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훈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캐나다에서 내 아내는 메리가 되었다
치매 걸린 냄비가 소방벨을 누르고
노인의 기침 소리 벽 넘어 들리는
성냥갑 속에 가난한 메리가 산다
두더지 땅굴 나서듯 초원으로 나가자!
호수를 낀 둘레길을 걷다
꿩 소리 들리는 갈대 언덕에 오른다
흰 산들이 하늘과 맞닿아 둘려쳐있고
갈대숲과 호수가 내려다 뵈는
20미터 짧은 오솔길에는
굵은 체리 씨앗 섞인 곰 똥이 보인다
곰도 이 길이 좋았나 보다
뷰 포인트 메모리얼 벤치에 앉아
도넛 곁들인 커피 한 잔 마시니
여기가 지상 낙원이다
나뭇가지 끝에 독수리인 양
벌새가 앉아 산야를 굽어본다
곰도 벌새도 좋아하는
작은 오솔길
내가 아내 이름으로 등기하였다
메리의 오솔길
나는 정원사가 되어
오솔길 가에 산 딸기 담장을 세우고
달맞이꽃으로 비릿한 향도 피운다
갈대 숲 제철 따라
초록
갈색
흰색 옷 입히어
바람으로 춤추게 하며
메리 잠든 밤에도
검은 산 위로 초승달 보름달 띄우리라
메리와 내가
이 오솔길 걷는 날까지
이 길은 메리의 오솔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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