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북극권 원주민 부족이 문명과 만난 그 순간

한혜성 기자 helen@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1-03-25 15:49

[캐나다 역사 살펴보기] 캐나다 국립공원청 세미나

한겨울 온도가 영하 60도까지 내려가는 극한의 상황. 살을 에는듯한 추위와 얼음 뿐인 캐나다의 북쪽, 그 곳에도 인간은 살았다. 사냥으로 생존하고 집단 활동의 중요성을 하루하루 몸소 체험하며…   

캐나다 국립공원관리공단(Parks Canada)이 ‘캐나다 북극권 지역에서 살아남기(Survival In the High Arctic)’를  주제로 강연을 주최했다. 세미나는 지난 10일, 12일, 16일에 밴쿠버 수족관, 사이언스 월드, 밴쿠버 공립 도서관으로부터 장소를 제공을 받아 3차례 열렸다. 저명한 캐나다  역사가이자 작가로서 상을 받은 바 있는 라일 딕(Dick)씨가 강연을 맡았다. 딕씨는 캐나다역사가협회 회장이기도 하다. 


16일 밴쿠버 공립 도서관에서 열린 강연에 가봤다. 한시간 정도 진행됐고 약 100여명의 청중이 강연을 들었다. 강연 내용은 캐나다의 가장 북쪽에 있는 국립공원인 쿼티니팍 국립공원 지역에 거주했던  원주민의 삶을 중심으로 흘러갔다. 다음은 딕씨가 강연한 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 Nunavut, 사진제공=Nunavut Tourism >


돌과 눈 뿐인 그 곳도 삶의 터전
쿼티니팍(Quttinirpaaq) 국립공원은 누나벗(Nunavut) 준주에 속한 엘레스미어 아일랜드(Ellesmere Island) 북동쪽에 있다. 북극점과의 거리는 약 700킬로미터. 엘레스미어 아일랜드는 영국과 비슷한 크기의 섬이며, 3만7775평방킬로미터 크기의 쿼티니팍 국립공원은 스위스보다 조금 작다. 캐나다에서 우드 버팔로 국립공원(Wood Buffalo National Park)에 이어 두번째로 큰 공원이다. ‘쿼티니팍’의 뜻은 누나벗 준주 원주민  언어로 ‘세계의 가장 높은 곳(top of the world)’이라는 뜻이다.  


쿼티니팍 국립공원 지역은 1988년에 엘레스미어 아일랜드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가 1999년에 누나벗 준주가 쿼티니팍란 지명을 별도로 붙였다. 이듬해 캐나다 정부는 밀레니엄을 맞으면서 쿼티니팍 지역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했다. 


쿼티니팍 국립공원은 대부분 돌과 얼음으로 이뤄져 있다. 인간이 거주하기에 아주 힘든 환경이다.  추워지면 영하 60도까지 떨어진다. 하지만 그 곳에도 오래 전부터 인간은 살았다. 캐나다의 고고학 탐사단은 공원 내  케틀 레이크(Kettle Lake) 근처에서 문명의 흔적들이 다량 발견했다. 약 1인치 크기의 칼조각도 발견했고 그릇과 땅을 파서 만든 거주지도 찾아냈다.



인간이 생존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한겨울에도 개빙(開氷) 구역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년 내내 언제나 물이 흐르는 이 구역 근처에는 언제나 사냥이 가능한 새, 고래, 바다코끼리(walrus) 등을 항상 볼 수 있었다. 이들이 바로 지금 누나벗 준주에 거주하는 이누잇(Inuit) 부족의 조상들이다.  북극곰이나 카리부, 머스콕스(Muskox)도 좋은 식량거리였다.


이누잇 부족은 공동체 생활을 중시했다. 척박한 환경에서는 무엇보다 집단의 힘이 중요했을 터였다. 남자들은 함께 주로 큰 동물을 사냥하고 카누나 집을 만드는 일이 주 업무였다.  여자는 동물 가죽으로 추위에 견딜 수 있는 견고한 옷과 신발을 만들고 집안 안팎을 돌보았다.  어느 정도 자란 아이들은 돌팔매질 등으로 작은 새를 잡아 식량마련에 힘을 보탰다.


<▲ Nunavut, 사진제공=Nunavut Tourism>


탐험가들의 끝없는 도전
이누잇 부족이 문명과 만난건 1800년대 후반이다. 1840년에 영국군이 한차례 캐나다 북극권을 탐험하려했었지만 배가 실종되면서 실패로 끝났고, 1875년 도착한 필라델피아 출신 의사들이 이누잇 부족과 처음으로 조우했다. 이 의사들은 지형을 잘 아는 부족의 힘을 빌려 카누를 타고 북극권을 탐험했다. 하지만 남쪽으로부터 식량 등 물자수송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많은 숫자가 목숨을 잃기도 했다. 


그 다음으로 미국인 탐험가, 로버트 피어리(Peary)가 루즈벨트호를 타고 북극권 탐사에 도전해 1909년 4월 6일 북극점에 도달했다. 북극점에 사람이 발을 디딘 첫 기록이다. 피어리가 엘레스미어 아일랜드 해안가를  따라 북극점을 향하는 동안 이누잇 부족과 긴밀한 교류관계를 맺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 Nunavut, 사진제공=Nunavut Tourism>

기술이 발전한 2차세계 대전 이후부터는 훨씬 과학적 탐사가 진행됐다. 탐사단은 가볍고 보온이 잘되는 비닐하우스 모양의 집을 짓고 깃점으로 주변을 탐사했으며, 식량도 스테이크, 햄버거, 옥수수 등 동결건조된 캔음식을 주식으로 삼았다. 고고학 탐사도 있었지만 그보다 광물 개발 등에 촛점이 맞춰졌다.


요즘 캐나다 고고학 탐사단은 가장 북쪽 커뮤니티, 그리스 피오르드(Grise Fjord) 커뮤니티의 도움을 받고 있다. 이들은 아직도 사냥이 주산업인 원주민 부족이다. 지난해 그 부족을 직접 만났는데 친절하고 정이 많은 부족이고 배타적이지 않아 가까워졌다. 좋은 경험이었다.


<▲ Nunavut, 사진제공=Nunavut Tourism>


강연이 끝난 뒤 청중의 질문이 이어졌다. 그 중 일부를 소개한다.


질문 1) 탐사 때, 이누잇(누나벗 준주 원주민)이 식량 운반 등 힘들고 위험한 일을 도맡아했다. 탐사단은 댓가로 무엇을 주었나?
물론 그들에게 돈은 필요 없었다. 사냥을 하는 부족이라 총을 원했다. 돌로 깎아만든 날카로운 원시적 무기를 사용하다가 서구에서 총을 가져다줌으로써 이누잇 부족의 삶이 완전히 바뀌었다. 여성들에겐 주로 바느질할 실과 바늘 등이 전달됐다. 발에 동상이 걸리지 않도록 튼튼한 신발과 옷은 이누잇 원주민에게 필수다. 그 외에도 마른  장작, 종이, 펜같은 물자가 주로 그들의 노동과 교환됐다.


질문 2) 지금 이누잇 부족의 생활은 어떤가?
그들도 인터넷, TV, 아이패드 등을 모두 이용하고 있다. 다만 물가가 여기보다 훨씬 비싸다. 특히 식품 값은  캐나다 남쪽 지역보다 3배는 비싸다. 그들이 지속적으로 생활하려면 아직도 상당부분 사냥에 의존해야 한다. 


질문 3) 사냥과 관련된 정부 규정은 없는가?
멸종 위기에 처해있는 동물에 대해선 캐나다 정부와 이누잇 부족의 시각이 틀리다. 현재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지만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정부는 머스콕스나 카리부 등을 멸종위험동물로 지정했지만 이누잇 부족은 그에 반발하며 사냥을 계속 하고 있다. 어느 입장이 맞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서로 대화로 풀어가야 할 사안이다.

한혜성 기자 Helen@vanchosun.com
사진제공= Nunavut Tourism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5) 오경환의 북미 맛기행
로스엔젤레스(LA)에서 고속도로 위에 올라 아무 생각 없이 자동차의 가속페달을 밟기를 두어 시간정도를 하니 도로 옆에 있는 산등성이에도 나무 한그루 찾아보기 힘든 황량한 사막이...
자동차 사고 대처 요령
교통사고가 났을 때 당황하지 않고 대처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특히 캐나다 생활과 영어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사고가 나더라도 대처 법을 몰라 당황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교통사고는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으므로 교통사고...
2011 밴쿠버 패션위크 F/W
해마다 규모가 커지고 명성을 더해가고 있는 밴쿠버 패션위크(VFW)가 17번째 시즌을  맞는다. 2011년도 F/W 쇼는  4월 12일부터 17일까지 밴쿠버 다운타운 엠파이어 랜드마크 호텔에서...
디자인보다는 실용성… 전기차, 하이브리드등 친환경 차 대거 선보여
캐나다 3대 자동차 전시 행사로 꼽히는 밴쿠버 국제 오토쇼(Vancouver International AutoShow)가 3월 29일부터 4월 3일까지 캐나다 컨벤션 센터 전시장에서 열린다. 올해 밴쿠버 국제 오토쇼는 전...
(4) 오경환의 북미 맛기행
이야기를 풀어내는 천부적 재능을 가진 감독의 와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곳 1970년대 미국은 경제력 뿐만 아니라 문화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세계의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고자 했던...
캐나다 거주자로 10만달러 이상의 자산을 해외에 보유한 경우엔 소득세 신고와 별도로 해외 자산을 보고해야 한다. 해외자산 보고는 T1135(Foreign Income Verification Statement)라는 양식을 통해 보고해야 하며 이민 온 해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2010년에 이민을 왔다면...
[캐나다 역사 살펴보기] 캐나다 국립공원청 세미나
한겨울 온도가 영하 60도까지 내려가는 극한의 상황. 살을 에는듯한 추위와 얼음 뿐인 캐나다의 북쪽, 그 곳에도 인간은 살았다. 사냥으로 생존하고 집단 활동의 중요성을 하루하루 몸소...
[풀어쓰는 뉴스]
캐나다 정부가 22일 발표한 2011회계연도 연방정부 예산안은 나라 살림을 이렇게 하겠다는 일종의 계획표다. 이 계획표는 연방하원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만약 승인을 받지 못하면 내각제 특성상 정부 불신임으로 간주돼 총선에 돌입하게 된다. 한 해 살림을...
2010년 개인 소득세 신고에 대해 알아야 할 것
소득세 신고서의 양식의 제목은 ‘소득세 및 혜택 보고서(Income Tax and Benefit Return)’다. 제목 그대로 소득세 뿐만 아니라 받을 수 있는 혜택을 신청하는 절차이기도 하다. 캐나다 거주자라면 전년도 사망자까지 포함해 매년 치르는 중요한 절차다. 매년 신고양식을...
(3)오경환의 북미 맛기행
포인트 레이스 공원에서 센프란시스코 방향으로 쇼어라인(Shoreline)하이웨이를 따라 차로 한시간 정도 달리면 티뷰론 반도에 위치한 티뷰론이란 작은 마을이 나온다. 쇼어라인 고속도로는...
오경환의 북미 맛기행(2)
전문요리사 오경환씨의 북미 맛 기행을 연재합니다. 여행에 음식을 더해 북미 각지를 소개할 예정입니다. 경환씨는 더 베어 레스토랑, 더 로드 넬슨 호텔, G라운지 등 캐나다 동부 식당에서...
꾸준히 상승 곡선을 이루고 있는 휘발유 가격. 4일 오전 메트로 밴쿠버 주유소는 리터당 1달러31.1센트에 일반 휘발유를 판매했다. 2년만에 최고치다. 치솟는 휘발유 가격에 저렴한 주유소를 찾는데 열을 올리고 조금이라도 저렴한 저녁 시간 대에 기름을 넣는...
오경환의 북미 맛기행
전문요리사 오경환씨의 북미 맛 기행을 연재합니다. 여행에 음식을 더해 북미 각지를 소개할 예정입니다. 경환씨는 더 베어 레스토랑, 더 로드 넬슨 호텔, G라운지 등 캐나다 동부 식당에서...
예쁜 집∙갖고싶은 집∙실용적인 집
2일부터 6일까지 밴쿠버 컨벤션 센터에서 ‘2011 홈 앤 가든쇼(Home+Garden Show)’가 열렸다. ‘보수, 기분전환, 재활용(Restore, refresh, renew)’을 주제로 한 올해 행사는 집꾸미기 관련 업체 425여...
4명 후보, 최저 임금 인상·의료 환경 개선에 한 목소리… 세부 정책 의견 ‘분분’
BC자유당(BC Liberals) 당대표 자리를 놓고 4명이 26일 전당대회에서 경합을 벌인다. 여당대표가 주수상이 되는 내각제 규정에 따라 자유당원의 선택을 받은 승자가 고든 캠벨(Campbell)...
처방전 약, 일정금액 넘으면 무료
타지생활에서 가장 힘들 때를 꼽으라면 ‘아플 때’다. 특히 가족 중 1명이 질병이나 사고를 당했다면 정해진 소득에 약 값이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오늘은 BC주 의료보험공단(Health...
[밴조선 증언 입수 특별 보도] 관리소 수용 됐다 탈북한 여성 김혜숙씨 캐나다 국회 증언 북한을 탈출해 한국에 망명한 김혜숙(49세∙가명)씨가 지난 2월1일 캐나다 국회내...
곧 발렌타인 데이다. 상업적으로 변한 일년 중 하루쯤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연인∙동반자로부터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나 상징적인 선물이 은근히 기다려지는 날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는...
위치 추적 앱(App)은 필수… 보험 등 예방 중요
A씨는 애지중지하던 스마트폰을 잃어버리고는 가슴을 쳤다. 장만한지 1달 밖에 안된데다 구입시 대리점에서 분실 보험 가입을 권했지만 거절했기 때문이다. 이제 새 제품을 사기 위해 한...
“한국 면허 취득 24개월 미만이면 전환 불가”
BC주에서는 만 16세가 지나면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 운전면허 신청은 ICBC 운전 면허 사무소에서 할 수 있으며 요구되는 서류와 비용은 경우에 따라 달라진다. 한국에서 면허증을...
 31  32  33  34  35  36  37  38  39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