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로또에 얽힌 이야기

이종구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0-05-18 21:23

이종구 / 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내가 캐나다에 이민 와서 처음에는 직업도 없이 일 년 반을 무위도식하며 지냈다. 하는 일이 없으니 캐나다 특히 밴쿠버 아일랜드섬 전체와 밴쿠버, 이웃 나라 미국 씨애틀, 마운틴 올림픽 등을 돌아다니며 캐나다 생활을 즐겼다. 그러다가 일시불로 받은 연금이 거의 바닥이 났을 때쯤 자그마한 편의점(연로한 캐나다 노인이 운영하던 ) 인수하였다.          편의점이 위치한 곳은 막다른 해군 본부 내려가는 길목이었다. 목이 좋아 아주 바쁘게 움직였다. 비록 9개월밖에 못했지만, 그곳을 사고 싶어 하는 월남 여자의 반복적인 부탁이 있기도 했지만 나 역시 한인회 일로 바쁘고 해서 팔았다. 편의점에서는 약간의 그로서리들과 담배, 음료, 과자, 사탕 성인 잡지 외에 로또가 가장 잘나가는 곳이었다.

 

     크진 않았지만, 손님이 드나드는 편이었다. 가게에서는 로또는 손님을 불러들이는 요인이 되기도 했지만, 정기적으로 로또만 하는 사람도 있었다. 보통 퀵픽이라고 자동으로 기계에서 뽑기도 하지만 자기가 선택한 번호용지를 맡겨둔 사람도 있었다. 로또 손님이 밀릴 때면 기계를 조작하느라 바빴다. (참고로 로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로또를 긁어 같은 세 가지가 나오면 당첨되는 것과,  둘째는 기계로 여섯 개의 번호가 찍어 나오는데 숫자가 여섯 개 맞으면 당첨되는 ) 한가지 요령이라고 바쁠 때를 생각해 몇 개 뽑아놓고 수도 있는데 안 팔리면 내가 스스로 해보는 것이었다.

 

 어느 날인가 내가 다니는 교회 목사님이 오셔서 그저 한번 해보라고 몇 장 드린 스크래치 로또(즉석 복권)에서 1,000불이 당첨되었다. 목사님은 감사의 뜻으로 저녁을 사주시고,  나중에는 가게에 작은 복사기 한 대를 사주셨다. 로또를 팔면서 그것에 얽힌 이야기들이 많이 들려 왔다. 한국인 동포가 캐나다에 이민 와서 로또가 200만 불 이상 되는 1등에 당첨되어서 한국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나중에 미국 라스베가스 카지노에서 게임 하다가 것이 나왔는데 그것을 달라고 하는 사람에게(얼마나 요구했는지는 모름) 주지 않아 그만 총을 맞고 죽었다는 얘기도 들었다. 그 외에도 로또에 얽힌 일화는 많이 있었다. 로또 당첨된 이혼한 얘기, 당첨된 탕진하고 거지가 되었다는 얘기, 그런 불행한 예도 있지만, 당첨된 돈을 관리해서 여유 있게 여행 다니며, 열심히 하고 싶은 공부(취미생활) 하며,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도 있다고 들었다.

 

 나는 며칠 전 밤에 꿈을 꾸었는데 꿈속에서 땅에 떨어진 금화를 여러 개 집는 기분 좋은 꿈을 꾸었다. 그리하여 다음날 모처럼 로또를 사려고 마음먹었다. 보통 때는 가끔 5불짜리 미니딥을 하는데, 그날은 길운의 꿈으로 10 더블딥을 샀다. 나는 이것이 당첨되면, 큰딸, 작은딸, 우리 부부 이렇게 삼등분으로 나누어 갖겠다는 희망을 품었다. 그 꿈을 주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로또 샀다는 것도 나만 알도록 하였다. 미리 남에게 얘기하면 김이 샐까봐…… 산 날은 월요일에 샀지만, 추첨일은 수요일과 토요일 저녁이라 이틀간은 즐거운 마음으로 희망 속에 살았다. 나는 바로 추첨을 확인하지 않고 2~3 미루다가 확인하는 기계에 대니 “ SORRY NOT A WINNER”라고 나와 매우 실망하는 마음을 가졌다. 전에도 종종 했지만, 그때는 그러려니 했는데, 이번에는 매우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는 앞으로는 좋은 꿈을 꾸더라도 로또를 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해에는 X-mas 연말, 연시에 새로운 복을 비는 마음에서 카드나 연하장에 로또 한두 장을 같이 동봉해 보내기도 했다.

오랫동안 해오면서 로또가 매번 살 때마다 희망을 주기보다 실망감과 섭섭한 마음이 들어 나 자신을 슬프게도 기분이 울적하게도 만든다. 이런 실의에 빠지지 않기 위해 앞으로는 가능한 삼가도록 하고 좋은 꿈을 꾸거나, 아니면 로또 당첨 금액이 아주 높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로또에 빠지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봄밤 2024.04.22 (월)
언제 와 닿았을까벚꽃잎 살랑이는 듯한 손짓어리여린 초록빛 말 한마디깡깡 얼었던 맘을 동그랗게 녹여내고눈 녹아 흐르는 개울물처럼속살대는 소리에 귀 기울인다마음이 간질거린다사랑이 왔구나
이인숙
곁에서 2024.04.22 (월)
첫 인터뷰를 했다. 캐나다로 돌아와서 쓸 수 있는 글과 써야 하는 글 사이에서 고민했다. 묵묵하게 자신의 길을  걷고 있는 한인 이민자를 찾아다니며 그들의 인생을 기록하고 싶었다. 평범한 이민자인 부모님의 낡은 시간을 기억하고 싶어 시작한 글쓰기의 반경을 넓히는 작업이다. 이민자는 모국에서 만큼 인정받을 기회가 없지만 그렇다고 우리의 이야기가 가벼운 것은 아니다. 알아주는 이 없는 한인 이민자의 이야기를, 휘발되기 전에 쓰고...
김한나
  머리가 허연 사내 하나가 털이 하얀 강아지 한 마리와 동네 골목을 산책 중이다.산책하고 싶어 한 게 개였는지 사내였는지 알 수는 없지만 강아지가 앞장서고 사내가 뒤를 따른다. 강아지가 길모퉁이에 멈춰 서 있다. 아랫도리를 낮추고 볼일을 보는 개를 사내가 조용히 기다려준다. 꽁초 한 개비 마음 놓고 못 버리는 인간의 거리에 천연덕스럽게 응가를? 무슨 상관이냐고, 갈 길이나 가시라고, 녀석이 흘끔 위 아래로 훑는다. 녀석이 일어선다....
최민자
시와 종교 2024.04.22 (월)
고통과 시련으로 가슴에 든 멍을 씻어주는시는 훌륭한 마음의 의사무언가 될 듯 안 될 듯할 때의 괴로움이無 자의 깊은 화두가 되어참회의 순간으로 깨달음을 구하네꽃잎이 지고 말라도 봄 날봄바람은 다시 찾아와꽃을 다시 피우고나비로 다가와 시의 향기를 풍기네때론, 울긋 불긋 가을 바람에귀뚜리 소리가 눈물 짓게 하고하얀 눈 발이 날리는 겨울에는외로움에 시를 쓴다네보고 읽고 듣는 시마다시구는 생겨났다 사라져도생의 길잡이로깨달음이...
강애나
풍경 속 평온 2024.04.15 (월)
햇빛 가리개 구름은머리에 하이얀 솜털을뒤집어 쓴 산봉우리를살포시 허공을 헤엄친다하늘의 풍경을 그대로 담은바다의 모습은 그지없이 평온하다바다와 산은 저마다의 사연이 있지만그냥 묵묵부답으로 본연의 자태를 취할뿐아무런 댓가를바라지 않는다하늘과 산과 바다를멀리서 지켜보는저 학동은 그지없이유유자적한데저 멀리서 뜬금없이먹구름 하나가비를 몰고오네 
구대호
영원한 이민 2024.04.15 (월)
  “권장로님, 아버지께서 오늘 아침 천국으로 아민을 떠나셨기에 환송 예배를 드립니다.” 친구 딸아이의 멧시지 였다.      하나님의 선하신 뜻과 주권 가운데 나의 사랑하는 친구 문장로가 지난주 4월 1일 새벽에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주님이 계시는 천국으로 금의환향(錦衣還鄕)했다. 그와 나는 오랫동안 신앙의 친구요 교회의 동료로 함께 해 왔다. 그는 과묵하면서도 유머가 많아 주변 사람들을 즐겁게 했다. 말이 별로...
권순욱
밟아라 2024.04.15 (월)
 서울에 사는 영적 동반자가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영화 <사일런스>를 꼭 보라며 청주 상영관까지 알려줍니다. 그때부터 제 머릿속은 영화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찼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래전에 그 영화의 원전인 『침묵』이라는 소설을 감명 깊게 읽고 가끔씩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더니 충북 내 영화관이 똑같이 종영하는 날, 가까스로 진천에 가서 영화를 보았습니다.실화를 바탕으로 한 엔도 슈사쿠의 소설...
반숙자
셀카 증명 시대 2024.04.15 (월)
세상은 변했어기우뚱 거리다 기울어 지다 엎어졌어마음을 나타내려 해도 이제는환적의 경유지를 밝혀야 하고무게의 중량을 홀수선에 남겨야 하는"마음 속으로" 는 사라지고"보시다시피"로 증명 해야 하는 세상마음을 찍을 수 없는 셀카에 의존하는증명사진 유행의 시대, 증명사진 요구의 시대여보시게나자네들과 나 사이에는이심전심의 토양에서우정 이라는 길을 돋우고 다지며믿음을 넓히고 오해를 메우는, 마침내무엇이든 실어 나르는 큰 길모여...
조규남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집도의는 캐나다에서도 이름 있는 Doctor라 했다. 수술실에 들어가니 남자가 7사람 여자 두 사람이 있다. 수술은 집도의와 보조의가 하겠지만 의대생들이 견학하는 걸 허락했던 것이다.수술은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 된듯하다. 수술을 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방광에 호스를 꽂아 소변을 받아내고 양팔 혈관에 주사바늘을 고정시켜 줄이 달려있다코로 호수를 따라 식사대용 영양제가 들어간다. 또 수술한 부위에도 호스를 넣어...
박병준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암이 자리 잡은 곳, 그 위치가 어디인가. 그게 중요하다.폐라면 힘 든다. 췌장이라면 수술이 어렵다. 급성으로 여러 군데 전이가 되었다면 걷잡을 수 없이 위험하다.내게 온 곳은 목이다. 후두암이라고도 한다. 그 자리는 어떤 곳인가?매우 정교하고 복잡한 부분이다. 거기는 기도(Air way)와 식도가 만나는 곳인데 코와 입을 통해서 공기가 들어오고 또 입에서 식도로 넘어오는 음식이 지난다.또 허파에서 나오는 공기가...
늘산 박병준
늘산 본인이 암 판정을 받고 수술을 하고 퇴원을 하면서 그간에 있었던 일들을 정리하고 싶습니다. 이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암에서 예방될 수 있는 일에 다소나마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면서 이 글을 시작합니다.암의 발견은 우연적일 수도 있고 필연적일 수도 있다.나는 우연적이라 생각하며 그나마 일찍 발견하였다는데 다행이라 생각한다.산에서 사람을...
늘산 박병준
다음페이지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