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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령씨가 알려주는 카이로프랙터의 세계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2-02-10 15:56

“약물 대신 자세교정만으로 통증 치료, 삶의 질을 높여주는 특급 도우미”

‘직업 시장’에서 전문직의 주가는 늘 평균을 상회한다. 특히 경기가 좋지 않을 시기에는 매번 상한가를 기록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무엇보다 해고의 걱정이 덜하다는 점, 설령 직장을 잃는다 해도 자신만의 사업을 비교적 순탄하게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 전문직종의 매력이다. 멋 부리지 않고 좀 더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전문직은 가장의 책무를 다하게 도와주는 일종의 보증수표 같은 존재다.


일반 직장인의 자리가 얼마나 위태위태한지를 그 동안의 학습효과를 통해 터득한 사람일수록 전문직을 갈망하는 농도가 더욱 짙을 수밖에 없다. 자신이 그 갈망을 현실화하지 못했을 경우, 자녀에게 꿈을 대물려 주기도 한다. 뿌리가 깊지 못한, 그래서 직장잡기가 버거운 이민사회에서 이런 현상을 목격하는 것은 더욱 쉬운 일이다.


뿌리 얘기가 나온 김에 발상을 살짝 달리해 보자. 만약 캐나다 사회에 필요한 다양한 전문직 종사자들을 지속적으로 배출할 수 있다면 한인 커뮤니티의 뿌리도 그만큼 두터워지지 않을까? 적어도 한인사회의 위상을 높이자는 ‘구호’보다는 전문직을 키워내려는 노력이 훨씬 현실감 있어 보인다.


밴쿠버 조선일보는 이민 1.5세대나 2세대, 혹은 젊은 기운과 도전정신으로 충만한 1세대들을 대신 해 전문 직종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자 한다. 첫 번째 수집품은 ‘카이로프랙터’다.




 





“생소한 세계, 직업 전망은 밝은 편”


카이로프랙터, 한국어로 옮기면 척추신경전문의에 대한 기사를 쓰기 전, 지인들에게 간단하게 물었다.


“ 카이로프랙터 클리닉에 가본 적이 있나요?”


질문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별로 신통치 않다. 대답은 “들어는 봤는데 그곳에서 치료받은 적은 없어요”뿐이다. 질문 하나로 카이로프랙터에 대한 갖가지 정보를 손쉽게 취하려 했던 기자의 욕망은 맥없이 증발했다.


이처럼 획일적인 답안지를 받게 된 까닭은 물론 기자의 행동 반경이 협소해서일 수도 있겠지만, 카이로프랙터라는 직업이 적어도 한인사회에서는 여전히 낯설게 들리기 때문이기도 하다.


말 몇 푼으로 스스로를 전문가라 칭하는 사람은 배제하고, A부터 Z까지 속 시원하게 풀어줄 수 있는 진짜 전문가를 만나기로 했다. 주인공은 김나령씨, 영어이름은 낸시 김이다.


클리닉은 코퀴틀람 센터에서 가까운 글렌 (Glen)드라이브 선상에 위치해 있었다. 그 곳에 약속 시간보다 15분 가량 먼저 도착했다. 김나령씨를 기다리는 동안 환자들이 클리닉 문을 여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환자 수는 이 직업의 현 위치와 미래 모습까지 가늠케 해 준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이민 왔지만 한국어 실력이 여전히 유창한 김나령씨가 얘기한다.


“카이로프랙틱은 대체의학으로 출발해서인지, 일반 의학에 비해 역사가 훨씬 짧아요. 캐나다에 처음 소개된 것은 1930년대의 일이죠. 하지만 이 직업에 대한 전망은 밝은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척추건강에 대한 관심이 해마다 늘고 있기 때문이죠."


“학부 포함 총 8년 투자해야”


역사가 짧아서일까. 척추신경전문의가 되기 위한 정식 교육기관은 토론토에 있는 ‘CMCC’가 유일하다. 퀘벡주에도 한 곳이 있긴 하지만 모든 교육이 불어로 제공된다. 김나령씨에 따르면 현재 SFU 내에 카이로프랙틱 관련 학과를 신설하려는 움직임이 있긴 하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


교육기관이 많지 않다 보니 미국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도 흔하다. 김나령씨의 선택도 미국이었다. 그녀는 로건 카이로프랙틱 칼리지를 졸업했다.


“척추신경전문의가 되기 위해서는 꽤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해요. 우선 학부 3년을 이수한 후에야 5년제인 카이로프랙틱 교육기관에 응시할 자격이 주어지죠. 그러니까 낙제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총 8년을 공부해야 합니다.”


학부를 마쳤다고 해서 누구나 카이로프랙터의 진입로에 들어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생물, 과학, 영어 과목을 필수로 이수해야 한다. 김나령씨는 대학에서 생물과 심리학을 전공했다.


“학부 학점이 최소B+ 이상은 되야 지원할 수 있어요. 그래도 의대나 치대에 비하면 경쟁률이 아직까지는 낮은 편이지요.”


서류 전형을 통과하고 나면 곧바로 인터뷰가 기다리고 있다. 이때는 전문지식 대신 수험생의 인성이나 자질 등을 주로 본다. 이걸로 다가 아니다. 중요한 한 가지가 남아 있다.


“카이로프랙틱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한 경력이 필요해요. 봉사시간은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제가 지원한 학교는 100시간을 요구했어요.”


“자원봉사활동 통해 적성을 찾자”


여기 구직에 대한 김나령씨의 소중한 조언이 있다. ‘자원봉사활동’이 바로 그것이다.


“자기가 어떤 길을 걷고 싶은지 중고교 시절에 이미 알아채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이에요. 남들 보기에 좋은 학교, 좀 있어 보이는 공부를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람일수록 나중에 진로를 정하기가 더욱 어렵죠. 그래서 저는 ‘간판’보다는 적성을 찾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원봉사활동을 통해 그 적성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의사가 되고 싶다면 우선 병원에서 자원봉사활동을 시작해 보자. 의사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체감해 본다면 꿈으로 가는 길이 한눈에 들어올 수도 있다. 자동차 정비사가 되고 싶은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만약의 경우에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요. 첫번째 꿈이 좌절됐을 때, 다른 길로 손쉽게 갈아탈 수 있는 ‘2차 구직 계획’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구직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사이 정작 중요한 질문 하나를 잊고 있었다. 카이로프랙터가 하는 일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카이로프랙터는 약물 대신 자세교정을 통해 통증을 치료합니다. 목뼈나 척추뼈가 어긋나게 되면 신경을 누르게 되는데 이럴 경우 극심한 통증을 앓게 되죠. 통증을 못 느끼더라도 신경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몸에도 해롭고 집중력도 방해하지요. 때문에 건강한 삶을 유지하려면 바른 자세를 갖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한 전문 학술지는 짧은 시간 안에 가장 효과적으로 척추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의료 행위로 카이로프랙틱을 꼽는다. 다소 부담스러운 부분은 저소득층이 아닌 경우 현재로선 주정부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카이로프랙틱 이용이 다소 꺼려지는 이유다. 그래도 회사 보험이 있다면 부담은 한결 가벼워진다. BC카이로프랙틱 협회에 따르면 초진 비용은 65달러, 재진은 45달러 수준이다. 환자들 대부분이 한 달에 한 번 가량 클리닉을 방문해 자신의 척추 상태를 점검받는다.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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