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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오시네 2022.03.14 (월)
봄비 오시네 사납게 파고들던 겨울비 저만치보드라이 흐르는 봄비의 손결회색빛 마을 화사해지리 다정한 빗살에파랗게 일어서는 풀 내음거칠었던 숨 다스리며나도 한껏 푸르러지리 봄비는 저물녘 마음 강가도란도란 흐르는너의 목소리 겨울 그림자 길어진 날엔새파란 봄비여어서 오소서.  -림(20210506)
임현숙
책장 앞에서 2022.03.14 (월)
도킨스와 하라리, 베르베르와 이정모가 사이좋게 어깨를 밀착하고 있다. 사이좋게?인지는 사실 모르겠다. 시비를 걸거나 영역다툼을 하지않고 시종 점잖게 어우러져 있으니 나쁜 사이는 아닌 것 같달 뿐.   책들은 과묵하다. 포개 있어도 붙어 서 있어도 일생 서로 말을 걸지 않는다. 책들은 다 수줍음을 탄다. 자리를 바꿔 달라 보채지도 않고 어디로 데려가 달라 꼬리치지도 않는다. 즉각적인 피드백을 양산하는 다중 미디어들이 창궐하는...
최민자
봄이 오는 숲길 2022.03.14 (월)
3월의 바람은 아직 차갑다숲속은 알 듯 모를 듯 연두빛 번지고구구 슝, 뺏쫑 슝, 까악 슝, 꾸이꾸이 슝새들의 울음소리와 바람소리가 서로 장단을 맞춘다마른 갈잎은 숲길에 누워꽃샘바람에 흔들리고마르고 까칠한 나무둥치 안으니따뜻한 온기 전해온다솔 나무 푸른 잎에 생기가 돌고골짜기 작은 풀꽃이 고개 숙이고성질 급한 진달래 꽃망울 하나저 혼자 고개 쑥 내밀고 세상에 나와그 꽃망울 머리 위에 사알짝 올라앉는다
조순배
 나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떠올려 본다. 나는 서울 마포구 아현동에서 태어나, 세 살 때쯤 되었을 때 부모님께서 서울 용산구 후암동으로 이사를 했다고 한다. 초등학교를 (내가 다닐 적에는 국민학교라고 지칭했다) 후암동에서 다녔다. 그 시절에는 거주 지역에 따라 초등학교를 배정받는 것이 중요했는데 지역별로  학교 차이가 있었다. 나는 평판이 좋고 역사가 있는 삼광초등학교에 입학해 졸업하게 되었다. 어렸을 때 운동회가 열리면...
이종구
한 차례 함박눈 펄펄했던2월 오후가지마다 탐스럽게 걸터앉은 봄 마중들 환생한 꽃들의 뽀얀 영혼 눈부시다 그래, 기다림은 종종죽은 시간 위를 달려와서둘러 꽃을 피우기도 하지아스름 실려 오는 너의 목소리눈가 주름골 따라 촉촉이 스며드는데 길섶엔한나절 허연 뱃살 양껏 부풀린 눈덩이들다시 겨울의 깊은 속살을 애무한다 이제 더는 구르지 않을 것 같은내 그리움의 수레바퀴는 목련 나무 눈꽃 멀리집 잃은 낮달로 걸려...
백철현
 2020년 초에 중국 우한에서 발원한 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으로 일상생활 패턴이 전 세계적으로 변한 지 3년째로 접어들고 있다. 교통과 통신기술의 발전은 지구 어느 한 곳에 일어난 사건이나 사변이 거의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알려지고,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지구 사회(Global Society)를 가능케 했다. 천재지변 소식은 인터넷이나 신문, 방송 등의 매체를 통하여 거의 실시간으로 알려지는 것이 한 예다. 이러한 소식이 들릴 때 직접 관계가 없는 한...
김의원
노을진 만남 2022.03.07 (월)
서로 잘 났다고우길 때가 좋았지옷이 이쁘다고시샘부릴 때가 좋았지어린 시절 집 앞도랑물 다리 위에멍석을 깔고 누워밤하늘의 별을 세다가잠이 들곤 했는데세월 참, 빠르다더니어느새 늙어버렸네막걸리 한 잔에억만 밤을 담그며뿌옇게 밤을 지새우다가아프지말고 가자는사촌의 그 말에그만 눈시울이 붉어졌네태화강가에서육모초를 뜯어 말리어 보낸정성스런 그 마음에쓰디쓴 육모초 물을달달하게 마시며흘러가는 구름을무심히 바라보았네
김희숙
나의 세계 2022.02.28 (월)
 벌써 십 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신춘문예 입상이라는 뜻밖의 타이틀은 내 인생의 하반기에 또 다른 고지로 향하는 출발점이었다. 새로이 맞이한 공간 속에서, 고래가 물을 뿜듯 분출하던 시간이기도 했다. 설레임과 흥분으로 하얗게 밤을 지새우며 빈 여백을 채우던, 벅찬 감정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벽에 가로막혀 앞으로 나가려고 해도 나가지 못하고 제자리걸음만을 반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초심으로 돌아가 초창기에...
민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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