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광고문의
연락처: 604-877-1178

자립자생自立自生

박성희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9-10-15 15:33

박성희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따따따 따따닥 따닥 딱딱딱.
   무슨 소릴까. 아들 방문에 귀를 댄다. 한쪽에선 방송소리, 아이의 중얼거림 들리고, 또 다시 따따따 따따닥 따닥 딱딱딱. 이때는 온 집안 식구가 쥐 죽은 듯해준다. 숨 막히지만 1년에 10번 이상 시험을 보니 어쩔 수 없다. 
   “엄마, 나 중학교 졸업 후 독립한 거 알지?”
   한창 부모 간섭이 필요한 데, 지가 다 알아서 살겠다며 아무 상관도 어떤 걱정도 하지 말란다. 
   만 15세, 고 1. 하숙생 같다. 중학교 때까지 봉사와 등산, 여행을 즐기더니, 이젠 도서관이나 방에 틀어박혀 공부만 한다. 대학 입시가 저 만치서 딱 버티고 있다. 1분 1초가 아까워 굶기도 하며 날밤을 새기도 한다. 친구들이 무섭게 공부하고 등급경쟁 때문이다. 입시 전쟁에서 죽어라 공부해 살아야 한다. 확고한 꿈을 이루기 위해 전력질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아이가 내 뱃속에 있을 때 염원했던 자립자생. 아이가 태어나자 마음으로 말로 세뇌를 시켰다. 빨리 말하고, 익히고, 스스로 서기를 바랐다. 때문인지 어린 아기는 말귀를 알아듣고 6개월 때 정확하게 ‘엄마’를 부르며 젖 달라, 기저기 갈아 달라, “엄마 엄마” 하며 놀고, 30개월 때 구구단 9단까지 완벽하게 외우고, 33개월 때 한글을 깨치고 책을 읽었다. 그러곤 5살 때 처음 어린이집을 보냈는데 영어이야기책을 통째로 외우고, 홀로 비디오와 컴퓨터로 파닉스를 뗐다.
   누구나 어릴 때는 남들보다 조금만 잘해도 천재라고 생각하듯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어느 날, 아이는 모든 걸 포기한 듯 별 열의가 없어 보였다. 독방을 고수하며 친구들과 담을 쌓고, 그동안 한 번도 결석을 안 하던 애가 자주 지각과 결석을 하기시작 했다.
   “엄마, 나 왜 낳았어?” “나, 왜 태어 났어?” “뭣 땜에 나 낳았어?”
   아무리 생각해도 지 존재이유를 묻다 답이 없었는지, 허구한 날 같은 말만 묻고 또 물었다. 태어났으니 그냥 막연히 살아가는 듯했다. 무슨 말을 하면 서로 가치 없는 분쟁과 상처만 남았다. 
애를 힘들게 낳아 키우다 이렇게 무너지기도 하는구나. 말이 안 통해 멀어지기도 하는구나. 아이를 키운다는 건 산 너머 산이다. 이 애와 나는 얼마나 많은 상반된 시각과 대립으로 한 고비 한 고비를 넘어갈까.
   “우리 여행 가자.” 
   옥신각신 힘들게 살 바엔 여행이나 하자. 아이에게 가고 싶은 여행지와 비행기표, 묵을 장소를 예약하게 하고, 스케줄을 짜게 했다. 세계에서 험하기로 유명한 곳, 부유하거나 가난한 곳, 아름답거나 누추한 곳들을 찾아다녔다. 구글 지도와 인터넷을 뒤져 어디든 아이가 리더하는대로 따라다녔다. 지하철, 버스, 택시, 배를 타기도 했다. 새로운 걸 경험하고 낯선 환경을 접할 때마다 애가 뭔가 깨닫기를 바랐다. 일종의 성취감, 흥미로움, 성찰, 세상 보는 견문, 생각이 달라지기를 고대하며.
   그러곤 인도 온지 4년째 되던 해 시험성적은 모두 A+과 A로 채워졌다. 
   “어떻게 해서 시험을 잘 봤니?”
   미국 드라마를 봤는데 엄마가 갑자기 소중하게 느껴졌 다나. 우리는 남편 일로 따라갔던 4년간의 인도 살이를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아이는 곧바로 중학교 시험도 따라잡았다. 인도에서 영어를 인터넷으로만 배웠듯, 4년간 못 배운 한국 교과도 같은 방식으로 독하게 자습 자학했던 거였다.
   아이 방청소를 하다 보니 상장 몇 개가 책장 귀퉁이에 버젓이 있다. 교과우수상, 모범 표창장, 영어북토크대회 우수상들이다. 아이는 늘 바쁘다. 새벽 5시에 기상 학교를 가장 먼저 도착해 자습하고 쉬는 시간엔 영어와 과학 멘토로서 친구들 가르치랴, 수 십대 1의 경쟁을 뚫고 합격한 학교 임원으로 교내 봉사 하랴, 학원을 안 다니니 혼자 도서관이나 집에서 연구하고 깨우쳐야 하니 친구들 보다 많이 힘들다.
   따따따 따따닥 따닥 딱딱딱... . 커다란 칠판에 분필이 써지는 소리다. 시험 날짜가 닥치지 않더라도 이 소리가 아이 방에서 튀어나오면 온 집안에 긴장감이 감돈다. 시험이 끝나면 아이는 부리나케 서울 가서 봉사할 차례다.
   그래, 인생은 그렇게 혼자서 만들어 가는 거란다. 누구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전진하는 거지. 울다 웃다 오뚜기처럼 일어서서 인생이란 미로를 꿋꿋이 헤쳐 나가!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시월의 바다 2026.02.09 (월)
친구여 시월의 바다를 보러 가요에메랄드 번지는 바닷물 따라흰 돗이 기울듯 서툰 배는먼 항로를 찾아가고끝없는 햇살에 수평선이 눈부실 때젊은 꿈이 아직 말 못 하고 서 있지만해변의 잔돌들은 세월을 견디고여물어 가요겨울의 바다는 차가웁게 모두를 멀리하겠지요파도 속 산호는 빛을 잃고고기 때는 검은 투망을 피해 몰려다니고남겨진 조개들이 모래밭을 찾아 긴 행렬을 짓고검푸른 바위는 바다를 움켜쥐려고 울부짓을 거에요고동 소리를 담은...
김석봉
아버지를 찾아서 2026.02.09 (월)
  내 얼굴에도 인생의 흔적을 품은 고랑이 패기 시작하고 부모의 마음을 조금씩 헤아리게 되었다. 너 같은 딸을 낳아보라 하시던 엄마의 울분도 어느덧 내 것이 되었다. 그래서일까 50살이 넘어서야 집어 들었던 책이 있는데, 제목이 [아버지를 찾아서]이다. 아버지 없이 어린시절을 살아온 나였다. 그랬던 내가 저자를 따라 아버지를 찾아 나선 여정에 동행하였다. 나의 아버지도 찾을 수 있기를 희망했다.   일곱 살 때 우리 엄마와 아빠는...
김보배아이
말은 입체다 2026.02.09 (월)
  어느 환자를 두고,"암입니다. 6개월 생존율이 5%이고 현재로선 치료법이 없습니다."라고 말하는 의사 A와,"어려운 상황이긴 하나 현대 의학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니 조만간 좋은 치료 약이 나올 겁니다. 그때까지 저와 함께 버텨봅시다."라고 말하는 의사 B가 있을 때, 환자는 어느 의사에게 자신의 몸을 맡기고 싶을까.남편 중에도 A타입과 B타입이 있다. 아내가 저녁밥을 먹은 뒤 배가 살살 아프다고 할 때, TV 화면에 눈을 고정시킨 채 "많이 먹을 때...
정성화
     세 갈래 길     삼거리 이정표를 만나거든     세상살이의 이치여,     지나온 길 뒤 돌아 보게 하고     잠겨서 보이지 않는 길,     찾아야 할 희망을 가늠하며     마음 걸터 앉아 숨 고르는     쉼터 인 것을 알려 주구려.      삶이 한번이라도     등골이 휘는 세상살이를 일러     우연이라고 위로 해 주지 않듯   ...
조규남
“아빠, 뭐 보고 있어?”이른 아침, 아빠가 텃밭 가장자리에 쪼그리고 앉아 한 무더기 풀을 들여다보고 있었어요. 잠이 덜 깬 눈으로 쪼르르 달려가 아빠 등에 기대며 물었어요.“아고, 우리 호야 깼구나. 더 자지 않고?”“어? 텃밭 풀이 다 어디 갔어요?”내 키보다 훌쩍 자란 풀들이 감쪽같이 사라졌어요.“우와! 텃밭에 풀이 다 없어져 보기 좋아요. 어젯밤에 우렁각시가 다녀갔나 봐?”“우렁각시? 하하 맞네. 착한 우렁각시.”아빠가 호탕하게 웃으며...
이정순
바람 2026.01.30 (금)
  얼굴을 스치며 지나가는 바람이라도 만나서 마음속으로 얘기를 나눠보고 싶어 진다. 바람을 쐬러 산책길에 나선다. 머리카락, 피부에 스치며 지나가는 바람에 가슴을 열고 하늘을 본다.바람은 보이지 않으나 감촉을 느끼게 한다. 하루에 한 번씩 바깥에 나가 바람이라도 쐬어야 생기가 날 듯하여, 오후가 되면 산책길에 나선다. ‘바람을 쐬는 일’은 무슨 일인가? 나무 아래에 앉아서 스스로 물어보기도 한다.운동장을 몇 바퀴 걸으면 마음속으로...
정목일
이민 삼십 년 2026.01.30 (금)
이민자 낯선 땅에 뿌리내리려 할 때마다사람들은 내게 보이지 않는 눈금을 들이민다고향이라는 눈금, 학교라는 치수그들은 나의 과거를 재는 것이 아니라자신들이 밟고 올라설 사다리의 높이를 가늠하는 중이다골목마다 교회 숲을 이루는 도시절 향기는 댓돌처럼 차고 문지방처럼 높다교회의 찬송은 매끄러운 비단처럼 반짝인다사람들은 나를 그 화려한 그물 속으로 초대한다거절의 벽을 허물고 들어가 앉은 식탁 위에서나는 비로소 이방인의 허기를...
전재민
산에는산길에는해 오르고 달 오르는 길이 새롭다 산은철따라 외로움이 피고 지는꽃들의 터전 그리움이 울어넘는산새들의 고향이다 미움도 사랑으로 옷을 갈아 입는아라리 산길 산에 오르면제 마음 봄이되어발걸음이 가볍다 산은오를수록 제 안의 저를 알아가게 하는무언의 스승 그 산길에 오르며 배움이 깊다
유병옥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집도의는 캐나다에서도 이름 있는 Doctor라 했다. 수술실에 들어가니 남자가 7사람 여자 두 사람이 있다. 수술은 집도의와 보조의가 하겠지만 의대생들이 견학하는 걸 허락했던 것이다.수술은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 된듯하다. 수술을 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방광에 호스를 꽂아 소변을 받아내고 양팔 혈관에 주사바늘을 고정시켜 줄이 달려있다코로 호수를 따라 식사대용 영양제가 들어간다. 또 수술한 부위에도 호스를 넣어...
박병준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암이 자리 잡은 곳, 그 위치가 어디인가. 그게 중요하다.폐라면 힘 든다. 췌장이라면 수술이 어렵다. 급성으로 여러 군데 전이가 되었다면 걷잡을 수 없이 위험하다.내게 온 곳은 목이다. 후두암이라고도 한다. 그 자리는 어떤 곳인가?매우 정교하고 복잡한 부분이다. 거기는 기도(Air way)와 식도가 만나는 곳인데 코와 입을 통해서 공기가 들어오고 또 입에서 식도로 넘어오는 음식이 지난다.또 허파에서 나오는 공기가...
늘산 박병준
늘산 본인이 암 판정을 받고 수술을 하고 퇴원을 하면서 그간에 있었던 일들을 정리하고 싶습니다. 이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암에서 예방될 수 있는 일에 다소나마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면서 이 글을 시작합니다.암의 발견은 우연적일 수도 있고 필연적일 수도 있다.나는 우연적이라 생각하며 그나마 일찍 발견하였다는데 다행이라 생각한다.산에서 사람을...
늘산 박병준
다음페이지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