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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밤에 2022.05.03 (화)
밖에는 봄비가 소근거린다. 눈이 침침하여 스탠드를 밝히고 씨감자를 쪼개다가 창문을 열었다. 희미한 전광으로 세류 같은 빗줄기가 뿌우연하다. 봄비는 처녀비다. 수줍은 듯 조그맣고 고운 목소리로, 보드라운 손길로 가만가만 대지를 적시고 나무를 어루만지며 구석구석 찾아 다니고 있다. 가장 작은 풀씨까지 빼놓지 않고 먼 강남의 밀 향기 같은 봄소식을 전해준다. ​오늘 낮에 텃밭에 춘채春菜씨를 넣었다. 삽질을 하다 보니 주먹만한 돌멩이가...
반숙자
보름달 2022.05.03 (화)
밤늦게 과외하고 돌아오던 옥수수 밭길. 구름 낀 하늘 보고 또 보면 달이 나를 자꾸 따라왔지. 달걀귀신보다 무서운 건 구름 속에 숨은 둥근 달. 난 가방을 돌리며 검정 운동화 공중으로 날리며 집으로 뛰어갔지. 늘 겁이 많던 나에게 외할머니가 깽깽 할머니 이야길 들려주던 생각 하며 무서움을 이겼지. 툇마루에서 마당으로 굴러간 홍시가 아까워 더듬더듬 찾았다지. 어두운 마당에서 달기 똥이 홍시인 줄 알고 드셨다던 깽깽 할머니. 퉤퉤 뱉어버렸던...
강애나
4월의 역설 2022.04.25 (월)
  "모두 안녕? 많이들 모였네, 우리 멋지게 잔인한 4월을 즐겨보자." 동아리 회장 선배가 던진 말이었다. 옆에 있던 다른 선배도 "올 봄도 어김없이 엘리엇님이 나타나셨구만. " 하니 다른 회원들 모두 ‘잔인한 4월’을 언급하며 4월의 따뜻한 봄 볕을 즐기고 있었다. 도대체 난 무슨 말들을 하고 있는지, 무슨 의미인지 몰랐지만 모르는 티를 내기 부끄러워 그냥 묵묵히 있었다. 동아리 모임을 마치고 신입생 환영회  2차 모임에서 옆에 앉은...
정효봉
지렁이지룡 2022.04.25 (월)
막 태어난 아기 같은 살결손톱도 없는 손끝으로눈도 감고 귀도 닫고피부에 와닿는 순간에만 존재하며헤쳐나갈 팔도 밀고나갈 발도 없이오로지 한 입 한 입삼키고 소화해 그만큼만 나아가는일 년 같은 하루를천 년 같은 천 일을나도 없이 선善도 없이묵묵히 무구하게그러다가 그날이 오면하늘과 땅을 잇는 빗줄기 타고 올라 핑크빛 용이 되어 구름 사이로 날아가네 
이인숙
세 번 흘린 눈물 2022.04.25 (월)
“비즈니스 세계에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게 한다”는 비전하에 세계 대 공황이 시작되던 1930년에 미국 시카고에 평신도 실업인과 전문직 종사자인 기독실업인 7명이 모여 시작했던 평신도 선교 단체가 기독실업인회 (CBMC: CONNECTING BUSINESS AND MARKET TO CHRIST)이다.CBMC 사역을 유럽으로 확장하기 위해서 2000년 부터 북미주 총연의 도움을 받아서 본인이 중심이 되어서 유럽에도 지회를 창립하게 되었는데, 런던, 파리, 프랑크푸르트, 뒤셀도르프, 밀라노, 로마,...
임정규
민들레 홀씨 되어 2022.04.25 (월)
수줍은 눈빛위로 틔워낸 작은 희망외로운 마음둘레 아득한 기다림을뉘 있어 번져내는가 민들레 울 영토에사랑하리 사랑하리라 가난한 이름으로잡초 속 봉헌하는 노오란 한 송이 꽃인내로 저민 가슴에 소리 없이 불을 켜고그러다 어느 날엔가 혼자 된 홀씨 하나부활의 탯줄을 끊어 산과 들 넘나들며복음을 선포하리라 믿음의 향기 피우리라
이상목
매우 그립습니다 2022.04.20 (수)
사순절 이맘때가 되면 그리운 사람이 있습니다."천국은 백합화 꽃이 많아 황금길도 있고" 하시며 천국을 소망하시던 반병섭 목사님!소천 하시기 며칠 전 " 나 천국 보고 왔어. 생명수 강이 흐르고 황금 길도 걸었지. 예수님도 뵙고 특히 백합화 꽃이 많아" 하시며 환한 얼굴로 말씀하시더니 결국 백합화로 장식된 사순절 2017년 3월25일에 주님 품으로 가셨습니다.반 목사님을 처음 뵌 것은 1995년 1월 17일 유학 왔을 때 입니다. 남편 신학 대학교 대선배이신...
박명숙
산(4) 2022.04.20 (수)
겨울 지리산 자락의햇살은 산 너머에 지니어느새 고즈넉한 검은 치마자락이산을 덮는다.저녁 예불 스님의 목탁소리세상의  시끄러움을 잠재우고청아하게 들리는 법종은내 영혼을 고즈넉이 잠재우네.이른 새벽산도 바람도 고요히 잠든 사이하늘의 별들이 비춘 창 밖의 풍경산이 마치 수도승의 와상을 하고 있네.새벽녘 비구 스님의 청아한염불소리는 어둠을 물리고동이 트기전부터 세상을 깨우네아하,산사 대광보전의 본존께서 염화의 미소를...
구정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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