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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온 만큼 적극적으로 도전했습니다”

한혜성 기자 helen@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1-07-12 12:58

[유망주] 매기 고등학교 수석 졸업생 박창선군

캐나다 교육은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학습태도가 요구된다.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할수록 배움의 양은 점점  커진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박창선(Patrick Park ∙18세)군은 이같은 캐나다의 교육방식 속에서 빛을 발한 성실한 학생이었다.

박군은 10학년 때 이민을 와서 불과 3년 만에 매기(Magee) 고등학교를 수석(평균 99%)으로 졸업했다. 졸업식 날, 총독 메달과 수석 졸업생에게 수여하는 학업 금메달 및 장학금도 받았다. 9월에는4년 장학금을 받고 맥길 대학교 생명의학부에 입학한다.



<▲ 밴쿠버 웨스트 소재, 매기 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맥길 대학교 생명의학부 입학을 앞두고 있는 박창선(오른쪽)군과 그의 어머니 김현주씨. 박군은 10학년 때 이민을 와서 성실함과 적극적인 학업태도로  최상위 성적을 유지했다.>

늦게왔다고 포기하지 않은 학생
박군의 어머니(김현주씨)는 박군에게 더 나은 교육환경을 제공하고 싶어 충분한 가족회의 끝에 어렵게 캐나다 이민을 결정했다. 하지만 너무 늦게 온 것은 아닐까하는 걱정에 남모를 속앓이도 많이 했다고.

“한국에서 중학교 3학년 1학기를 못 끝내고 여길 왔는데 10학년으로 입학을 하게 됐어요. 그런데 하필 고등학교 졸업을 하려면 10학년 이수학점부터 본다는거에요. 그걸 진작 알았으면 올 생각 조차 못했을걸요.  처음엔 주변 분들이 그러더라구요. 무책임한 부모라고요. 비수처럼 가슴이 아픈 말이었어요. 한국에서 공부 잘하고 있는 아이를 괜히 데려온 것 아닌가 싶기도 하고…”

하지만 우려를 다행으로 바꾼건 박군 자신이었다.  낯선 곳에서의 도전을 기대하며 밴쿠버에 오기로 최종결정을 내린 것은 박군이었기에 힘들어도 학업에 최선을 다했다고. 예상치 못하게 캐나다에서의 첫 학기에 받은 장려상(Honourable Mention∙평균 성적80~85.99% 해당 학생에게 주어짐)은 초반에 자신감을 얻는 계기가 됐다.

“매 학기마다 더 높은 성적을 목표로 삼고 목표 달성에 주력했어요. 그래서 10학년 2학기 우수상(Honour Roll)에 이어, 3학기부터 졸업할 때까지 쭉 90% 이상을 받아 교장 리스트(Principal’s List)에 올랐습니다.

어렸을 적, 아버지께서는 항상 “머리만 좋은 사람은 노력하는 사람 못 따라가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 못 따라간다. 놀 때는 열심히 놀고, 공부 할 때는 최선을 다해서 공부하라"고 말씀하셨어요.  학교 공부를 하면서도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최선을 다했습니다. 공부량이 많았지만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아버지 말씀을 따라 즐겁게 공부하다보니 성적도 만족스러웠어요.  스스로에게도 자신감이 더 생겼고요”

목표를 이루기위해 박군은 적극적이고 부지런하게 학교생활을 해나갔다. 숙제나 프로젝트는 늘 제출일보다 훨씬 전에 끝냈고, 제출 전엔 선생님에게 부족한 점이나 고쳐야 할 점이 무엇인지 검사 받았다. 선생님의 조언을 받아 수정까지 한 과제는 항상 좋은 성적을 받았다.  

“한국과 달리 거의 매일 시험을 보는 캐나다 수업 방식이 많은 도움이 됐어요. 영어가 서툰 저에게는 한꺼번에 많은 양을 공부하기보단 시험범위가 좁고 시험을 자주 보는 것이 유리했거든요. 또, 한국에서는 저의  독특한 생각이 무시되고 오답처리 되었지만, 캐나다 수업에서는 창의적인 것으로 인정받았습니다”

공부는 혼자 하는 것이라고 부모님으로부터 배웠기 때문에 학원은 한 곳 이상 다니지 않았다. 부족한 영어 작문은 개인교습이나 학원을 다니며 배웠지만 그 외에는 스스로 공부했다. 영어 실력은 캐나다 오기 전에  다국적 기업 대표를 맡고있는 아버지에게 배운 영문법이 전부였다. 그래도 탄탄한 문법 덕분에 ESL과정을 2주일 만에 졸업하고 곧바로 정규반에서 수업 받을 수 있었다. 반면, 유창한 회화 실력이 필요한 토론은 적응 기간이 필요했다.

“학교 공부 중 제일 고생했던건 토론 시간이었어요. 익숙하지도 않았고 뭘 어떻게 이야기해야 하는지 방법도 몰랐거든요. 첫 토론에선 근거없이 개인적인 견해를 주장했다며 선생님한테 크게 혼나기까지 했어요. 그 다음부터는 토론 전에 철저히 말할 내용을 준비해가서 선생님의 의견을 물었고, 교정을 받아 토론에 참여했죠”

학교 수업에 만족하지 않고 과외활동을 적극적으로 한 것은 친구 사귀기와 영어배우기에 많은 도움이 됐다. 학교 수학 클럽 회장, 해부학 클럽 부회장으로 활동했고, 11학년땐  UBC에서 운영하는 메트로 밴쿠버 수학 올림피아드 클럽에 초청받았다. 수학과 화학 부문 캐나다 경시대회에 다수  출전해 높은 성적을 기록하며 입상도 많이 했다. 수학과 과학은 한국에서부터 박군이 가장 좋아하는 과목이다.

“온지 얼마 안되서 수학 경시대회에 참여하고 싶었는데 어떤 기회가 있는지 아무도 안 알려줬어요. 담당 수학선생님은 잘 모른다고 하셔서 학교의 수학과장을 직접 찾아가 물어보며 기회를 찾아냈죠. 뭘 하고싶을 때 주변에 적극적으로 알렸더니 길이 열리더라고요(웃음)”

봉사활동은 한 뼘 더 자란 계기
박군은 스스로 찾은 봉사활동 기회를 통해서도 타인을 배려하는 법과 사회성을 천천히 익혀나갔다. 무작정 찾아가 봉사 기회를 물어본 밴쿠버 코스털 보건청(Vancouver Coastal Health)에서는 도보동행자로 봉사하며 매주 한번씩 할머니와 산책하는 봉사를  꾸준히 했다. 노숙자를 위해 샌드위치를 만들거나 캐나다유방암재단 행사도 수시로 도왔다. 학교에서는 수학 튜터로 나서 3년동안 수학에 약한 친구들이나 후배를 가르쳤다. 이 경력은 졸업식장에서 서비스상을 수상한 계기가 됐다.

박군은 올해 지원한 모든 대학에서 장학금 혜택과 합격 통지서를 받았다. 마지막에 토론토 대학교 공대(Engineering Science)와 맥길 대학교 생명의학부 사이에서 고민했지만 결국 의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맥길대를 선택했단다. 아픈 사람들에게 삶의 희망을 줄 수 있는 ‘연구하는 의사’가 되는 것은 박군의 오랜 꿈이다.

대학교에 입학하기에 앞서 미리 관련 분야의 경험도 쌓았다. 박군은 올 여름 6주동안 밴쿠버 아동∙가족병원에 소속된 아동&가족 연구소(CFRI)가 제공하는 미니 메드 스쿨에서 유급 인턴을 하고 있다. CFRI 의 미니 메드 스쿨은 고등학생∙대학교 학부생 등을 초청해 매년 10~11월경 세미나 프로그램을 주최한다. 대학교수와 연구원 등 분야에서 명성이 높은 의료인의 연구 내용을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고등학생은 생물학 선생님이나 교장 추천을 받아 학교당 최대 2명까지 세미나에 참가할 수 있다. 박군은 ‘유전적 치료(Genetic cure)’를 주제로 지난 가을에 열린 세미나 6회를 모두 참가해 여름 학생 인턴십 신청 자격을 받았다. CFRI는 학교 성적표,  추천서, 에세이 등을 포함한 서류 심사를 통해 1차 합격자를 선발했고, 다시 그 합격자에 한해 인터뷰 심사를 하여 박군을 포함한 최종 합격자 3명을 선발했다.  박군은 현재 유전자를 이용해 희귀병을 치료하는 약의 개발 연구를 돕고 있다. 기계 사용법도 배우고 회의도 참석하는 일이 흥미롭다고.  진로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라 하루하루가 즐겁다고 했다.

박군은 캐나다 교육을 통해 넓고 다양한 시각을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인생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설계할 수 있는 좋은 계기 또한 되었단다.

“저에게 맞는 교육 기회를 주신 부모님께 감사 드려요. 이젠 부모님과 떨어져 혼자 대학 생활을 해야겠지만, 열심히 노력해서 훗날 멋진 전문 의료인으로 성장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사회에 보탬이 되고  한인사회에서도 모범이 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글∙사진=한혜성 기자 Helen@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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