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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친구 구할 때, 선장은…

진도=김경필 기자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4-04-16 09:12

선장·선원들, 승객은 뒷전… “빠져나오기 바빠 승객 구조는 생각도 못했다”
배가 침몰하는 2시간 동안 여객선 선원들은 어디에서 무슨 일을 했던 것일까.

침몰된 세월호에서는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했지만, "1호 탈출"을 감행한 선장을 비롯해 선박을 끝까지 책임져야 할 선원 상당수가 사고가 발생하자마자 일찌감치 대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당시 세월호에는 선장과 1등 항해사 2명, 2등 항해사 1명, 3등 항해사 1명, 갑판장, 조타수 3명, 기관장 1명 등 직원 30여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이들은 침몰 때까지 선내 안내방송을 맡았다 숨진 채 발견된 박지영(여·22)씨를 제외하곤 대부분 구조된 것으로 전해졌다.


	16일 오전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에서 구조된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서로 생사를 확인하고 눈물을 흘리며 끌어안고 있다.

 "친구야 살아있었구나" - 16일 오전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에서 구조된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서로 생사를 확인하고 눈물을 흘리며 끌어안고 있다. /뉴시스

목포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선장 이모(69)씨는 가장 먼저 탈출 행렬에 합류했다. 이씨는 최초 선박 좌초 신고가 접수된 지 40여분 뒤인 오전 9시 30분쯤 배 밖으로 나와, 오전 9시 50분쯤 해경 경비정에 의해 승객 50여명과 함께 구조됐다. 기관사 및 조타수 등 선원 6명도 이 첫 구조 그룹에 속해 있었다. 경찰은 이씨를 불러 사고 경위를 조사했고, 선박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그를 구조 작업에 동원하기 위해 사고 지역으로 다시 보낸 상태다. 선장 이씨가 당초 운항을 맡기로 했던 신모(47)씨를 대신해 사고 선박을 몰았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일부 네티즌은 "이씨가 대리 선장이어서 무책임하게 가장 먼저 배를 버리고 나온 것이냐"고 비난하고 있다.

해상 사고가 날 경우 배에서 끝까지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것은 선장이 반드시 지켜야 할 명예이자 자존심으로 평가받는다. 희생자를 1513명 낸 타이태닉호 참사 당시 에드워드 스미스 선장은 마지막까지 승객 탈출을 지휘했다. 그의 고향인 영국 리치필드에서는 배와 운명을 함께한 스미스 선장의 동상을 세우고, 동판에 "영국인답게 행동하라(Be British)"는 그의 마지막 말을 새겼다. 선박 승무원들이 승객을 제쳐두고 탈출에 앞장서는 것도 상식 밖의 일로 여겨진다. 2012년 1월 이탈리아에서는 호화 유람선 코스타콩코르디아호가 승객 4229명을 태우고 가다 암초에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해 승객 32명이 사망했다. 사고 직후 배에서 탈출한 선장 셰티노는 경찰에 체포됐고,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구속 수감됐다. 검찰은 배에 남은 승객 300여명을 버리고 도망친 직무유기죄를 적용해 승객 1인당 약 8년형씩 도합 2697년형을 구형했다. 이 사건의 재판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이번에 먼저 도망쳐나온 세월호 선원들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조타수 오모(58)씨는 "배 밖으로 나온 사람들은 다 천만다행으로 살아남은 사람들"이라며 "승객들에게 구조대가 올 때까지 대피하라고 알렸다"고 말했다. 선원 김모(61)씨는 "새벽 근무 후 방에서 혼자 잠을 자고 있다가 배가 기울어 침대에서 굴러떨어지면서 사고 사실을 알았다"며 "배에서 빠져나오기 바빠 다른 사람들을 구조한다거나 그런 일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고 했다.


	휴대폰 불빛 비춰 생존자 확인 16일 밤 전남 진도군 실내체육관 앞에서 안산 단원고 학부모들이 휴대전화 불빛을 밝혀 구조자 명단을 확인하고 있다.

 휴대폰 불빛 비춰 생존자 확인 16일 밤 전남 진도군 실내체육관 앞에서 안산 단원고 학부모들이 휴대전화 불빛을 밝혀 구조자 명단을 확인하고 있다. /뉴스1

생존자들은 "선원들이 승객들을 제대로 대피시키지 않았다"는 증언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정복진(17·단원고 2)군은 "아무도 상황이 어떻게 변하는지 알려주지 않고 제자리에 가만히 있으라는 말만 반복했다"며 "본능적으로 헤엄쳐서 나오지 않았다면 배 안에 갇혀버렸을 것"이라고 했다. 학생들을 위해 목숨을 걸고 뛰어다닌 사람들은 교사와 동료 학생들이었다. 임모(17)군은 "구명조끼를 입고 방 안에 있는데 선생님들이 오시더니 문을 열면서 즉시 바다로 뛰어들라고 하셨다"며 "바다로 뛰어들자마자 배 끝까지 물이 차올랐다"고 말했다. 이모(여·17)양은 "휴대전화가 터지는 아이들은 경찰에 전화를 하거나 친구들끼리 메신저를 주고받으며 서로를 다독였고, 여객선 밖으로 탈출할 때에도 서로 뒤에서 밀어주거나 손을 잡아줘 구조를 도왔다"고 했다. 김모(38)씨도 "헬리콥터가 오자 승객들끼리 서로 합심해 한 명씩 밧줄로 끌어당기면서 이송시켰다"고 말했다.

지난 1993년 사망자 292명을 낸 서해훼리호 사고 때도 선원들은 끝까지 책임을 다했다. 백운두 선장을 비롯한 승무원 7명이 마지막까지 승객 구조 작업에 힘쓰다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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