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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은 뇌 구조상, 스포츠 선수 이름을 기억하거나 기계 사용설명서를 판독하는 일에는 빠르지만 감정이나 상황을 짚어 내는 감각은 여자들보다 느리다고 한다. 우리 집 경우만 봐도 그렇다. 아침나절에 남편이 나를 무시하는 투로 말을 해서 기분이 상했다. 내가 온종일 굳은 표정을 짓고 있어도 그게 자기 탓인지 몰랐다. 류현진이 등판하는 야구를 즐겁게 보고, 점심도 맛있게 먹고, 낮잠도 쿨쿨 잤다. 그러다가 다 늦은 저녁때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정성화
임인년 새해 모두 2022.01.17 (월)
검 구름바다에 잠긴 해가수평선으로 튀어 오릅니다검은 범털이 휘날리고어흥 소리치며 고개 내밀어 해를 보고푸른 소나무 가지에 숨은 산신령이 튀어나와새해의 붉은 햇살을 휘젓고 다닙니다그 어렵던 고난을 물리치고금을 가득 실은 신비한 도깨비의 묘술로희망찬 내일로 달려갈 수 있기를그들이 신은 새 신발 새 옷이헌 것이 될 때까지 자유로운 광장에서 노래하기를한 사람 한 사람마다 꽃을 피우는 정원에서노랫소리 울려 퍼지기를창문 안에서...
강애나
New Year Wishes 2022.01.12 (수)
New Year Wishes                                      Written by Lotus Chung Let us love all in the new yearThere are enough to share all togetherThe more we share, the more valuableMay our warm love aboundGive us true love that can embrace even the pain Let us become jewels in the new yearLet us polish ourselves to jewelsSo they shine even in the mudThat can shine even in the darkMake us shine like jewels Let us stand up proudly in the new yearDon't let  us kneel in despairEven...
로터스 정
Why me? 2022.01.12 (수)
“그 소식 들었어?”“무슨?”“H가 폐암 말기래. 지금 옆 병동에 입원했는데, 보고 오는 길이야.”“무슨 말이야? 2주 전까지도 우리랑 같이 일했는데.”병원에 출근해 막 일을 시작하려던 난 동료가 전하는 말에 얼떨떨한 얼굴로 되물었다. H는 폴란드에서 고등학교 교사를 하다가 30대에 이민 온 사람으로, 12년을 나와 함께 일한 동료였다. 내가 일하는 병동에서 healthcare aide로 일하다 65세에 퇴직했었는데, 퇴직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다시...
박정은
문밖의 손님 2022.01.12 (수)
옥련나무 잎에 바람이 설렁대는 아침이다. 아파트 뒤뜰이라 해가 비치기에는 이른 시각에 주방창 앞에 새가 한 마리 날아들었다. 새는 힐끔거리며 경계를 하는 듯했다. 아침마다 하는 일로핸드밀에 커피콩을 넣고 가는 중이다. 커피 향이 코끝에 감도는 이 순간이 좋아서 커피 맛도제대로 모르며 아침마다 거룩한 예식을 하듯 커피콩을 간다. 내가 커피 향에 취해 커피를 내리는동안 새는 여전히 두리번거리며 유리창으로 나를 관찰한다.비둘기다. 잿빛...
반숙자
딱 익기좋은 나이 2022.01.12 (수)
곧 한 해가 간다꽃같이 곱든 내 인생에불현듯 찾아온 코로나로정신이 혼미한 체허둥거리며 살아간 시간들어제는 코로나에숨도 못 쉬고오늘은 코로나로가게 문 닫고참 소중했든 내 나이의 한 해가 속절없이 다 간다이젠다 비우고다 버리고다 잊자또 한 해가 온다언젠가 봄이 오고파랗게 새순이 자라나듯봄바람 따라 다가올 중년의 멋진 느낌스쳐 간 인연으로 아파하지 않아도충분히 족할 인생의 이력지나간 삶의 무게로 힘들지 않게익어 가기 딱 좋은...
나영표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펜데믹 상황에 잘 지내고 계시나요?  새해가 되면 언제나 의례적으로 덕담처럼 주고받는 인사,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신년인사말이 올해는 쉽게 나오질 않는다. 조상대대로 내려오는 평범하면서도 확실하게 한해를 축복해주는 이 인사말이 지쳐 있는 우리들에게 왠지 편안하게 들리지 않을 것 같다.작년 3월 중순 전 세계 재앙인 ‘코로나 19’라는 신종 바이러스가 인간들에게 엄습해올 때 정말 무서웠지만...
심현숙
수많은 나날이 지나갔으나오늘, 한 포기의 희망을 심으려 합니다노랑총채벌레, 배추순나방, 벼룩잎벌레에게양보하고 빈털터리가 되었지만또 한 포기를 심는 까닭은앞에 시간의 비탈이 놓여있고기다림의 지게가 비어있기 때문입니다제 홀로 초록잎 또아리치는 배추보다는서로 기대어 비탈 가누는 노랑콩알을 심어보려 합니다여기에도 붉고 푸른 공벌레는 슬겠지요하지만 혹독한 한파가 콩깍지를 여물리고짙고 깊은 어둠이 실처럼 여린 형제를...
김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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