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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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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19-04-04 17:14

김춘희 /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나에게 어머니는 어떤 분이셨을까?
위로 오빠와 언니 그리고 내 밑으로 줄줄이 동생이 넷이 있었던 나에게 엄마는 없고 어머니만 있었다. 말 배울 때부터 엄마라는 단어를 몰랐다. 어머니, 엄니 는 있었지만 엄마는 없었다. 내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쯤인가, 어머니가 후회스럽게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다. 너무 엄하게 아이들을 길렀더니 엄마 소리도 못 한다고. 그 후 우리 형제들은 오빠와 나를 빼고는 모두 어머니가 아니라 엄마라 불렀는데 나는 엄니란 단어에 묶여서 평생 엄마라 불러 보지 못했다. 아무리 엄마라 불러보고 싶었지만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내 위 언니도 엄마라 불렀는데.....
나는 동생들이 여럿이다보니 어려서부터 어른들에게 늘 칭찬 받는 착한 아이여야 한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동생들이 부모님에게 꾸중을 들을 때마다 나는 맘속으로 다짐했다. 나는 절대로 꾸중 들을 일을 하면 안 된다고. 그래서 숙제는 물론 모든 일을 나 혼자 처리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내가 어른들의 사랑을 독차지 하는 방법인줄 알았다.

자랄 때 우린 형제들이 많아서 우리 여자 형제들은 늘 한 이불에 합숙을 했다. 내 이불이 따로 없었다. 한국 전쟁 후 우리는 참으로 가난하게 살았다. 때로는 어머니가 우리들과 함께 누워 주무실 잘 때도 있었다. 그러면 내 동생들은 서로 어머니를 차지하려고 엄마 가슴으로 몰려 들어갔다. 젖도 만지고 손도 만지고 서로 엄마를 차지하려고 밀치고 떼밀고 엄마 품으로 기어들었지만 내게는 엄마의 품은 언감생심 이였다. 그것은 동생들의 차지였으니까. 그러면 나는 이불 밑으로 들어가 거꾸로 누워서 어머니의 발뒤축을 만지작거리며 잤다. 딱딱하게 군살이 백인 어머니의 발뒤축이 뭐 그리 좋았는지 모른다. 가끔 어머니는 혼자 말로 ‘내 발 뒤축이 뭐 그리 좋을꼬..“ 하셨는데 나는 그게 왜 그리 부끄러웠는지 모른다. 그렇지만 또 그 다음에도 어머니가 우리 이불 속으로 들어오시면 스스럼없이 아무도 엄니의 발뒤축에까지 내려 올 동생이 없으니까 맘 놓고 발쪽으로 거꾸로 누워 엄니 발뒤축을 만지작거리며 잤다. 동생들 때문에 어머니와의 스킨십이 거의 없었던 나에게 유일한 스킨쉽의 기회였다.
나는 또 어머니의 체취를 좋아해서 ’ 엄니 냄새가 참 좋아요‘ 라고 하면 어머니는 별 말씀이 없으셨지만, 나를 기특해 하시며 ’어느 놈도 어미 냄새 좋다는 놈이 없는데 저것은 어미 냄새를 잘 맡는다.‘ 하시며 칭찬 비슷한 말씀을 하시곤 했다.
난 좀 부끄러웠지만 나만이 엄니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는 사실에 무척 흐뭇해했었다. 아무도 빼앗아 가지 못하는 나만의 특허 냄새였으니까. 나는 어머니에게 사랑한다는 말도 할 줄 몰랐고 더욱이 어머니 품에 안기고 어리광 부려 본 적도 없었다. 그냥 의젓하고 믿음직한 딸이었다.
몬트리올로 이민 온 후 7년 차 되었을 때 부모님께서 우리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시다 며 방문 오신 적이 있었다. 한 달을 계실 때 나는 지극 정성으로 모셨다. 물론 그 때도 엄니였다. 주위 분들이 ‘은정 엄마 시어머님이셔요?’ 하면 ‘아뇨. 친정어머니에요’. 내 대답이 의아하다는 표정이다. ‘정말 친 어머니셔요?’ ‘그럼요. 저 울 엄니 둘째 딸이에요.’ ‘어머니가 엄하신가봐.’ ‘아뇨 우리 어머니 아주 따듯하신 분이에요.’ 말끝마다 어머니 라 하니 모두들 놀라는 눈치였다.
어머니가 한 달을 함께 보내신 후에 ‘너희들 사는걸 보니 맘이 놓인다. 나도 젊었으면 여기 와서 살고 싶구나!’ 하시고 한국으로 다시 떠나셨다.
어머니가 떠나시던 날 아침 나는 왜 그리 바빴는지. 가실 때 점심으로 드실 김밥거리를 다 사다놓고는 정작 떠나시는 날 아침 너무 분주해서 그냥 보내 드렸다. 그리고는 한 달을 훌쩍 거렸다. 가실 때 안아 드리지도 못하고 잘 가시라 인사만 하고는 그냥 돌아 섰던 것이 후회스러웠다. 나는 참으로 바보였다. 두고두고 내가 미워서 한 달을 훌쩍였던 것이 벌써 40년이 되었다.
이제는 손녀들에게 할머니 냄새라도 풍기며 살아야 할 것이다. 가끔 손녀들이 할머니 스멜 굿! 할 때가 있다. 그러면 내 엄니에게 못 다한 스킨 쉽을 손녀들에게 해 준다. 할머니 뽀뽀 ! 이쪽 뽀뽀 ! 저쪽도 뽀뽀!
엄니의 냄새는 지금도 내게는 값지고 진한 마음의 고향이 되어 오늘도 우리 손녀들 머리에 축복의 향수를 뿌려 준다.
저승문에 다 와서야 늦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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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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