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죄(罪)와 벌(罰)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3-06-11 00:00

 

최근 BC주 고등법원(담당판사 Sunni Stromberg-Stein)은 야구방망이와 파이프 등으로 어린 학생을 집단 구타해 숨지게 한 4명의 범인에게 2년의 가택연금과 2백40시간 사회 봉사활동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조건부 판결(conditional sentence)을 내렸다.

당초 검찰은 형벌을 통해 잠재적 범죄 행위를 예방하고 일반인의 규범의식을 강화함으로써 법질서를 준수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이들을 폭행치사죄(manslaughter)의 공동정범으로 처벌하기위해 최고 6년의 징역형을 구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들이 전과가 없고 최종 결과발생의 원인 된 행위를 판명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유사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써 조건부 판결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예상보다 훨씬 관대한 판결이 나오자 일부에서는 사법정의마저 무너뜨린 졸렬한 판단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는데 이는 범죄자의 행위에 상응하는 응보적 고통(retribution)을 부담시켜야 마땅하다는 뜻이었고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입장에서는 보복(revenge)이라고 해야 할 정도로 무거운 형량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법원의 판단은 '형벌이 단지 보복의 수단으로 전락해서는 안되며 오히려 범죄자를 교화하고 재사회화 하는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특별 예방적(Special prevention) 기능을 강조한 것으로 이해된다. 더욱이 조건부 판결제도는 캐나다 교정시설의 과밀화현상을 해소하고 일반 시민들의 정의감과 사회의 안전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수단으로 캐나다 연방정부가 1996년 도입한 것이다. 또, 법이 지향하는 목표가 형벌주의가 아니라 사회질서의 확립에 있고 범법자에게 내려지는 양형의 판단은 법관의 고유한 자유재량이므로 법원의 판단에 일반인이 이의를 제기할 사안은 아니다.

하지만 범죄자의 사회 복귀에 대한 법원의 고려를 일반인들이 심정적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피해자관점에서의 엄격한 처벌요구를 수용할 때 가능하고 이때 비로소 범죄예방(crime prevention)이라는 형벌의 기능도 제대로 작동하리라 판단한다. 따라서 법원의 의도를 판결문을 통해 보다 정확히 파악해야 하겠지만 지금까지 언론에 보도된 판결사유를 종합해보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이유에서 일반인들의 법 감정에 반한다고 본다. 검찰의 항소와 법원의 재심여부에 주목하는 이유이다.

첫째, 폭행으로 인해 사망의 결과를 초래한 가해자들이 '범죄결과에 상응하는 법적 제재'를 받지 않았다는 점에서 일반인들의 정의감을 충족하지 못했고, 둘째, 범죄에 대한 징벌(punitive)과 갱생(restorative)의 효과를 동시에 얻기 위한 법원의 선택이 피의자의 사회복귀(rehabilitation)에만 초점을 맞추어 결과적으로 피해자의 관점은 도외시했으며, 셋째, 범죄행위자에 대한 사회적 비난에 걸 맞는 경고(denunciation)와 제재(deterrence)조치로서도 조건부 판결은 미흡했다는 점이다.

<이용욱 기자 lee@vanchosun.com>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亡者에 대한 예의 2003.08.11 (월)
亡者에 대한 예의 故 정몽헌 현대회장의 투신 자살소식은 충격이었다. ‘밴쿠버 선’을 비롯한 현지 캐나다 신문들이 앞 다투어 이를 상세히 보도했고 밴쿠버 한인들의 반응은 아무것도 부족한 것이 없어 보이는 재벌 총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사실 자체가...
복합문화의 상징 '채널 M' 밴쿠버에 '채널 M'이라는 새로운 방송국이 생겼다. 멀티비전TV(Multivision Television)라는 이름으로 방송국을 만든 '멀티밴 브로드케스트(Multivan Broadcast)'사는 중국계 3명을 비롯한 5명의 사업가가 거금을 투자해 설립했다. 차이나타운에...
옥탑방 고양이 2003.07.21 (월)
옥탑방 고양이 '옥탑방 고양이'라는 드라마가 인기다. 다소 불순해 보이는 동거(同居)를 소재로 한 젊은이들의 사랑 이야기는 두 주인공이 펼치는 소꿉장난 같은 사랑놀음에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에서 화제가 됐다. 비록 드라마는 '동거'를 가벼운 재미로...
기적을 믿는가? 2003.07.14 (월)
기적을 믿는가? 지난주 밴쿠버 코스타를 통해 이지선 양을 만났다. 여성으로서 참담한 화상의 아픔을 극복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주고 있는 그녀는 화상피해자와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으며 유명인사가 되었다. 그녀의 이야기를 처음...
올림픽의 논리, 대륙별 순환개최론 2010년 동계올림픽 개최지 선정을 이틀 앞두고 한국의 모 방송국에서 국제전화가 걸려왔다. 요지는 선정발표 당일 밴쿠버 현지표정을 전화로 알려줄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조금은 궁색한 변명으로 정중히...
유승준과 욕 2003.06.30 (월)
유승준과 욕 지난 1년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가수 유승준이 일시 귀국허가를 받아 한국을 방문했다. 예비 장인의 장례에 참석하기 위한 짧은 일정이었지만 한국에서 태어나고도 입국이 금지된 그로서는 감회가 남달랐으리라. 몇 일전 밴쿠버에서 그를 직접...
퀴어(Queer) 2003.06.23 (월)
퀴어(Queer) 온타리오주 항소법원의 '동성결혼 허용' 판결에 대해 캐나다 연방정부가 항고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캐나다는 동성 결혼을 법적으로 인정하는 세계 세 번째 국가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이 문제는 캐나다 전역을 찬반 양론의 극심한 대립으로...
죄(罪)와 벌(罰) 2003.06.11 (수)
  최근 BC주 고등법원(담당판사 Sunni Stromberg-Stein)은 야구방망이와 파이프 등으로 어린 학생을 집단 구타해 숨지게 한 4명의 범인에게 2년의 가택연금과 2백40시간 사회 봉사활동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조건부 판결(conditional sentence)을 내렸다. 당초 검찰은 형벌을...
한인사회의 코드 읽기 코드(code)가 유행이다. 한국에서는 '부자의 코드를 읽어라'라는 이름의 번역서가 나왔을 정도로 최근 두드러지고 있는 사회현상의 하나다. 쓰임의 용도도 다양한 'Code'라는 용어를 굳지 우리말로 해석하자면 '무엇 무엇에 대한 인식(認識)의...
기부에 대한 단상 2003.05.07 (수)
기부에 대한 단상 "공짜 치즈는 쥐덫 위에만 있다" 세상에 공짜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얘기이자 무슨 일이든 대가가 있기 마련이라는 러시아 속담이다. 속담이 주는 교훈과는 달리 세상에는 어떤 대가를 바라지 않고 자신의 가치관이나 신념에 따라 타인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이하 평통)'는 일반인들은 별 관심도 없을 뿐 아니라 이름 마저 생소하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평통은 대한민국헌법 제92조에 규정된 헌법기관의 하나이다. 전두환 대통령 집권시인 지난 1981년 대통령 직속의...
  우리가 새로운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이곳 'canada'와 'vancouver'를 모국어인 한글로 표기하려면 어떻게 써야 올바른 것일까? 최근 국립국어연구원(www.korean.go.kr)이 발표한 '외래어 표기 용례집'에 따르면 '캐나다'와 '밴쿠버'로 쓰는 것이 올바른 표기법이다....
  최근 심각한 사회문제화하고 있는 교내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캐나다 에드먼튼 시(市)가 금지조례를 마련하기로 했다. 시의 구상은 교내폭력금지조례(anti-bullying bylaw)를 만들고 이를 위반할 경우 최고 250달러의 벌금을 물게 한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
조세 형평의 원칙 2003.03.17 (월)
조세 형평의 원칙 항간에 나도는 우스개 소리로 캐나다 정부가 제발 떠나줬으면 하는 세 민족이 있다는데 그 이유가 재미있다. 첫번째 민족은 몰골이 너무 지저분하고 더럽기 때문이며, 두 번째 민족은 아주 시끄럽고 소란스럽다는 것이다. 세 번째 민족은 세금...
 61  62  63  64  65  66  67  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