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기고] 밟아라 2024.04.15 (월)
반숙자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서울에 사는 영적 동반자가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영화 <사일런스>를 꼭 보라며 청주 상영관까지 알려줍니다. 그때부터 제 머릿속은 영화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찼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래전에 그 영화의 원전인 『침묵』이라는 소설을 감명 깊게 읽고...
[기고] 서울 나들이 2024.01.08 (월)
반숙자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충청도 시골에 살고 있는 우리는 가끔씩 서울 나들이를 한다. 서울에서 생활하고 계시는 부모님을 뵙고 또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모처럼 가는 길이니 으레 올망 졸망 보따리를 거느리고 가야 하기 때문에 싸움터에 나가는 비장한 각오로 서울 행...
[기고] 일하며 생각하며 2023.10.16 (월)
반숙자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나는 흙 내음이 좋아서 농촌에 산다. 값도 안 나가는 토종사과를 가꾸며 이웃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자연의 아낙으로 살며 글을 쓴다.어떤 이는 이런 나를 신선이라 부러워하고 어떤 이는 못난이라 비양을 한다. 부러워하는 사람들은 시멘트 정글속에...
[기고] 가난한 부자 2023.08.21 (월)
반숙자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지난 여름. 마치 홍역을 치르고 난 아이처럼 휘청거리는 다리로 과수원을 한 바퀴 돌았다. 아침 이슬이 파랗게 내린 풀 섶은 영롱한 구슬이 구을고 엊그제 씨를 넣은 열무 밭엔 씨를 물린 열무 잎이 속속 솟아나고 있다. 내가 아팠던 며칠, 상치는 냉큼 커서...
[기고] 5월이 오면 2023.05.15 (월)
반숙자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해마다 봄이 오면 친정 집 뒤뜰에 붓 끝 모양의 푸른 잎이 무더기 무더기 돋는다. 아버지는 생전에 이 꽃을 유난히 사랑하고 상사화(想思花)란 세칭을 피하여 당신만은 모사화(母思花)라 이르셨다.  해토(解土)가 되기 무섭게 지표를 뚫고 용감한 기세로...
[기고] 화음(和音) 2023.04.03 (월)
반숙자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텃밭에 봄 채소 씨앗을 다독 다독 뿌려 놓고 밭 둑에 앉으니 햇살이 눈부시다. 여기저기 검 불 속에서 지난 겨울을 이겨낸 잡초들이 다투어 돋아 난다.봄은 그래서 자애로운 어머니. 꽁꽁 얼어붙은 대지를 따뜻이 녹여 서로 화해의 손을 잡게 한다.자연의...
[기고] 숲을 바라보며 사는 멋 2022.10.17 (월)
반숙자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나무는 혼자 섰을 때 아름답다. 나무는 둘이 섰을 때는 더욱 아름답다. 둘과 둘이 어우러져서 피어났을 때 비로서 숲을 이룬다. 숲이 아름다운 것은 서로를 포용하는 특성 때문이다. 공동체를 이루는 한 덩어리의 밀집성, 그 따뜻함이다. 건축예술이 잘...
[기고] 두 바퀴의 수레 2022.07.07 (목)
반숙자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아침마다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 서울 변두리 어디에 산다는 이들 부부는 새벽이면 싱싱한 채소를 한 수레 싣고 골목을 누비며 파는 평범한 상인 들이다. 그런데 내가 유독 이 부부에게 정이 가고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는 데는 남다른 이유가 있다.서른을...
[기고] 봄이 오는 밤에 2022.05.03 (화)
반숙자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밖에는 봄비가 소근거린다. 눈이 침침하여 스탠드를 밝히고 씨감자를 쪼개다가 창문을 열었다. 희미한 전광으로 세류 같은 빗줄기가 뿌우연하다. 봄비는 처녀비다. 수줍은 듯 조그맣고 고운 목소리로, 보드라운 손길로 가만가만 대지를 적시고 나무를 어루만지며...
[기고] 문밖의 손님 2022.01.12 (수)
반숙자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옥련나무 잎에 바람이 설렁대는 아침이다. 아파트 뒤뜰이라 해가 비치기에는 이른 시각에 주방창 앞에 새가 한 마리 날아들었다. 새는 힐끔거리며 경계를 하는 듯했다. 아침마다 하는 일로핸드밀에 커피콩을 넣고 가는 중이다. 커피 향이 코끝에 감도는 이 순간이...
[기고] 겨울이 오는 길목에서 2021.11.16 (화)
반숙자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시월도 중순에 접어 들면서 뒤란 장독대에 쏟아지는 햇살이 한결 엷어졌다. 들판은 서서히 황금물결에서 허허로운 벌판으로 변해 갔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라고 떠들썩하다. 나는 책 좀 읽자고평소의 버릇대로 주방에는 신문을, 화장실에는 수필집 한 권을,...
[기고] 겨울 섬진강 2021.01.25 (월)
반숙자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어째서 섬진강이라는 단어를 입에 물면 아련한 그리움이 되는지 영문도 모르면서 겨울 섬진강을 보러 길을 떠났다. 임진강, 두만강, 남한강, 낙동강, 강 이름을 대보지만 섬진강만큼 살갑게 다가오는 뉴앙스는 없다. 왜 그럴까....
[기고] 강릉, 내 그리움의 진원지 2020.10.14 (수)
반숙자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물소리로 밤새 뒤척였다. 대관령 자연휴양림 객창에 들리는 계곡 물소리가 나그네 심정을어르기도 하고 휘젓기도 하여 뜬눈으로 한밤을 보내고 새벽녘 에야 단잠이 들었다. 어찌물소리를 탓하랴. 강릉이라는 말만 들어도 잠재우고 쓸어 덮었던 그리움의 올이...
[기고] 생명이 있는 뜰 2020.07.06 (월)
반숙자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농막이다. 뒤로는 오성산이 나지막이 엎드려 있고 앞으로는 음성 읍내가 한눈에 들어오는서향집, 다 낡은 구옥이 내 창작의 밀실이다. 봄부터 가을까지 자잘한 채소를 키워 먹고과일나무 서너 그루씩 흉내만 내는 미니 과수원이다. 지금 밖에는 태풍이 몰고 온...
[기고] SAMO ONDOH 2020.04.20 (월)
반숙자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예술적 온도가 맞는다는 이유로 활화산처럼 타오른 사람들이 있다.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 예술가들에게는 종종 일어나는 것은 무모함일까, 열정일까, 뜨거운 사람들의 사랑이 매스컴에 오를 때면 생각해 보는 숙제다. 지난겨울 결혼...
[기고] 방아다리에 부는 바람 2020.03.02 (월)
반숙자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음성 장날 고추 모 세 판을 사다 심었다. 오이고추, 청양고추, 일반 고추다. 모종을 파는 상인의 생존율 100%라는 부연설명까지 들어서 그런지 땅내도 못 맡은 모종들이...
[기고] 빛나지 않는 빛 2019.12.23 (월)
반숙자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거실 벽에 액자 한 틀이 걸려 있다. 비록 유명한 예술가의 작품은 아니지만 나는 이작품에 어떤 예술 작품 못지않은 의미를 둔다.우리 집에 오시는 손님들이 액자에 있는 글의 의미가 무엇이냐고 물을 때가 있다. 그도 그럴것이 글의 뜻이 매우 깊고 오묘해서 쉽게...
[기고] 외롭게 한 죄罪 2019.07.09 (화)
반숙자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오늘로 어머니 가신지 일주일이다. 땅거미 내리는 시각, 식탁에 수저를 세벌 놓고 “진지드세요…”하다가 멍하니 선다. 어머니의 부재를 실감하는 순간이다. 96년동안 깨끗하고 따뜻하게 사셨다. 임종 하루 전날까지 혼자서 화장실을 가셨다....
[기고] 山이 걸어와서 2019.05.13 (월)
반숙자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산이 좋아서 산자락에 비둘기집 같은 둥지를 틀고 땅을 일구며 사는 내게 어느 날 산이뚜벅뚜벅 걸어와서 “당신은 신선이외다.” 일러주고 갔네. 초록빛 실바람을 타고 봄이 살포시영 너머에 내려 앉으면 가슴을 마구 설레이게 하는 쪽빛 동경이 너울거리고...
[기고] 고독한 날갯짓 2019.01.14 (월)
반숙자 / 캐나다한국문협 회원
삐르릉 삐르릉 새벽의 전령이다. 먼동이 트기가 무섭게 뒷산 숲에서 잠을 잔 멧새들이무리 지어 날아와 노래를 한다. 숨어서 몰래 바라보니 어쩌면 저리도 가벼운 몸짓인가.조망만한 잿빛 새는 편편한 가지는 제쳐 두고 동곳한 가지 끝에 떨어질 듯 앉아서...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