지를 자를 때 얼마나 고통이 크겠는가? 마취도 없이 생가지를 잘라내니 말이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맨 아래 칸 서랍 2025.12.01 (월)
맨 아래 칸 서랍이즈음 옷장의 맨 아래 칸 서랍을 정리하는 날이 부쩍 늘었다놓지 못해 떠나지 못한 내 어제의 그림자들이 매미 허물같이 모여 사는 곳돌쩌귀도 녹스는 늙은 세월에 대부분은 떠나고몇은 아직 남아서 민속촌처럼 함께 저무는 그곳엔늦가을 저녁의 체온 닮은 바람이 분다내가 거쳐온 삶의 간이역들이 펼쳐진다순진한 젊은 별바라기의 풋꿈도자갈길에 땀 흘리던 이민(移民)의 한여름날도오래전에 잃어버린 시(詩)를...
안봉자
내가 살던 낙동강 상류에는 유달리 풀꽃이 많았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그 풀꽃을 따서 강물에 띄워 보내며 들찔레 새순을 꺾어 먹던 그 맛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내 이웃에 초등학교 선생 한 분이 계셨다. 어린 내 눈엔 그분이 늘 우러러 보였다. 강마을, 농촌에서 태어나 비범한 재주도 없을 것 같아 소년 적 꿈이래야 고향 초등학교 훈장이 되어 풀꽃처럼 사는 것이었다. 그런 가운데 어려서 나는 책 읽기를 좋아 했다. 그 때는 읽을 책도 많지...
권순욱
시간(時間) 2025.12.01 (월)
   사람들은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라진다고 말한다.마치 인생의 모래시계가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기울어져 모래가 한꺼번에 쏟아져 내리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하지만 젊은 시절의 시간은 전혀 다르다.아직 모래시계의 윗부분이 가득 찬 채 천천히, 그리고 지루할 만큼 느릿하게 모래알이 떨어지던 시절 —나에게 그 시절은 바로 10대였다. 국민(초등)학교 시절의 하루는 끝없는 여정이었다.중학생이 되어 교복을 입는 그 작은 꿈조차...
우제용
세월이란 길 위로시간은 물결처럼 흘러가고천천히 스며드는 듯 하다가도돌아보면 한순간의 빛처럼 멀어져 간다 머물 줄 모르는 그 흐름 속에서소중했던 날들조용히 견뎌낸 순간들은가슴 깊은 곳에고운 흔적으로 남아추억이 되어 숨 쉰다 아쉬움이 스치는 기억함께 웃음꽃 피우던 날들의 온기아직도 마음속에서 잔잔히 물결치고참 따스했고 참 고왔던그 멋진 순간들조용한 기쁨이 되어지금도 내 손을 잡아 준다 세월의 길 위에서날 웃게...
나영표
선택 2025.11.24 (월)
  2016년 2월 12일, 나는 에어 캐나다의 서울행 비행기에 있었다. 어제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급하게 자리를 하나 구해서 다음날 출발할 수 있었다.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까지 화장실에 가지 않았다. 급한 대로 나에게 벌을 내리고 싶었다. 밤을 헤치고 달려서 도착한 오랜만의 인천 공항은 익숙하지 않았다. 익숙한 한국어로 물어물어 공항을 빠져나왔다. 연락받고 공항까지 마중 나온 친구들의 도움으로 도착한 장례식장에서 생각과 달리 눈물이...
예종희
한 해를 보내며 2025.11.24 (월)
한 해를 보내며                     로터스 정병연 지나온 세월이여 그대는 내 마음에 깊이 머무네푸른 하늘 아래 서서 햇빛이 내리는 곳에서 나는 한 송이 꽃이 되어 열심히 피어났노라 흔들린 꽃잎 위에 지나온 시간이 내려앉고 기쁨도 슬픔도 모두 빛이 되어 나를 채웠네오늘도 감사하노라 여기까지 걸어온 길 땀과 눈물로 일군 날들 모두가 축복이었음을 이제 한...
로터스 정병연
  요즈음 예전에 손주들과 같이 지내며 찍은 사진들을 보면 남편도 나도 그때는 이렇게 젊었었구나 하고 새삼 놀란다. 10년 전 사진을 보면 완전히 젊은 청장년 같고, 불과 2, 3년 전에 찍은 최근 사진들도 지금의 모습보다 훨씬 젊어 보인다. 아니, 언제 이리 늙어진 것인지 세월이 날아가는 것 같다.   청 중년에서 장년으로 되면서 늙어 간다는 것을 별로 느끼지 못했는데, 70세가 넘으면서 거울 속에 비치는 많은 흰머리와 약해진 피부 탄력에...
김현옥
소망의 씨앗은청춘 언저리에 쌓여들썩거리는데노안의 이 가슴은씀벅씀벅 아리다 뭉게구름 몽실 그리움 피우고낙심의 구름 회색 물로 울먹이고절망의 구름은 먹물을 토해 놓고무거워진 솜털 기다림으로 말린다 하늘에 사는 구름도저리 갈팡질팡하는데땅에 사는 우리네오죽하겠는가 우리, 그저바람 먹고 구름 보고꽉 찬 욕심에 쓰린 가슴 뒤집어로키의 침묵 속에 부려 놓고까짓거 나를 잊는 것도 좋으리나를 지우면 너가...
한부연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집도의는 캐나다에서도 이름 있는 Doctor라 했다. 수술실에 들어가니 남자가 7사람 여자 두 사람이 있다. 수술은 집도의와 보조의가 하겠지만 의대생들이 견학하는 걸 허락했던 것이다.수술은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 된듯하다. 수술을 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방광에 호스를 꽂아 소변을 받아내고 양팔 혈관에 주사바늘을 고정시켜 줄이 달려있다코로 호수를 따라 식사대용 영양제가 들어간다. 또 수술한 부위에도 호스를 넣어...
박병준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암이 자리 잡은 곳, 그 위치가 어디인가. 그게 중요하다.폐라면 힘 든다. 췌장이라면 수술이 어렵다. 급성으로 여러 군데 전이가 되었다면 걷잡을 수 없이 위험하다.내게 온 곳은 목이다. 후두암이라고도 한다. 그 자리는 어떤 곳인가?매우 정교하고 복잡한 부분이다. 거기는 기도(Air way)와 식도가 만나는 곳인데 코와 입을 통해서 공기가 들어오고 또 입에서 식도로 넘어오는 음식이 지난다.또 허파에서 나오는 공기가...
늘산 박병준
늘산 본인이 암 판정을 받고 수술을 하고 퇴원을 하면서 그간에 있었던 일들을 정리하고 싶습니다. 이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암에서 예방될 수 있는 일에 다소나마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면서 이 글을 시작합니다.암의 발견은 우연적일 수도 있고 필연적일 수도 있다.나는 우연적이라 생각하며 그나마 일찍 발견하였다는데 다행이라 생각한다.산에서 사람을...
늘산 박병준
다음페이지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