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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게 한 죄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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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19-07-09 16:46

반숙자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오늘로 어머니 가신지 일주일이다. 땅거미 내리는 시각, 식탁에 수저를 세벌 놓고 “진지
드세요…”하다가 멍하니 선다. 어머니의 부재를 실감하는 순간이다.
 
96년동안 깨끗하고 따뜻하게 사셨다. 임종 하루 전날까지 혼자서 화장실을 가셨다. 장롱이며
서랍장이며 정갈하게 정리해 놓고 새 양말 두 칼레만 있어도 한 칼레를 나에게 주셨다. 이런 며느리는
새벽이면 제일 먼저 어머니의 문안을 받았다. 연세가 높아지면서 아기 상태로 되돌아가는지 나를
보고 “엄마”라 하고 새벽이건 밤중이건 방문을 열고 엄마가 있나 없나 확인하는 일이 일과였다.  
작년 봄만 해도 어머니는 농장에 가서 풀을 뽑는다고 호미를 들고나섰다. 식사를 잘하시니
기운이 나서 심심해서 그러려니 했다. 아래 밭에 콩씨를 넣고 올라와보니 꽃밭의 풀꽃들을 다
뽑아버렸다. 엄마가 게을러 빠져서 꽃밭을 풀더미로 만들어 놓았다고 꾸중을 하였다. “에미”라는
호칭이 엄마로 바뀐 것도 그 무렵이다.  
그때서야 어머니에게도 무서운 치매가 왔다는 것을 알았다. 한밤중에 전기불을 켜 놓고 가버리고
책상우의 원고 청탁 서며 보다 둔 책이 없어졌다. 꼭 너덧살 아이들이 장난을 치는 모습이다. 날마다
아침이면 승강이를 벌였다. 며느리가 양복을 입고 가방을 들고 나갈 때면 “언제 와?”하시고, 작업복
차림이면 농장에 가는 줄 알고 따라간다고 앞장을 서셨다. 그러면 우리 내외는 눈을 꿈적거리며 다른
핑계를 대고 몰래 빠져나갔다. 우리가 어렸을 적에 장에 가는 엄마를 따라가고 싶어 안달을 하던 그
모습이다. 농장에 일 저지레가 이만저만이 아니여서 누구 하나는 어머니를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오이 밭에 가서 손가락만한 오이까지 따는 일은 다반사요, 파를 모조리 뽑아 놓고 딸기밭에 들어 가서
한창 익는 딸기를 손으로 뭉개 놓아 못쓰게 만들어 놓기도했다. 끼니때를 구별 못하고 밥을 달라고
하셔서 집에 있는 날은 하루에 다섯 번이나 진지상을 차린 일도 있었다.
 
 이때부터 형벌 같은 외로움이 어머니를 괴롭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노인정에 모셔다
놓아야 꾸어다 놓은 보리자루 같으니 싫다 하고, 텅 빈 아파트에 혼자 남아서 아들 며느리가 돌아올
때를 눈이 빠지게 기다리셨을 것이다. 나는 어머니가 사람이 그리워서 며느리를 찾는 줄 알았다. 명절

때 손자들이 모여와서 집안이 북적거려도 며느리가 보이지 않으면 엄마 어디 갔느냐고 수도 없이
손자들에게 묻는다고 했다. 다른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당신에게는 오로지 며느리만 보였을는지
모른다. 이런 어머니가 내게는 혹이었다. 70이 훨씬 넘은 아들과 70이 가까운 며느리가 노모에게
매달려서 불안 속에 살자니 속에서 불덩어리가 끓을 때가 왜 없었겠는가. 참다 못해서 지난 7월에는
남편에게 부탁하고 러시아문학기행을 다녀왔다. 일주일 보내고 현관에 들어서니 거실에 놓은
텔레비전 수상기에 큼지막한 종이가 붙어있었다.
 
“에미는 러시아에 갔어요. 더 찾지 마세요.”남편의 글씨다. 하루에도 수백 번 물어서 대답할
기운이 빠졌단다. 생각다 못해서 이렇게 써서 붙여 놓고 물으시면 손으로 가리키고, 어머니는 읽어
보시고 잊어 먹고 또 물으시고… 지금도 그때의 모습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려 온다. 날은 저물고
시장기는 드는데 엄마는 보이지 않고 얼마나 막막하였겠는가. 잘 모시나 못 모시나 함께
있어드린다는 것 만도 큰 효가 되는 것을 나는 미처 생각지 못했다. 나이를 먹으면 다시 처음의
자리로 돌아간다. 말과 행동이 단순해지고 타인에 대한 배려가 없이 오로지 자신만 생각한다.
그러다가 그 자신 마저도 잃어버려 인생의 미아가 되여 홀로 떠나간다. 어디로 가는것까. 오래 써서
남루해진 육신을 벗어 놓고 떠나면 남아있는 사람들은 그의 흔적을 지우느라 바쁘다. 물리적인
흔적은 차츰 없어지고 남는 것은 그 사람 행위에 대한 기억 뿐이다.
 
근 일세기를 살아 내신 어머니는 아주 작아져서 주방으로 나올 때도 아기처럼 엉금엉금 기어
나오고 임종하는 순간에도 내 손을 꼭 붙잡고 “엄마, 엄마!”하고 불렀다. 도대체 어머니와 나는
전생에 어떤 인연이길래 이씨 문중에서 만나 젊어서는 온갖 사랑으로 품어 주시고 돌아가실 때는
당신이 아이가 되여 내 품에서 임종을 하셨는지 알 수가 없다. 고부지간이라는 인연이 어머니와 나
사이를 질기게 묶어주었지만 더 엄밀히 말하면 같은 여자라는 동질감이 40여년 세월을 연민하며
미워하고 또 사랑하며 이어 오지 않았나 싶다. 그럼에도 영영 떠나시고 난 후 헤어날 길 없는
죄책감은 어머니를 외롭게 한 죄(罪)다.
 
삶의 막다른 낭떠러지 앞에서 누군가 옆에 있어 주기를 고대했을 어머니, 그 누군가가 있으면 죽음도
두렵지 않았을 어머니를 외롭게 한 죄, 내 어찌 다 용서받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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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영
빛나지 않는 빛 2019.12.23 (월)
거실 벽에 액자 한 틀이 걸려 있다. 비록 유명한 예술가의 작품은 아니지만 나는 이작품에 어떤 예술 작품 못지않은 의미를 둔다.우리 집에 오시는 손님들이 액자에 있는 글의 의미가 무엇이냐고 물을 때가 있다. 그도 그럴것이 글의 뜻이 매우 깊고 오묘해서 쉽게 이해하지를 못하기 때문인 것 같다.액자에는 하얀 여백에 ‘眞光 不煇’ 라는 글씨가 두 줄 종으로 쓰여 있고 줄을 바꿔 ‘賀 몸으로우는 사과나무 上梓’라는 글씨가 역시 두 줄로 있다....
반숙자
행운목에 기대다 2019.12.23 (월)
동짓날 밤 내내 활짝 핀 꽃송이작은 꽃술이 열리며 피워내는 환한향기 소복한 다발에 취한 발걸음꿈길인 듯 둥둥 어둠을 헤아리는데오랫동안 묻어 두었던 첫사랑 그전설 같은 기억 새록새록 피어난다그대를 만나 처음 사랑에 빠질 때우리를 설레게 하는 일 웃게 하는 일그런 일들 사방에 등불로 반짝였지어제와 다르지 않은 오늘처럼내일도 새롭지 않을 것 같은 일상지친 우리를 슬프게 하고 아프게 하는그런 것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늘어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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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베로니카
겨울 벌판 2019.12.16 (월)
그렇구나!한때 우리 곁을 스쳐 간 시간들이거기 광야에 죄다 모여 있었구나 연둣빛 새잎 돋던 신열의 봄 아침과불볕 속에서 노동을 바치던 여름 한낮과서성대던 갈잎들의 손 시린 가을 저녁이거기 모두 한자리에 엎드려숨죽이고 온몸으로 흰 눈을 맞고 있었구나 이제 곧 허리 굽은 12월마저 등을 보이면날개 큰 바람들의 휘파람 소리평원을 가로지르는 세월의 바퀴 소리   동상 걸린 대지는 소록소록 그리움 하나로 겨울을 나겠구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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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국어의 이끌림 2019.12.16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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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목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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