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아내의 취미생활

김유훈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0-03-31 16:05

김유훈 / 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금년은 나의 결혼 40주년이 되는 해이다.  23살의 새색시가 어느덧 환갑을 훌쩍 넘긴 할머니가 되었다. 그리고 아내는 지금도 변함없이 열심히 많은 일을 하고 있다. 지난  20년 넘게 직장생활을 하였으며 은퇴 후, 지금은 작은 스모크 숍을 운영하고 있다. 아내는 이렇게 바쁘게 살고 있지만 쉬지 않고 취미생활을 하고 있다.

 

과거 한국에서는 목사 사모로 일은 안 했지만 취미생활은 열심이었다. 지점토 공예, 수채화 그리기, 그리고 재즈 피아노까지 배웠으나 오래 하지 못하고 곧 손을 놓았다. 그리고 다시 시작한 것은 크로마 하프, 그리고 바이올린이었다. 물론 악기를 모두 구입한 뒤 한동안 연습하는 소리는  들렸는데 어느 순간 악기 소리는 사라졌다. 왜냐하면 어린아이 둘을 돌보기에 바빠서 취미생활은 멀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 가족이 캐나다에 온 후부터 아내에게 퀼트공예라는 취미가 생겼다. 퀼트는 손바느질로 작품을 만드는 일이다. , 가방, 이불, 그리고 각종 소품 등등 그 수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아내는 작품을 만든다 하며, 각종 천은 물론 악세사리 종류들과 재봉틀까지 구입하여 작품을 만드느라 밤을 새우며 작업을 하였다. 그리고 새로운 작품들이 만들어지는 것을 보며 너무 기쁘다고 하였는 데, 손목에 이상이 생겨 더 이상 바느질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집에는 뒷 마당이 있어 약간의 텃밭을 만들어 놓았다. 처음에는 잔디였던 곳을 텃밭으로 바꾸어 놓은 뒤부터 내가 마당쇠가 되어 함께 바쁘게 아내를 도와야 했다. 각종 야채를 가꾸느라 물주고 흙을 사 와서 덧입혀 주는 일 등등은 나의 몫이었다. 그리고 아내는 각종 야채들을 심고, 가꾸고, 거두는 일을 하였다. 더덕, 상추, 부추, , 아삭이 고추, 깻잎 그리고 토마토까지 농사짓느라 우리 부부는 한 여름이면 무척 바쁘게 살아야 했다. 그러나 아내도 일을 해야 했으며, 나 역시 트럭 운전사로 지친 몸으로 집에 돌아왔기에 더 이상 크게 도움을 줄 수 없어 아내 역시 텃밭에 소홀해졌다.

 

   얼마 전 아내는 YouTube를 열심히 보더니, YouTube를 해 보겠다고 하여 영상 제작을 배우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신형 노트북으로 무장하고 한동안 열심히 배우러 다녔다. 그 후 집안에 묵혀둔 오래된 사진들을 모두 꺼내어 촬영, 편집하고 스마트 폰에 저장하였다. 사진 앨범을 만들고 이리저리 전송하며 신기해하였다. 무슨 “움짤 동영상”이란 것을 며느리에게 보내고 “어머니 대단하네요”라는 대답에 그렇게 좋아하였다. 아내는 새로운 것에 호기심이  많은 편이다

 

    지난해, 아내는 음식을 배우겠노라 하여 두 달 넘게 요리강좌에 다녔다. 매 주일 음식이 너무 맛이 있어 좋다 하며 각종 재료를 많이 사서 실습과 시식을 하였다. 사실 아내는 그즈음 체중조절을 하는 중이었으며 여러 종류의 음식을 배울 때마다 맛있게 먹고 나더니 원치 않는 일이 생기고 말았다. 우리 인생은 가끔 이렇게 예기치 못한 일들이 생기나 보다.

 

   그리고 최근 아내는 YouTube를 통해서 본 영상에 나오는 것처럼 “집안에 온실을”하고 싶다고 하였다. 그 방송들을 오랫동안 공부한 후 자신감이 생겼는지 각종 화초를 사오기 시작하였다. 장미, 다육이, 브로마이드, 아프리칸 바이올렛, 시클라멘, 등등, 이렇게 아내가 사 온 여러 종류의 화초들은 지금 우리 집 거실 남향에 자리를 잡고 있다. 그리고 아내는 활짝 핀 꽃들을 보며 겨울에 이렇게 예쁜 꽃들을 볼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고 하며 “아가들이 참 예쁘게 꽃을 피웠구나, 내가 잘 키워줄게…” 라고 말하는 아내의 활짝 핀 얼굴을 보니 진짜 취미생활을 찾은 듯하였다.

 

지난  40년을 함께 살아오는 동안 두 애를 키우랴, 한국에서 이사를 14번씩 하면서 여성으로 취미생활을 하고 싶어 하였으며, 캐나다에서 오랫동안 직장을 다니는 동안, 그리고 지금 가게 일을 하면서도 진정한 취미를 찾기 위해 애쓴 아내에게 애잔한 마음이 든다.

 

가수 노사연이 부른 노래 “바램”의 가사처럼 “내 손에 잡은 것이 많아서 그리고 매일 해결해야 하는 일들이 많아서” 힘들게 살아온 아내에게 이 노래를 젊은 남자 가수 임영웅의 감미로운 목소리로 들려주어야겠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메주가 뜰 때 2025.10.17 (금)
둥글게 사린 몸을삶고 찧고 매달아천형(天刑)의 조화(造化)에도해 달 맞기 몇 삭(朔)인가메말라벙근 틈새로고향(故鄕) 맛이 배어간다뒷손 없는 푸대접에너절하게 달아 말려겉으론 데데해도금이 간 깊이마다베옷의먹성(性)을 담는토속(土俗)냄새 익어간다
문현주
 나지막한 능선이 방패처럼 집을 감싸고 있다. 희미한 여명(黎明)이 산마루를 비출 때면 안개 속에 숨어있던 금대산이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토록 맹렬하던 매미들의 아우성도 짧은 생으로 잦아들고, 애벌레를 물고 날아다니는 박새와 곤줄박이들이 분주히 숲속을 살피고 있다. 올망졸망 매달려 장대비를 맞던 밤송이들도 풋기를 거두고 씨알을 키우는 중이다. 가시 투구 속에서 단단하고 둥글게 몸을 만들어 홀연히 땅으로 떨어질...
조정
밴쿠버 러너 폴 2025.10.17 (금)
   ‘런데이 (Runday)’ 모바일 앱을 실행 시킨 후 운동화 신발끈을 단단히 묶고, 집을 나선다. 이어폰에서 나오는 음악을 들으면서, 달리기 시작한다. 내게 익숙한 동네이지만 차로 지나다닐 때와는 다른 풍경처럼 느껴진다. 내 얼굴을 가르며 스치는 바람도 상쾌하고, 기분이 좋게 만든다. 잘 가꾸어진 정원이 있는 집을 지나거나, 운좋게 멋진 노을 빛 하늘을 보거나, 둥근 보름달을 보면 달리기를 잠시 멈추고 핸드폰 카메라에 풍경을 담아내기도...
정재욱
가을 철암역 2025.10.17 (금)
오후 세 시의 그 꼭지점에서햇살이 길게 모로 누우면철길 저 너머에서 세 시를 알리는 기차는푸우-푹-푸우-푹 흰 연기를 토하며 달려오고 열세 살 그 소녀는누군가를 기다리듯, 먼 이방의 한쪽 문을 그리워하듯산비탈 조그만 쪽문을 향해 아슬히 눈 멈추곤 했는데 어느 날 도시락을 싸 들고 우리들 창자보다 긴 터널로 떠난아버지는 돌아오지 않고공복인 듯 탄 가루 먹은 하늘은 검은 연기로 쏟아지는데전설처럼 탄 가루 푹푹 쏟아져...
이영춘
절망 찾기 2025.10.10 (금)
깊숙한 절망을 가벼운 희망으로 바꾸기 위해 몸속 어딘가에 있을 절망을 한번 찾아보자 울컥하며 자주 발생하는 것이 기관지에 숨었을 거 같기도 하고 오래됀 위장병 모양 음흉하니 소장에 자리 잡은 거 같기도 하고 미열처럼 뜨뜻미지근 하면서 오래가는 것이 이마빡에 박혀 있는듯하고 혹시 그렇다면 수술을 해 봐야지 누가 아나 우뇌와 좌뇌 사이에 엿같이 철썩 붙어있는 그놈을 찾아낼 수도 있겠지 그런데 오래 살아서 큰...
박락준
물아리 2025.10.10 (금)
"물아리에 우렁이 잡으러 가자!" 지금은 안 쓰지만, '물아리'는 내 어릴 적 기억 속에는 있는 단어였다. 빗물에 의지해 벼농사를 짓던 시절, 비가 오면 논두렁 안쪽을 진흙으로 꼼꼼히 발라 빗물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았었다. 그렇게 갇힌 빗물이 찰랑이는 논을 '물아리'라고 불렀다. '아리'란 순 한국말로 '물' 또는 '그릇'이란 의미가 있었다. '항아리'에서 '아리'가 그릇을 의미하듯, 논이 그릇이 되어 물을 담았으니 '물아리'인 거였다. 그런 물아리...
박정은
가을 금관 2025.10.10 (금)
1.언젠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신라 금관을 보는 순간 오랫동안 나는 한 그루 황금빛 나무를 연상했었다.박물관 유리 진열대 안에 들어 있는 천년 신라 유물들은 대개 시간의 침식에 못 이겨 퀴퀴한 죽음의 냄새를 풍기며 망각 속에 덩그렇게 놓여 있었지만 금관만은 어둠 속에서 촛불처럼 빛나고 있었다. 그것은 생명의 빛깔로 너무나 선연한 모습으로 살아 있어 천년 신라를 말해 주는 촛불처럼 느껴지기만 했다.나는 우두커니 이 천 년 신라의 황금빛...
정목일
불갑사의 상사화 2025.10.10 (금)
영광 불갑사에 꽃무릇이 핀다산문을 들어서자 고요한 숲길마다 붉은 물결이 밀려와 발끝에 불빛을 흩뿌린다마치 하늘까지 닿은 불길처럼온 산이 사랑의 기도로 타오른다 비 내리는 오후 법당의 기와집은 촉촉히 젖어 묵언의 수행처럼 무거운 고요를 품고 그 앞마당에선 꽃무릇이 빗방울 이마에 이고 서 있다방울방울 떨어지는 빛은 천년을 참아온 눈물 같아 오직 한 사람을 향한 기다림을 적신다 만날 수 없는 그...
조순배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집도의는 캐나다에서도 이름 있는 Doctor라 했다. 수술실에 들어가니 남자가 7사람 여자 두 사람이 있다. 수술은 집도의와 보조의가 하겠지만 의대생들이 견학하는 걸 허락했던 것이다.수술은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 된듯하다. 수술을 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방광에 호스를 꽂아 소변을 받아내고 양팔 혈관에 주사바늘을 고정시켜 줄이 달려있다코로 호수를 따라 식사대용 영양제가 들어간다. 또 수술한 부위에도 호스를 넣어...
박병준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암이 자리 잡은 곳, 그 위치가 어디인가. 그게 중요하다.폐라면 힘 든다. 췌장이라면 수술이 어렵다. 급성으로 여러 군데 전이가 되었다면 걷잡을 수 없이 위험하다.내게 온 곳은 목이다. 후두암이라고도 한다. 그 자리는 어떤 곳인가?매우 정교하고 복잡한 부분이다. 거기는 기도(Air way)와 식도가 만나는 곳인데 코와 입을 통해서 공기가 들어오고 또 입에서 식도로 넘어오는 음식이 지난다.또 허파에서 나오는 공기가...
늘산 박병준
늘산 본인이 암 판정을 받고 수술을 하고 퇴원을 하면서 그간에 있었던 일들을 정리하고 싶습니다. 이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암에서 예방될 수 있는 일에 다소나마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면서 이 글을 시작합니다.암의 발견은 우연적일 수도 있고 필연적일 수도 있다.나는 우연적이라 생각하며 그나마 일찍 발견하였다는데 다행이라 생각한다.산에서 사람을...
늘산 박병준
다음페이지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