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시어머니와 며느리

김순이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2-04-20 10:13

김순이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제10회 한카문학상 산문(수필)부문 버금상
언젠가부터 며느리였던 나는 시어머니가 되었다. 시어머니에 대한 안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었던 나.
삼십 오 년 전 외아들에 홀 시어머니와 11년을 함께 살면서, 심한 치매로 2년간을 많이 아프시다 돌아가신 시어머니에 대한 추억이다
요양원이 없던 시절 심한 치매가 온 시어머니를 젊은 내가 모시기에는 너무 힘이 들었다. 어머니는 나를 미워하고 나는 어머니를 미워해서 서로 벌을 받는 것이라고 그런 생각조차 했었다. 그런 어머니를 보내고 왜 그리 슬펐는지 한없이 소리를 내어 울었던 생각이 난다.
내가 사랑받으려 해도 사랑을 줄 줄 모르시던 시어머니. 어미야 소리도 못 하고 ‘야’ 하고 부르시던 어머니였다. 어미야 소리가 듣고 그리 싶었던 나는 땅속에 어머니가 묻히시던 날. 울고 있던 내게 환청처럼 허공에서 ‘어미야’ 하고 부르시던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은 생각이 난다. 그렇게 부를 리는 없겠지만 내 마음을 알아주는 마지막 영혼의 소리였다고 느꼈었다. 아마도 사랑을 받고 싶었고 사랑을 모르고 가시는 어머니가 슬프고 가여운 마음이었는지도…
그건 아마도 미운 정이었을 것이다.
옛말에 며느리적 작대기로 맞은 시어머니, 제 며느리 홍두깨로 때린다고 했지만, 나의 며느리는 홍두깨가 아닌 내가 그리도 그리워한 사랑의 마음을 주리라. 늦복인지 요즘 신세대 같지 않은 심성 깊은 며느리가 내게 왔음이 참 좋다. 내가 부족한 것을 지혜로운 며느리가 헤아리고 있으니 말이다.
며느리가 시집오던 날 나는 딸을 하나 새로 낳았다고 생각하려 마음먹었다. 방금 태어난 갓난아기가 뭘 알겠나 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동안 사랑으로 곱게 키우면 정말로 딸이 되지 않겠나 생각하며, 나의 시어머니가 하지 못했던 사랑을 듬뿍 주면서 말이다.
세월을 훌쩍 넘겨 십 오 년 그 약속은 서로 잘 지켜진 것 같다. 아직 한 번도 얼굴 붉히며 서로의 의견이 엇갈린 일이 없으니 며느리에게 고마운 마음 뿐이다. 섭섭한 것을 풀지 못하고 저축하듯 마음에 쌓으면서 살았던 나의 며느리 시절. 지나간 젊은 시절을 며느리에게서 엿보며 참으로 잠깐 사이 역할이 바뀌어 있는 세월의 무상함을 느낀다.
나를 많이 닮은 나의 며느리
"어머니 차 한 잔 하실래요?" 
나의 빈 마음을 잘 아는 며느리. 며느리가 사준 보라색 버블 티에 빨대를 꽂아 아이처럼 빨면서 행복함을 느낀다. 어른스럽게 작은 것이라도 챙겨 주려 하는 며느리의 착한 마음을 안다. 며느리하고 있으면 나이 먹은 내가 더 작아지는 것만 같다.
요즘 세대 무조건 시어머니를 싫어한다 던데, 속 깊은 며느리를 보면서 나이 들어 가면서 큰 복중에 하나라는 생각을 한다.
"어머니 내가 잘못하는 것이 있으면 서운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꼭 말씀해주세요."
이렇게 내게 말을 하는 며느리. 
"그래 그렇게 할 게, 너도 내가 혹여 섭섭하게 하는 것이 있거든 말해 주렴"
시어머니와 며느리 남남으로 만났기에 서로의 마음을 조심하며 말을 해야 할 것이다

잘잘못 따지는 말 대신 고맙구나! 예쁜 며느리 수고하는구나.
섭섭해도 절대로 내색하며 시어머니의 의견을 말해서는 안 되는 관계, 그것만 잘 지키면 깨지지 않는 행복한 고부간이 될 것이다. 이제 며느리와 나는 서로를 신뢰하는 관계까지 온 것 같다.
늘 아들과 손자를 위하여 애쓰는 예쁜 며느리, 오늘도 고생이 많구나! 어미야 고맙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김순이 의 다른 기사 (더보기.)
어느 해안가 풍경 2024.05.13 (월)
고양이는 그늘에서 잠자고 아저씨는 점심 준비로 분주하다 태양은 하늘 위에 걸려있고 바람은 머릿결을 살랑살랑 딸랑거리는 자전거 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하얀 파도 소리 할머니는 집 앞에 나와 담벼락에 스치는 나뭇가지에 얘기를 걸고 오랜만에 놀러 온 손녀는 살금살금 고양이 쪽으로 까만 고양이 눈 초승달처럼 커지고 아이는 아닌 척 시치미를 땐다 밥 먹어 하는 소리에 고양이가 쪼르르...
박락준
 고백하자면 나는 악보도 제대로 읽지 못한다. 그러나 부엌일을 하거나 단순한 손 일을 할 때 클래식 음악을 즐겨 듣는다. 음악을 들으며 일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도 힘든 줄도 모른다. 음식을 골라 음미하는 미식가 같은 진정한 음악 애호가는 아니지만 그저 클래식을 좋아하는 편이다.. 쇼팽, 모차르트, 바흐, 두루두루... 마음이 울적하면 아베마리아를, 단풍이 질 때는 비발디를 , 그때 그때 마음 내키는 대로 듣는다. 몬트리올에서의 이야기다....
김춘희
  창 밖에서 들려오는 새들의 노랫소리가 반갑다. 해가 길어지고, 따뜻한 봄 기운이 느껴지는 요즘, 서서히 생활에 작은 변화들이 생기고 있다. 낯선 새소리에 창문을 열고 그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목을 길게 빼본다. 머리 위에 뾰족한 부채를 단 레드 카디널인지, 푸른 깃털이 매력적인 블루 제이인지, 귀여움을 뽐내는 워블러인지는 알 수 없다. 그저 다가올 계절을 품고 자연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존재가 가까이 와 있다는 것만이 분명하다....
권은경
새 봄 2024.05.13 (월)
갑자기 봄이다간절히 기다리던 봄이다눈을 돌리니 어느 곳이나 봄 꽃이 피어나세상을 밝게, 곱게, 싱그럽게 꾸미고 있다봄 꽃은 희망이다긴 시간의 시련을 견디어 온 전사들이다봄 꽃은 부활이다죽었던 가지에서 새 순이 나고 꽃이 핀다봄 꽃은 사랑이다세상을 아름답게 변화 시키는 힘의 원천이다봄 바람이 좋다봄 기운이 좋다봄 향기도 좋다이런 봄을 다시 볼 수 있어 참 좋다싱그런 새 봄을 어찌 사랑하지 않으랴오늘 따라 햇살이 따갑게...
나영표
잠시 홀로 된 공간은 휴식이었고무방비 상태였고 다시 돌아온 현재는 의지로 돌아왔지만 그 순간 이전에 기다림은 없었다.살아가는 그 마디마디에 여러 방법과 선택은 존재했고놀란 가슴에 앞뒤좌우 돌아볼 겨를 없이내일은 미래가 아닌 현재로 빠르게 이동한다.누구나 무의식 속에서 행동할 때가 많지만 기계는 항상 의식이 있는 상태로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노크 없이 문을 열어줄 시간을 마련하지 않아도 쉼의 공간에 갑자기...
송요상
오늘도 사랑 편지가 들어왔다. 가끔 이런 연서를 받지만 오늘은 유난히 기분을 들뜨게 한다. 그냥 사랑만 담은 편지가 아닌 잉태의 출발이기 때문이다.눈이 엄청 내린 한 겨울 캐나다. 나는 우여곡절 끝에 눈 폭풍을 헤치고 동쪽 소도시에 출장을 가게 되었다. 일주일에 삼일씩 그 도시에 머물며 비상 상황을 메꾸어 주고 있었다. 양로원 앞으로는 속이 시원해 지도록 맑은 물이 힘차게 흐르고 우거진 나무숲은 마치 공원 안에 있는 듯 초록초록한...
김난호
공평한 세상의 꿈 2024.05.07 (화)
 머리 희끗하고 멋지게 수염 기른 캐네디언에게 연령 구분을 못해 실수를 할까 방책으로 "Sir !" 를 붙이면 기겁을 하며 노인이 젊은 자기들을 놀린다고 한다.그 바람에 곧 70살이나 되는 내 자신에 놀라게 된다. 홍역으로 학교를 못 가 아버님이 양띠로 한 살을 줄여 놓으셨다. 덕분에 훗날 다시 큰 병 고를 치르고 나선 첫해 생일 무렵 나이 제한을 턱걸이로 넘어 방송에 입사를 할 수 있었다. 그 후 늘 머리 속으로는 새로 사는 나이를 헤아리게 되었다....
이은세
숲 길에서 2024.05.07 (화)
숲 속의 작은 반란 여기저기 분주하다영롱한 이슬방울 구르다 꿈 되는 곳햇살은 어찌 맑은지 가슴속이 환하다계절이 지나가며 쌓여서 부엽이 된윤회의 큰 섭리 누구든 삶을 키우는한 줌의 거름이 되어 봉헌의 삶 살아보라온 산을 마비 시킨 산야초 들꽃 향기우통수 찾아 나선 산 새와 들 짐승들못생겨 등 굽은 나무 산 자락을 지킨다지척을 알 수 없는 이 세상 자욱한 안개오열하고 숨 죽이던 소 우주 나의 안뜰회심의 한 줄기 빛이 골짜기를...
이상목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집도의는 캐나다에서도 이름 있는 Doctor라 했다. 수술실에 들어가니 남자가 7사람 여자 두 사람이 있다. 수술은 집도의와 보조의가 하겠지만 의대생들이 견학하는 걸 허락했던 것이다.수술은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 된듯하다. 수술을 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방광에 호스를 꽂아 소변을 받아내고 양팔 혈관에 주사바늘을 고정시켜 줄이 달려있다코로 호수를 따라 식사대용 영양제가 들어간다. 또 수술한 부위에도 호스를 넣어...
박병준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암이 자리 잡은 곳, 그 위치가 어디인가. 그게 중요하다.폐라면 힘 든다. 췌장이라면 수술이 어렵다. 급성으로 여러 군데 전이가 되었다면 걷잡을 수 없이 위험하다.내게 온 곳은 목이다. 후두암이라고도 한다. 그 자리는 어떤 곳인가?매우 정교하고 복잡한 부분이다. 거기는 기도(Air way)와 식도가 만나는 곳인데 코와 입을 통해서 공기가 들어오고 또 입에서 식도로 넘어오는 음식이 지난다.또 허파에서 나오는 공기가...
늘산 박병준
늘산 본인이 암 판정을 받고 수술을 하고 퇴원을 하면서 그간에 있었던 일들을 정리하고 싶습니다. 이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암에서 예방될 수 있는 일에 다소나마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면서 이 글을 시작합니다.암의 발견은 우연적일 수도 있고 필연적일 수도 있다.나는 우연적이라 생각하며 그나마 일찍 발견하였다는데 다행이라 생각한다.산에서 사람을...
늘산 박병준
다음페이지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