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아무도 모르는 일

박성희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9-04-04 17:11

박성희/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똑바로 살자. 솔직하게 살자. 늘 감사하며 행복 느끼자. 이것은 내 삶의 철학이다.
  세상은 장단이 있는 법. 오만한 지식분자, 큰 부자도 무식자 가난뱅이에게 손 벌릴 때가
있고, 지혜와 경험을 무장한 사람들에게 도움 받을 수 있다. 누구든 우월한척 뻐기다가는
누군가가 내지른 주먹에 한방 먹는다.   
  매순간 최선을 다하고 만족할 줄 알면 행복한데, 때로 느슨하게 살고 남과 비교하며 과한
욕심을 부린다.
  아버지 친구 중 서울대 나온 분이 있다. 아저씨는 대갓집 자손으로 먹고 픈 것, 입고 픈 것,
하고 픈 것, 뭐든 일사천리였고 집안에는 없는 게 없었고 일꾼들도 많았다. ‘귀한
도련님’으로 학교도 말을 타고 다녔다.
  학교 졸업 후, 뜻대로 회사경영을 맡아 점점 더 부자가 됐다. 덕분에 내로라하는 미인과
결혼했고, 어여쁜 자식들을 낳아 나날이 행복했다.
  가진 게 많으니 어중이떠중이들이 모여들고, 자식들은 좋은 학교에 다니고, 부인은 고급
취미생활을 하며 천지를 다 가진 양 원 없었다. 
  그러나 60세의 어느 날, 잘 나가던 회사가 하루아침에 망해 압류가 들어오고 난리가 났다.
장미꽃 뿌려진 탄탄대로가 일시에 무너져 부인과 자식들, 일을 부리던 사람들도 뿔뿔이
흩어졌다.
  결국 시골로 도피해 축축한 창고를 빌려 홀로 꼭꼭 숨어 살고 있다. 자기 집 일꾼들이 했던
일보다 더 힘든 막노동을 하며 이 집 저 집 전전한다. 몇 년을 그렇게 살아도 사랑하는
피붙이들은 물론 누구 하나 얼씬도 하지 않는다.
  시골로 내려오면서 가져온 이삿짐은 그가 얼마나 잘살았는지를 말해 준다. 고급가구와
의류, 백 년 이 백 년도 넘는다는 양주와 화려했던 시절에 찍은 사진들······. 하지만 그런
것들이 지금 따뜻한 밥 한 끼 보다 못하니 무슨 소용인가.
  가끔 아버지와 밥상을 마주하면 허허 웃으며 어린 조카한테 천 원 짜리 한 장씩 꼭 쥐어
준다. 마지막 남은 자존심을 그렇게 라도 추키고 싶은 것이다.
  얼마 전 들은 얘기로는 아저씨가 중풍에 걸려 거동도 못한 채 홀로 고생하고 있다고 한다.
  엊그제 신문 한쪽 면에는 두메산골에서 가난하게 태어나 스포츠로 일약 세계적인 스타가
돼 돈과 명예를 일시에 거머쥔 선수와, 강남출신의 고학력 부모 밑에서 고생 모르고 자란
외국 유명한 박사학위 소지자가 그 부모를 해치고 집을 불살라 버린 사건이 실렸다.

  우리 옆집 주인아주머니는 지하방에서 원주인한테 온갖 잔소리 들으며 몇 년 악으로
버티고 살다 그 집을 자기 집으로 만들고, 원주인은 그 아주머니 살던 음습하고 냄새나는
지하방에서 산다. 
  앞집 아주머니는 자식 없는 사람이나 아들 없는 사람한테 ‘아들 아들’ 자랑하다 그 아들
커서 속 썩여 몸져누웠다.
  아랫집 아주머니는 딸 셋 낳고 죄 지은 사람처럼 살다 그 딸들 착한 사위 얻어와 효자 아들
열 부럽지 않다는 듯 웃음꽃이 만발하다.
  그러니까 인생은 일부러 남에게 잘 보일 필요도 없고, 그냥 올바르게, 성실하게 살며, 행복
느끼면 되는 것이다. 나만 행복한 것처럼 자랑할 것도, 나만 불행한 것처럼 남 부러워할 것도
없다. 나보다 잘났다고 꿀릴 것도, 나보다 못났다고 얕볼 것도 없다.
  학력이, 재산이, 건강이, 그 어떤 것이 좀 모자라도 언제든 다시 일어설 기회가 있고
만회할 수 있다. 지금 당장 보여 지는 게 전부가 아니라, 나이 70에도 청춘의 희망이 있을 수
있고 20세여도 무너질 수 있다. 무방비 상태다. 1등이 꼴등 되고 꼴등이 1등 되고, 상류가
하류 되고 하류가 상류 되고, 적이 동지 되고 동지가 적 되고, 불행이 행복 되고 행복이 불행
될 수 있다. 엎어졌다 뒤집어졌다 역전된다.
  인생이란 장담할 수 없는 예측불허. 천우신조, 행운이 올지, 기적이 일어날지, 전화위복이
될지, 아니면 날벼락을 맞을지, 한치 앞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언제, 어떻게,
무엇이 될지, 아무도 모른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칠월의 에필로그 2025.07.04 (금)
초록이 물오르면포도 광주리에 둘러앉아시퍼런 입술들이 깔깔대며구름 위를 달린다포식자의 먹잇감이풀을 뜯는 칠월은가슴에 품은 진초록이다칠월마다 삶의 이삿짐이옮겨갔지만진초록이 마르고 있음을 알지 못했다칠월은등줄기 진땀이어미의 젖가슴을훑고 가는 여름감기나의 노스텔지어 칠월에발을 담구면시리고 저리는 삶의 변주곡이장조로 화답을 한다
반현향
  나는 한국을 방문할 때 머물 곳이 마땅치 않아 호텔 신세를 지곤한다. 강남보다는 강북에 있는 호텔을 선호한다. 강남은 남에 나라에 온 것 같아 낯설다. 그래서 강북에 머문다. 60년대 모습과 정감이 조금은 남아 있어 길 찾기가 편하다. 또 혹시나 내가 남긴 옛 추억하나라도 만날 수 있을까 해서다. 50년대 후반 주경야독, 신문팔이, 고학시절, 자주 찾던 신문사들이 아직도 현존하는 광화문 근처에 머물고 있다. 석간 신문을 박아내는 우렁찬...
심정석
만년설 2025.07.04 (금)
소복이 쌓인 눈이어느새 쌓인 눈이하얗게 쌓인 눈이 봄이 왔다고마음대로 눈물이 된다 숨죽여 울고소리 내어 울고가슴 치며 울어도 녹지 않는 마음이라는 게 있다
문선혜
분가 2025.07.04 (금)
    아들이 분가했다. 처음 집을 떠나 독립해서 살아보겠다고 했을 때, 내 안의 일부가 떨어져 나가는 것처럼 허전한 느낌이 훅! 들어왔다. 살인적인 고물가, 렌트비 등의 현실적인 문제를 아이가 지는 게 너무 가혹하지 않을까? 그런 염려스러운 엄마 맘이 먼저였다. 장남에게 은연중 믿고 의존해 왔던 내 기대어진 몸을 바로 세워야 하는 게 두려웠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6개월의 시간이 지났다. 아이는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지혜롭고,...
고희경
아침 이슬이여, 너는 어둠의 울타리에 걸어 놓은  내밀(內密)의 창(窓) 지순한 그리움의 초상이구나    춥고 습한 긴밤들을 눈물로 견디며 모든 고통의 순간들은 결국 숭고한 환희로 통하는 길이라는 지혜를 터득한 너의 맑은 이마여!                                           ...
안봉자
작은 아씨 2025.06.27 (금)
  어머니는 젖이 풍부하신 분이셨다. 우리 형제들을 키우면서도 일부러 젖을 떼려고 애쓰지 않고 아이가 먹겠다면 언제까지고 먹이려고 하셨다. 나도 거의 세 네 살까지 젖을 먹었다고 들었다. 내 밑에 막내 동생은 여섯 살이 넘도록 젖을 먹었다. 친구들과 밖에서 놀다가도 들어와서는 어머니 품을 파고들어 젖을 먹었다. 주위 사람들이 젖을 떼지 다 큰 애를 무슨 젖을 먹이냐고 하면 어머니는 이제 더 먹일 아이도 없는데 나오는 젖을, 먹겠다는...
심현섭
그리움 2025.06.27 (금)
사그라져 가는 물안개 아침 햇살에 부서지고   파도가 뿜어낸 당신 닮은 은빛 숨결 물 비늘이 허공 위로 흩어지네   그대 향한 서성임이 아픔의 태산 되어 울고   요란한 살여울 지쳐 밀려온 그 자리 차디찬 빙산 이어라   볕 뉘 사이로 스며드는 따뜻한 당신 목소리에 오늘도 목이 메이네
김정임
바람이 전해준 말 2025.06.27 (금)
  캐나다 웨이에서 오클랜드 스트리트로 우회전 핸들을 틀자마자, 눈부신 초록의 나라가 시야에 확 펼쳐졌다. 눈이 맑아지고 머리가 시원해진다. 문득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설국이었다.’로 시작되는 설국(雪國)의 첫 페이지가 떠올랐다. 하얀 눈의 나라로 들어가는 대신, 나는 온 세상이 초록으로 물든 별세계로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이 길은 조금 지나면, 디어 레이크 파크 숲을 우측으로 끼고 돌면서 계속...
지연옥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집도의는 캐나다에서도 이름 있는 Doctor라 했다. 수술실에 들어가니 남자가 7사람 여자 두 사람이 있다. 수술은 집도의와 보조의가 하겠지만 의대생들이 견학하는 걸 허락했던 것이다.수술은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 된듯하다. 수술을 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방광에 호스를 꽂아 소변을 받아내고 양팔 혈관에 주사바늘을 고정시켜 줄이 달려있다코로 호수를 따라 식사대용 영양제가 들어간다. 또 수술한 부위에도 호스를 넣어...
박병준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암이 자리 잡은 곳, 그 위치가 어디인가. 그게 중요하다.폐라면 힘 든다. 췌장이라면 수술이 어렵다. 급성으로 여러 군데 전이가 되었다면 걷잡을 수 없이 위험하다.내게 온 곳은 목이다. 후두암이라고도 한다. 그 자리는 어떤 곳인가?매우 정교하고 복잡한 부분이다. 거기는 기도(Air way)와 식도가 만나는 곳인데 코와 입을 통해서 공기가 들어오고 또 입에서 식도로 넘어오는 음식이 지난다.또 허파에서 나오는 공기가...
늘산 박병준
늘산 본인이 암 판정을 받고 수술을 하고 퇴원을 하면서 그간에 있었던 일들을 정리하고 싶습니다. 이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암에서 예방될 수 있는 일에 다소나마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면서 이 글을 시작합니다.암의 발견은 우연적일 수도 있고 필연적일 수도 있다.나는 우연적이라 생각하며 그나마 일찍 발견하였다는데 다행이라 생각한다.산에서 사람을...
늘산 박병준
다음페이지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