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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우정은 돈으로 못삽니다

권민수 기자 m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0-08-17 09:57

밴쿠버 한인사회에 사기사건을 접하면서 흉년이 들면 민심이 흉흉해진다는 말이 지난해 말부터 자주 떠올랐다. 세 치 혀로 자기 배를 채우려는 파렴치한의 보기 싫은 활동이 한인 사회 여기저기서 들렸다.


가끔 피해자 얘기를 들으면서 어떻게 어수룩하게 당할 수 있는가 하는 탄식도 나왔다. 인터넷에 오래전부터 유행하는 말처럼 ‘검색의 생활화’만 해도, 그처럼 쉽게 당하진 않았으리라 싶은 일도 있다. 그러나 추가 피해를 막겠다며 자기 사연을 얘기하는 피해자는 용감하다. 말 못하고 꽁꽁 쌓아둔 채 속으로 아픈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기꾼은 친구의 모습으로 등장해 신뢰를 받으려 든다. 붙임성 있게 온갖 인맥을 찾고, 그럴싸한 자기 이야기를 지어 동정을 얻는다.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 척하면서 피해자의 신뢰를 산다.

돈독한 관계가 성립되면 사기꾼은 급한 일이나 사업을 둘러댄다. 높은 수익률을 내세워 투자금을 사취해갔던 과거와 달리 불경기형 사기꾼은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무슨 일로 급히 돈이 필요하니 얼마만 빌려달라는 식이다.

냉정하게 생각하자. 캐나다에서 신용이 있는 사람이라면 제도권 금융을 급한 대로 이용할 수 있다. 또 내가 아니어도 ‘좋은 사람’이라면 사정할 곳이 있을 것이다. 그만한 신용이 없는 사람이라면, 객관적으로는 신용이 없는 사람이다.

돈을 빌려주지 않으면 사기꾼은 태도를 바꿔 인간적인 실망을 표현한다. “그깟 몇 푼 빌려주지도 못하느냐”라는 식으로 앞으로의 관계가 깨질 것을 암시하기도 한다.  다시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돈 몇 푼 때문에” 관계를 깨겠다고 위협하는 사람이 정말 의리 있는 사람일까? 결국 우정의 가치를 돈 몇 푼으로 저울질하겠다며 들이미는 사람 아닌가?

그러나 피해자 중 많은 사람의 이야기에서 교집합을 뽑아보면 이 마지막 낚시질에 넘어간 경우가 적잖다. 설득을 듣고 자신이 야박한 것 같아서 돈을 내줬다고 한다.

사기꾼은 정체가 드러나도 입을 다물지 않는다. 제일 흔한 변명은 사정이 어려워 어쩔 수 없다는 이기적인 말이다. 자신이 어렵다 해서 남들을 괴롭게 만드는 일은 부당하다.

여기에 피해자 당신 돈 만큼은 꼭 변제하겠다는 말을 곁들여 정체가 더 드러나기까지 시간을 벌기도 한다. 이 말까지 나왔다면 최후의 경종이 울린다고 봐야 한다. 이런 말을 한 후에는 연락을 끊기 때문이다.
권민수 기자 ms@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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