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표 / 캐나다 한국문협 회장
정든 사람도 떠나고,
그리운 마음도 떠나고
지지리 못 살든 안타까움 마저
모두 떠나버린 고향
낯선 이웃 같은 허전한 기분이 드는 옛집
고향을 떠나면서
기억에서 잃어버리고 사는 고향
가녀린 코스모스처럼 가엾은 어머니
덜 익은 땡감처럼 무덤덤하던 아버지
형아, 형아!
까까머리 동생이 숨 가쁘게 부르던 소리
언제나 풍겨오는 퀴퀴한 화장실 냄새
좁은 밥상에서 부딪히는 그릇 딸그락 소리
컹컹 짖어 대는 덩치 큰 누렁 진돗개
부대끼며 살아온 그런 정감 어린 고향은
세월에 남은 소중한 추억 같은 것일 뿐
추석이라며 고향 가는 날
이런 날이면
아쉬운 추억이라도 하나씩 떠올리며
밥 한 그릇, 소주 한 잔 올리고
향불에 어른거리는
잊혀진 고향의 그림자에
절을 두 번
그러다 보면
텅 빈 가슴은 보름달만큼 차오를지도 모르지만
추석
고향 가는 날에
향불이 다 타고나면
난 어디로 가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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