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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볼라 완치 英간호사, 다시 죽음의 땅으로

파리=이성훈 특파원, 이순흥 기자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4-10-20 14:43

29세 윌리엄 풀리 “서구에서 이런 일 생겨도 무관심할 수 있을까”
시에라리온서 또 의료봉사

19일 밤, 영국인 남성 간호사 윌리엄 풀리(29)가 서아프리카 시에라리온의 수도 프리타운 공항에 내렸다. 영국인으로선 처음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돼 지난 8월 24일 영국 공군 수송기를 타고 특수 비닐텐트에 격리된 채 떠난 지 57일 만이다.

지금까지 시에라리온에서 에볼라로 숨진 사람은 1200명. 인류가 ‘21세기 흑사병’이라고 불리는 에볼라와 싸우는 최전선인 셈이다. 풀리는 그동안 치료를 받던 런던에서 출발하기 전 가디언 인터뷰에서 “아프리카에서 무고한 죽음을 막기 위해 떠난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교육 과정을 마친 ‘풋내기 간호사’풀리는 한 자원봉사 단체의 권유로 올해 초 시에라 리온으로 의료 봉사를 떠났다. 호스피스 병원에서 6개월 동안 에이즈나 말기 암 환자들을 돌볼 계획이었다. 그 무렵 시에라리온과 기니, 라이베리아 등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지난여름, 풀리는 예정한 6개월의 자원봉사 기간이 끝나자 귀국하는 대신 에볼라로‘죽음의 도시’가 된 남동부 케네마로 갔다. 풀리는 그곳에 간 이유에 대해 “간호사로서 특별한 능력이 없는 나 같은 사람의 도움조차 절실히 필요한 곳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케네마의 에볼라 치료센터 상황은 상상 이상이었다. 8명의 간호사가 잇따라 에볼라에 감염돼 숨졌다. 에볼라 환자를 돌보며 시에라리온 ‘영웅’으로 불렸던 의사 셰이크 우마르 칸도 그곳에서 치료 도중 숨졌다. 죽음의 공포가 의료진 사이에서도 팽배해지자, 의사와 간호사들도 잇따라 떠났다.

몰려오는 환자를 돌보는 일은 남은 자들의 몫으로 남았다. 풀리도 하루 14시간 이상 환자를 돌봤다. 그는“에볼라에 대한 극심한 공포도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사라졌다”며“완치돼 걸어나가는 사람을 보는 것이 커다란 기쁨이었다”고 말했다.

그 사이 국경없는 의사회(MSF)와 세계보건기구(WHO)의 의료진도 합류했다. 5주 이상 에볼라 환자를 돌보던 풀리는 갑자기 심한 고열과 오한을 느꼈다. 불길한 예감대로 에볼라에 감염됐다는 판정을 받았다. 그는 런던으로 긴급 후송돼 미국산 에볼라 치료제인‘지맵’을 투여받고 열흘 만에 완치 판정을 받았다. 치료를 끝낸 풀리는 다시 시에라리온에 가겠다고 결심했다. 말리는 사람들에게 그는“만약 아프리카가 아니고 서구에서 이런 일이 발생해도 우리가 무관심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시에라리온 복
귀를 준비하는 동안, 치료제 개발을 돕겠다며 미국까지 건너가 자신의 혈액을 기증하기도 했다.

한 번 에볼라에 감염된 사람은 재감염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의료계 정설이지만, 아직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은 아니다. 풀리로서는 재감염 위험을 안고 다시 사지(死地)로 들어가는 셈이다. 그럼에도 풀리는“죽어가는 사람을 그냥 두고 볼 순 없다”며“시에라리온 복귀는 쉬운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WHO의 공식 집계에 따르면, 에볼라 감염 환자는 9200여명, 사망자는 4500명을 넘어섰다. 파리=이성훈 특파원, 이순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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