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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 봄이어요 2022.02.28 (월)
햇 봄이어요그대눈같이 반짝거려요볼같이 따뜻해요그리고도 푸른 눈물이 고였어요햇 봄은 매번 똑같은 길로 와요숲속에 난 작은 길이죠지난 일 년을 혼자 걸었던내 마음에 비어 있는 그 길이어요밤새 몰래 와서 아침을 놀라게 하죠키득거리며 장난치면서 놀래주려고창문 밑에서 기다리기도 하죠아침은 곧 놀라운 기쁨에 빛나고가슴 속앓이가  되살아 나고푸른 이끼 눈부신 아침 언덕에 올라외길 순례자를 찾아요하얀 꿈이 몰려와서만 가지...
김석봉
비닐하우스 위로 운석이 떨어졌다. 장갑을 낀 지질학자 몇이 수상한 돌덩이를 조심스레 거둬 갔다. 극지연구소의 분석 결과 그날 진주에 떨어진 두 개의 암석은 별에서 온 게 확실하다 했다. '별에서 온 그대'는 하늘의 로또라, 부르는 게 값일 만큼 귀하신 몸이어서 뉴스를 접한 사람들마다 자다가 떡 얻어먹은 하우스 주인을 대박이 터졌다며 부러워했다.올여름, 나도 대박을 터트렸다. 내 집에도 별 그대가 당도한 것이다. 친견 일자를 통보받고부터...
최민자
노인의 새벽 2022.02.28 (월)
새벽 산책길에서 날마다 마주치는노파를 바라보네 가득 찬 가 배지 빈매처럼 읽고 서있는 눈초리가 매섭다가파른 삶을 위해 스캔한 공병들을주우려 파도치는 쓰레기 헤집는 손엄선된 사리만 집어 봉다리에 넣는다익숙한 태공처럼 먹이를 겨냥하여서러운 생의 추를 건지는 남은 운 김오롯이 한 생을 깁네 절망 같은 어둠 속
이상목
열대우림 속 창문을 열자 햇빛이 소나기처럼 쏟아져 들어왔다. 그 순간 교실 미닫이문이 열리며 선생님이 사슴 돼지 한 마리를 끌고 들어섰다. 그 녀석은 주름이 많은 회색빛 몸통에 축 처진 갈색 꼬리를 달고 있었다. 사슴을 닮은 구석은 하나도 없고, 다리가 긴 멧돼지와 비슷했다. 눈을 동그랗게 치켜뜨고 그를 바라보는 나에게 선생님이 말씀하셨다.“입학 후 첫 대면 수업, 몇몇은 올 수 있지만 대부분은 안 올지 몰라. 첫 수업 일을 내일로 아는...
박병호
퇴근 해서 집으로 향해 가는 버스를 기다릴 때였다. 한국에서 전화가 왔었다는 여러 개의 카톡 메시지가 남겨져 있었다. 왠지 불안한 마음을 뒤로 한 채 바로 큰 형님께 전화를 했다. 코로나 양성판정을 받고 격리 병원시설로 옮기신 후에 별 이상이 없으셔서 일반 병실로 이동하실 거라고 했었다. 이제까지 심장 수술과 혈전 제게 수술등 여러번 위험한 고비를 넘기신 터라 걱정도 많이 했고, 제발 이번 위기도 꼭 이겨냈으면 하고 기도하고 있었다. 제발...
정재욱
파도는 지금 2022.02.22 (화)
파도는 지금청소하는 중문명의 배설물에 백태 낀 백사장어미 소가 걸어 나와날름날름 태막을 걷어낸다조각하는 중세월의 앙금 갯바위망치든 석공이 걸터앉아툭툭 땀방울로 가슴을 벼린다성형 수술 중세파 골에 낡은 얼굴하얀 거품 물은 의사가 부릅뜨고박박 모래밭의 골 패인 주름살을 긁어낸다죽음보다 더한 산통퍼런 멍 옹이로하얀 단내 뿜으며아득히 걸어온 여린 꿈늪 속 질척임을 보듬고시냇가의 자갈밭을 갈아 온푸른 소망의 밧줄을 물고솨~솨~...
한부연
바다가 보고 싶다는 말로지쳤다는 말을 대신합니다혼자 이겨 내기 위해 바다를 찾습니다바다에게 마음을 내어주면,파도가 마음을 쥐어 줍니다.부서지는 존재들에어쩔 수 없이 마음이 갑니다사라짐이 아니라 남겨짐 이라서 그렇습니다포기하는 것이 아니라어떻게든 살아 보겠다는 겁니다.언제나 그렇듯또 봄은 오고 있습니다길어지는 코비드(covid~ 19)에 마음만 질겨집니다.
이봉란
새로운 길 2022.02.14 (월)
언제부터인가 지나갈 거라고 믿으며 견뎌온 코로나 사태가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처럼 느껴졌다. 감당해야 할 고통과 책임은 커져만 가는데 어찌할 도리가 없는 사람들은 보랏빛 희망과 검붉은 절망 사이에서 힘겨운 줄다리기를 하는 듯 보였다. 삶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분투하는 사람들의 모습 또한 처절하고 눈물겨웠다. 전염병의 창궐이 가져온 변화의 소용돌이에서 우리는 지독한 고립과 무력감에 빠진 건 아닐까? 해가 바뀌면 좀...
권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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