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욱 /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오늘이 2021년 12월 31일
금요일이다. 돌아보면 비록 팬데믹으로 만남이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두 번째 해의
위기를 넘기고 있다. 주어진 환경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 연초부터 성경 통독을 해
오는 동안 오늘 역대서에 이르게 되었다. 이 글은 이스라엘 12지파의 500여 명의 이름이
기록되어 읽기가 쉽지 않은 다소 지루한 부분이다. 그런 와중에 4장 중간쯤에서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아주 소중한 두 구절 (역대상 4:9-10)이 들어 있는데 일명 야베스의
기도로 잘 알려진 대목이다.
수년 전에 애틀란타의 브루스 윌킨슨(Bruce Wilkinson) 목사가 쓴 ‘야베스의 기도 :
축복받은 삶으로 나아가기 (The Prayer of Jabez : Breaking Through to the Blessed Life)’ 가
출판된 지 3개월 만에 410만 부 이상이 팔려서 USA투데이, 뉴욕 타임스, 퍼블리셔스 등
위클리 선정 배스트 셀러 1위로 기록되기도 하였다.
야베스의 기도는 야곱의 기도나 히스기야의 기도처럼 길지 않았으나 하나님 마음에
합당하여 응답받는 기도였다. 나는 이 기도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싶다.
야베스는 사사 시대의 인물로 그의 형제 중에 귀중한 자로 그의 어머니가 지어준 이름
‘수고하여 낳았다’는 뜻을 포함하고 있다. 기도를 통해 힘든 현실을 극복한 인물이 바로
야베스이다.
그는 다윗 왕의 지파인 유다 지파에 속했지만, 가문은 대단하지 않았다. 유대인들은 보통
아버지가 이름을 지어주는데 어머니가 지어주었다고 한 것을 볼 때 그는 아마도
유복자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야베스의 기도는 비관, 좌절, 절망, 무기력, 슬픔 앞에 무릎을
꿇지 않고 이를 극복해 나가고자 하는 믿음의 몸부림이었으며, 포로에서 귀환한
이스라엘의 간절한 열망을 투영하고 있다.
우리 말 속담 중에 어려운 가운데서도 끝까지 부모 곁에 남은 자를 두고 “눈먼 자식이
효도한다”는 말이 있다. 팬데믹의 어려움 가운데서도 한 해의 끝까지 식구들과 더불어
삶을 함께한 사람들, 이 사람들이야말로 야베스 같은 사람들이라 여겨진다. 그냥 곁에
남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으로도 충분히 복 받는 일이다.
야베스의 축복 원리는 내게 복을 더하소서, 내 일을 도와주셔서, 내가 하는 모든 일에
나와 함께하소서, 나로 환난을 벗어나 근심이 없게 하소서 등 네 가지 기도로 구성된다.
일찍이 오스왈드 챔버의 경고처럼 기도는 주어지는 물건이 아니라 그것을 주시는 분에게
온전히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우리에게 주시지 않은 것들 때문에 원망하고 비관하는
것보다 우리에게 주어진 것들을 감사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야구 선수는 3할이면 훌륭한 선수이다. 열 번 나와서 세 번만 치면 된다. 즉 일곱 번보다는
세 번이 더 중요하다. 실수한 7을 보면 절망이지만 성공한 3을 보면 행복해질 수 있다. 일곱
번 아웃되는 것을 보고 야유하는 사람보다는 세 번 히트하는 것을 보고 칭찬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나를 끌어 내리는 사람들이 아니라 끌어 올려 주는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 인생은 언제나 과정이다. 즉 우리를 아름답게 만들어 가는 과정이 바로 우리의
삶이다. 다시 말해 축복은 과거보다 얼마나 더 내가 발전했는지를 생각하는 감사의
과정인 셈이다.
이 저녁에 ‘내가 엄마 품속에서 고통 중에 태어났지만 나를 구원하신 하나님 날 택하시고,
존귀케 하셨네’ 로 시작하는 트리니티 뮤직 장윤영의 야베스의 기도를 들으며, 한 해가
저물어가는 길목에서 하나님은 여전히 나를 사랑하신다는 믿음의 기도로 고통과 수고로
가득했던 야베스의 삶이 존귀해진 것처럼 나에게도 그런 역전의 은혜가 임하기를 간절히
소원해 본다.
너는 내게 부르짖으라 내가 네게 응답하겠고 네가 알지 못하는 크고 비밀한 일을 네게
보이리라(예레미아 33:3KR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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