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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내린 비 2022.01.04 (화)
나는 비를 무척이나 싫어했다.외출했다가 빗방울이 떨어지면 100미터 달리기로 집으로 향했고 친구와 약속을 했다가도 비가오면 나가지 않을 핑계 찾기에 머리를 굴리곤 했다. 서점에서 할인 판매하는 날만 기다리다 억수로내리는 장대 빗 속에 포기하고 일년 내내 후회하기도 했다.   장마철도 아닌데 계속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트겐슈타인의 천재성 논리와 언어의 유희가 읽고또 읽어도 멀어만 가는데 날씨마저 우울했다. 습기 닿는 것조차...
박오은
그리움 2022.01.04 (화)
옛 추억의 푸르름에 피어난 그리움그저 바라만 봐야할 시린 아픔인 것을부질없는 먼 기다림가슴에 하얀 꿈 되어차오르는 외로운 고독에기다림의 둥지를 틀어아득한 그리움해후의 나래에은밀한 감격을 그리며뜨겁게 여생을 달궈간다
백혜순
신년 초에 김춘희 수필가의 ‘천사와 별’이라는 글이 밴조선에 실렸다. 제목에서 풍기듯 성탄절의 배경을 담고 있는 따뜻한 이야기였다. 정성껏 장식되어 가는 크리스마스트리 위에 별이 올려지고, 나무 중심에 천사가 매달리는 모습을 연상하며 즐거움 속에 읽어 나갔다. 특히 삼대가 만들어 가는 화기애애한 그 시간이 성탄의 의미와 맞물려 글을 읽는 내내 연극무대에 올려진 다복한 가정의 크리스마스 전경을 보는 것 같았다. 인조 소나무에...
김 줄리아헤븐
우리네 살아 온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이 풋풋한 여행길호젓한 터미널에 서면 떠나는 이들의 등은 항용왠지 쓸쓸해 보인다 누군가를 만나고 기약없이다시 또 떠나야만 하는이 황량하기만 한 터널 이제 가면 우리 언제 다시 또무엇이 되어 만나랴? 기쁨의 날줄 슬픔의 씨줄고이 고이 엮으며 살아온애환 (哀歡) 혼방 (混紡)의 여정 잃은 것과 찾은 것소중한 것과 헛된 것들 "해 아래서의 수고가 다헛되고 헛되며...
남윤성
얼마 전에 외숙모가 전화를 하셨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난 후에는 아무래도 격조하게되었는데 수년 만에 연락을 하신 것이다. 돌아가신 친정 엄마와 친 동기간처럼 가깝게지내시던 외숙모의 목소리를 들으니 엄마와 이야기하는 듯하여 반가웠다. 우리 집 근처에사셨던 외숙모는 오다가다 자주 들러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고 가시곤 하셨다. 외숙모는‘형님, 형님’ 하며 엄마를 잘 따랐었다. 엄마 생전의 살가운 정경들이 떠오르며 뭉클한감정이...
김선희
눈 내린 길 2021.12.28 (화)
눈 내린 길 걸어 보았나요?미끄럽고 무겁기만 한 발걸음생각같이 쉽사리 옮겨지지 않네요자꾸만 넘어질 뻔하면서목적지 인내하며 가는 그 길 달랑 손에 드리워진하얀 종이 한 장믿음의 주소소망의 길 따라 난좁은 문 좁은 길천국 문 주의 나라 담아보기엔턱없이 작기만 한 믿음의 그릇자꾸만 옅어지는 소망 불현듯질그릇에 담기워 찾아오셔함께 가게 하시는 은혜삶의 질펀한 계곡조차 평온함으로 띠 띄우시니한 걸음 소망으로간신히...
박혜경
가을이 가는 길목 2021.12.20 (월)
별이 되는 그리움 하나 보낸다 /건드리면 눈물이 되는 /가슴 하나 보낸다 //그리 곱던 단풍 /떨어져낙엽이 되는/ 차가운 비에 젖어 앓는/ 가을이 가는 /길목 //저 멀리 /젖은 단풍이 아리다. <“가을이 가는길목” 일부>  아름다운 단풍으로 오늘 나는 화려한 흔들림을 느낀다. 낙엽을 밟으며 구르몽의 타는 가을을 읊지않아도 쓸쓸하고 외로워짐은 또 무슨 화려함인가! 숲속에서 쏴~하니 파도소리가 난다. 바람이 한 바퀴휘두르고 가는 산마루엔...
강숙려
단단한 선(線)들 2021.12.20 (월)
단단한 선(線)들-입동일(立冬日) 아침에-지난가을의 마지막 날에 잠이 들고이 겨울의 첫날에 잠이 깼다.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는시간의 경계선들이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는세월의 도화지 위에단단한 선(線) 한 개 더해 놓고또 하나의 계절을 데리고 갔구나얼마나 많은 춘하추동이그렇게 쏜 살처럼 나를 스쳐 갔는가?말도 않되!말도 않되!허공에 대고 손사래 쳐보지만내 머리 위에 죽치고 앉은 서리꽃들이말없음표 허옇게 고개를 주억거린다원하든...
안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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