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골반이 틀어진 여인(상)

박병호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8-10-22 16:46

박병호 /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회원
그해 3월 첫 장날은 찬 공기가 남아 있어도 추위를 느끼지 못할 만큼 화창했다. 따뜻한 희망을 품은 남풍이 부는 바다는 은빛 물결로 잔잔했다. 짙푸른 물이 물결치며 만든 새파랗고 신비로운 색상들이 고흐의 ‘몽마주르의 고귀한 석양 하늘’을 떠올렸다. 꿈을 안고 떠나는 사람들을 설레게 만드는 부두에는 남해 섬들과 통영을 오가는 30톤 여객선 하나가 출항을 기다리고 있었다. 빛바랜파랑과 때 묻은 흰색이지만 태평양 횡단에나 어울릴 이름을 가진작은 배였다.

예쁜 파랑새 호는 4시가 되자 “통통통” 심장 고동 소리 같은 발동기 소리로 바다를 울리며 떠남을 알렸다. 이어 퍼진 “부우~웅” 뱃고동 소리에 표를 살 시간이 없었거나 안 산 사람들이 일시에 몰려배에 올랐다. 한산도, 비진도, 욕지도 등에서 장 보러 왔던 사람들은 이 배를 타야만 돌아갈 수 있었다. 허리와 허벅지까지 통이 넓고 발목으로 내려갈수록 좁아지는 바지에 여러 잡색의 털실로 스웨터를 짜 입은 아낙들의 스타일과는 다르게 단조로운 옷의 한 여인과 남편과 그들의 아이도 천신만고 끝에 아수라장으로 변해가는 배에 올라탔다. 

귀티나게 굵은 옷감으로 밑단 둘레가 통바지처럼 크게 만든 검정 치마바지와 화려한 붉은 꽃 하나 박힌 흰색 원피스를 입고, 머리에는 한가득 봇짐을 이고 한쪽 팔로 짐을 붙잡은 여인과 국민학교 입학 직전 연령으로 자란 아이를 한 손으로 안은 채, 다른 한 손은 여인의 한쪽 팔을 감싸 잡은 남편도 바늘 하나 꽂일 데 없는 공간에서 다른 승객들과 몸이 일체가 되어갔다. 정원을 초과한 게 확실했지만, 누구도 표정으로도 질타하지 않았다. 마지막 배를 놓치지 않고 타는 데 성공했다는 안도감을 빼앗기고 싶지 않은 승객들을 가득 실은 배가 오리처럼 기우뚱거리며 항구를 떠나갔다. 

출발부터 승객들과 배 모두는 하나가 되었다. 조류에 떠밀려 표류하듯이 전후좌우로 군무를 추었다. 다들 의지대로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병에 걸린 환자 같았다. 배가 사람들의 쏠림 방향으로 기울었다가 평형을 회복하기를 반복했다. 그러나 나아갈수록 기울어진 배가 정상으로 돌아오는 탄력성이 떨어져 갔다. 그런데도 선원이나 승객이나 위험을 감지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마 감지했어도 표현해서는 안될 것 같은 상황에, 감각을 일부러 닫았는지도 몰랐다.  세상에 겁이 없다면 내 목숨 하나 건지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의 행복감을 앗아갈 위인은 그렇게 많지 않다. 

잠시 후 좌측으로 흔들리다 천천히 제자리로 돌아오던 배가 급격히 전후로 흔들리며 사람들이 배 앞쪽으로 쏠렸다. 아이를 안아 두 손을 쓸 수 없던 남편이 아들을 안은 채 앞으로 넘어졌다. 동시에배가 선착장에서 멀어지는 순간 맨 마지막으로 배에 “쾅” 소리로 달려들며 몸을 배 끝 바닥에 날려 겨우 타는 데 성공했던 덩치 큰 남자들이 뒤에서 남편을 덮쳤다.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한 남편은 재빨리 바닥 위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두 팔과 두 무릎을 지지대로 포복 자세를 취했다. 기어가는 자세로 엎드려 아들에게 든든한 지붕을 만들어 주었다. 그 순간 아이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높고 넓은 지붕은 파미르가 아니었다. 

엎어지면 덮친다. 순간적으로 평형을 잃고 몸을 가누지 못하는 승객들이 아이 아빠의 등 뒤를 포개고 엎어진 그 덩치 큰 남자들 등에 엎어졌고 같은 일이 또 다른 사람들에 의해 연속되었다. 순간적으로 겹겹 인간 탑이 만들어졌다. 어떤 탑 쌓기 대회에서도 이보다 빠르고 높은 탑이 만들어질 수는 없었다. 마치 흑사병에 죽은 사람들을 집단으로 묻기 전에 수십 겹으로 널브러지게 쌓아 둔 활동사진 같았다. 푸른 물결 일으키며 거센 바다로 나아가는 배 안은 37명의 사람과 화물로 범벅이 되었고 모두의 감각이 무너져 강제로 닫혔다. 

뇌는 느끼고 싶은 것만 느낀다. 그렇게 탑이 만들어지고도 한참이 지난 후에야 “아이고, 깨져 죽겠네~!” 참다못한 한 늙은 아낙의 신호탄과 함께 여기저기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동시에 “아빠~” 아빠의 어깨가 다칠까, 등이 무너질까, 팔이 꺾어질까 봐 눈을 크게 뜨고 부르는 아들의 작은 비명과 아빠가 이를 악물고 버티어 “딱딱”턱관절 디스크가 빠져나오는 소리만이 조용히 흘러나왔다. 사람이 치이고 밟히고 밀리고, 물건이 짓눌리고 찌그러지고 깨지고 지옥이 따로 없었다.

잠시 후 배가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옆으로 약간 기울었다. 평형을 회복할 균형추가 사라졌다. 그래도 어설프지만, 유유히 남서쪽 트인 바다로 나아갔다. 무슨 일이 있냐는 듯 멈추지 않고 태평하게 갈 길을 갔다. 선원들도 승객들도 누구도 앞날을 생각하지 않았다.배 안에서는 곧 닥쳐올 미래도 너무 먼 미래나 마찬가지의 미래였다. 사람들은 먼 미래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신의 영역으로 여긴다. 예기치 않은 불행이 왔을 때 행운도 곧 따라서 오리라 생각하면 결코 손해 보는 장사도 아니다. 

선장과 선원이 보기에 파랑새 호의 장래는 밝든지 어둡든지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기우뚱한 채 나아가도 조금만 가면 첫 목적지 한산도가 나오고 그곳에서 승객들이 많이 내리니 그저 순간만 참아내면 균형은 회복될 것이었다. 다년간 험한 폭풍우 속 항해에서도 무사했던 그들이었다. 태평양 횡단 정도는 되어야 염려할 가치있는 바닷길 이었다. 이 정도의 기울기에 멈춘다거나 되돌아간다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도 않았다. 맹숭맹숭하게 항해하는 것보다 기울여 항해하는 것이 청룡 열차 운행하는 것보다는 못하지만 전율 있어 보이기까지 했다. 

배 안은 가창오리떼 하나 되어 군무를 추듯 중심을 잃었으나, 엎어지거나 벽에 기대 일체 대형으로 늘어졌다. 한 몸이 된 승객들이 좌로 우로 앞으로 뒤로 춤을 추며 배에 몸과 소유물과 보이지 않은 모든 것을 맡기고 있었다. 모두가 하나가 되었다. 무사히 오늘의 마지막 배에 올라탔다는 것만으로도 일심동체가 되어 있었다. 여전히 바닥에 깔려 팔과 무릎, 네 기둥으로 어금니를 악물고 버티고 있는 남편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여인도 승리자이긴 마찬가지였다. 자신도, 아들도, 남편도, 욕지도 처녀들에게 팔 수예품과 혼수품도 모두 무사히 탔으니 아이만 다치지 않는다면 죽어도 눈을 감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때 기도할 것이 있다면 가장 먼저 닿는 큰 섬에 어서 닿게 해달라는 것뿐이었다. 사람들이 많이 내리면 배가 똑바로 서고, 공간이넉넉 해지고 엎어진 사람들도 일어나고, 남편도 더 엎드려 기합 받을 필요가 없었다. 오직 아이만이 불안감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아가, 네 몸에는 혁거세 왕과 양녕대군의 피가 흐르고 있다. 두 왕족의 피를 받은 사내대장부는 울거나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언제 어디서든 호랑이가 물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것을 명심해라.”

여인은 사람들의 퀴퀴한 냄새와 앓는 소리가 귀를 때려도 어찌할방법이 없는 지금 상황에서는 무사히 목적지까지 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만을 떠올려야 할 것으로 생각했다. “아가, 곧 사람들이 내리게 될 거야.” 땀을 비 오듯 흘리는 아빠를 바라보고 누워서 열과 땀을 발산하기 시작한 아들을 바라보며 여인이 흔들리는 인간탑에 어깨를 기대어 인자하게 말했다. 욕지도에 내려서 혼수품을 팔고 고깃배를 얻어 타고 여수로 가려고 했던 여인은 실지로 한산도가 얼마 남지 않아 별 걱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못 견디겠다는 듯이 남편의 머리가 아들을 향해 떨어졌고두 팔이 부들부들 떨었다. 봇짐을 떨궈 팔 지지대로 심어주기를 시도하다 틈이 없어 실패하자 여인은 엎어진 사람들 등에 대고 크게 고함을 쳤다. “그대로 계속 있지 말고 몸을 일으켜 보세요, 아이가 깔려 죽겠어요. 애 아빠가 더 지탱할 수 없어요.” 그때야 여인은 후회가 몰려와 혼자 말했다. “장날 배 타지 말고 여관에서 하룻밤 자고 내일 아침 배를 타고 가자던 남편의 말을 들었어야 했는데…” 

여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천둥이 치듯 “쿵” 소리가 났다. 그리고 남편 등에 엎어진 사람들이 벽체로 튕겨 날았다. 일부는 바다에 빠지고 일부는 벽에 부딪히며 “으악, 아악” 비명을 질러댔다. 여인도 튕겼으나 사람들이 튕겨가며 비어있는 남편 등으로 엎어졌다. 행운이었다. 남편을 차지했다는 것 외에도 남편이 더 어금니를 악물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은 결코 무거운 돌덩이가 아니었다. 포복 자세는 그대로였지만 남편 두 팔이 이제 더는 흔들리지 않았다. 고개도 떨구지 않았다. 

충돌 순간 아들은 벽 쪽으로 밀렸으나 아빠의 오른팔과 무릎에 막혀 튕기지 않았다. 갑판 아래 선실에 있던 사람들이 “도대체 무슨일이야!” 겁먹은 소리를 내며 서로 올라오려고 하는 통에 배가 심하게 흔들렸다. 바다에 빠진 사람들의 갑판 빈자리를 선실에서 올라온 사람들이 채웠다. 그러나 곧 조금 전과는 반대 방향으로 배가 몰리며 다시 “쿵”하는 소리와 함께 벽과 선두 쪽에 있던 사람들이 바다로 튕겨 나갔다. 

통영항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배들과 나오려고 하는 배들이 붐비는 곳에서 일어난 큰 배와의 충돌사고가 분명했다. 사람들이 정신을 잃을뻔 하게 큰 소리를 만들어낸 사고였으나 여인과 남편과 아들은 무사한 편이었다. 오히려 아이 아빠는 강하게 물 필요가 없으니 어금니와 턱뼈의 고통에서 해방이 되었다. 많은 사람이 바다에 빠져 넉넉해진 배 안은 갑자기 찾아온 천국이 분명했다. 아무도 없는 기둥을 등 지지대로 삼아 여인의 가족 셋이 함께 자리를 잡았다. 아이는   아빠를 등받이로 삼아 안전하게 안겼다. 

지옥이 따로 없는 혼란의 공간은 이제 배 밖에서 펼쳐졌다. 사람들의 살려달라는 비명과 허우적거리는 소리 등으로 난리가 아니었다. 배 안에 남은 사람이 겨우 다섯 명 정도 되는 것 보니 30명이 넘는 사람들이 바다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음이 분명했다. 배 안에 남게 된 다른 사람들은 갑판 아래 선실에 있던 사람들이었다. 한 사람은 머리가 깨지고 피를 흘리고 다른 한 사람은 팔이 부러져 있었다. 그러나 누가 누구를 간호할 시간도 여유도 없었다. 스스로 살길을 찾아야만 했다. 나부터 살고 봐야 남도 도울 수 있는 절체절명의 시간이었다. 

아이 아빠는 턱이 너덜거리고 어금니 모두가 흔들거렸다. 아이는 넘어질 때 바닥에 부딪혀 뒤통수가 많이 부었으나 뇌는 무사했다. 여인은 쿵 하며 배가 부딪치는 두 번의 순간 상하 몸체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흔들리며 틀어진 골반이 바로잡혔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기분 나쁘게 변해버린 바다에 내던져져 사경을 헤매는 사람들에 비하면 부상은 새 발의 피에도 못 미쳤다. 시간이 흐를수록 생명이 죽어가는 바다에는 사람들의 아우성이 사라지고 결국은 폐허와 같은 정적만이 떠돌았다. 

그때야 배에 남겨진 사람들도 생명의 위협을 느끼기 시작했다. 빨리 올 것으로 기대했던 구조선이 오지 않는 바다 위 하늘은 무언가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들만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배가 서서히 가라앉고 있었다. 물이 차오르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가라앉는 상황임에도 인간을 증오하는 괴물이 구조를 가로막고 있었다. 햇빛에 노출되면 죽는 괴물이 빠른 속도로 태양을 집어삼키며 거짓을 고했다. ‘주변 어선들에 의해 모두가 구조되어 한 사람의 사망자도 없다.’라는 희소식이 어업정보 통신국에 전해지고 있었다.

가장 듣고 싶어 했던 소식, 모두가 구조되었다는 소식은 너무도 명확히 그리고 빠르게 구조 당국에 받아들여졌다. 인간은 대부분 듣고 싶은 소식을 접하면 진위를 가리지 않는다. 굶주린 하이에나처럼 떼로 달려들어 뼈도 남기지 않게 뜯어 삼킨다. 구조선이 나타날 이유가 없게 된다. 태양이 마침내 수평선 아래로 사라지자 태양이 남긴 붉은 흔적과 함께 바다는 그림 같은 풍경을 펼쳐 놓았지만 죽어가는 생명을 밝히지는 못했다. (다음 호에 계속) coreits14@gmail.com


한인 사회의 중요한 소식을 캐나다 서부 독자에게 전달합니다.
제보 이메일: news@vanchosun.com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 투고안내
밴쿠버 조선일보에 투고는 편집부 이메일(news@vanchosun.com)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투고 시에는 본인 사진과 간단한 소개, 연락처를 첨부해 주십시오.
고독한 날갯짓 2019.01.14 (월)
삐르릉 삐르릉 새벽의 전령이다. 먼동이 트기가 무섭게 뒷산 숲에서 잠을 잔 멧새들이무리 지어 날아와 노래를 한다. 숨어서 몰래 바라보니 어쩌면 저리도 가벼운 몸짓인가.조망만한 잿빛 새는 편편한 가지는 제쳐 두고 동곳한 가지 끝에 떨어질 듯 앉아서 꽁지를까불러 대며 무언가 궁리하는 눈치다. 먹이를 찾는 걸까, 아니면 친구를 부르는 걸까,설마하니 저렇게 높은 가지에 둥지를 틀려고 그러는 것은 아니겠지. 들깨 알 보다 더 작은눈에 무엇이...
반숙자
바람과 나무 2019.01.14 (월)
바람이나뭇가지에 걸려돌아가지 못하고 있다웅웅웅 울어대는 소리바람이 우는지나무가 우는지나뭇가지 심하게 휘어대면서여전히 둘은 실랑이를 한다보낼 것은 보내야나무가 살지떠날 것은 떠나야바람이 살지
김귀희
울 엄마의 자장가 2019.01.14 (월)
수북이 쌓여만 가던 낙엽이 차가운 바람에 흩어지며 천덕꾸러기마냥 길가에 나뒹굴어대던지난 늦가을, 나는 열 하루의 일정으로 중동지역을 다녀왔다.수학여행이나 졸업여행과 같은 학연의 연결고리가아닌 개인적으로 소속된 타이틀로 백 여명이 함께 움직이는 거대한 단체해외여행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가까운 지인도 가족도 아닌 친분이 그다지 두텁지 않은 남과 한 방을 사용해야 하는 부담감은 여행 전부터 스트레스로다가왔지만, 서로에 대한...
섬별 줄리아 헤븐 김
기가 죽은 채 고개를 떨구고 있다면그 시선 앞에 놓인 당신의 발을 보라보잘것 없는 당신을낮은 곳에서 지탱해주는 그 발을 지치고 고된 삶 속에서 잠시 앉아 쉬고 있다면퀘퀘한 신발속에서 숨죽여 갖혀 있는 당신의 발을 보라열심히 뛰어다닌 당신을 위해여태껏 쉬지 않았던 그 발을 그대와 함께 묵묵히그 무게를 견뎌주는 존재 그리고우리 모두는 또 언젠간 그렇게 누군가의 발이 되어 살아간다. 
전종하
2019년 새해가 밝아왔다. 새해를 맞이하면 누구나 꿈과 희망을 갖고 금년에는 지난 해보다 좀 더 나아지기를 기대하게된다. 우리가  살고있는 카나다 밴쿠버는 아름다운 자연 경관 뿐만 아니라 삶의 질에서도 세계적으로 최상위권 안에 드는 곳이다. 이곳에서 살고있는 나는 감사해야 하지만 요즈음은 오히려 잠을 쉽게 잘 수 없다. 그 이유는 고국인 대한민국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닭도록 계속되어야 할 우리의...
김유훈
한오백년 더 걸으면 길을 찾으려나.네발로 두발로, 세발로 걷는 것이 인생이라면나는 아직 한 세기가 남았는가. 희망으로 펄럭이던 무술년도 속절없이 떠가고365일 알알이 또 다시 새로운 희망이길 기대하는가난한 섬돌 밑으로 기해년 꿀꿀이가 찾아들다. “꿀꿀아 꿀꿀아,내 꿈 하나 이루어주면 안 잡아먹지” 두 주먹 불끈 쥐고 뛰어 볼 일이다.언제나 새해 첫 달은 늘 비전이고높이 솟는 태양이다. 아가는 어서 자라서 어른이 되고...
추정 강숙려
어른의 길 2019.01.08 (화)
‘어른 다 되었구나. 우리 아들.’ 중학교에 들어가서 그 동안 부르던 ‘아부지’라는 호칭 대신 ‘아버지’라고 했을 때 내 아버지로부터 들은 칭찬이다. 아들이 사춘기가 지나면서 ‘아빠’라는 호칭 대신 ‘아버지’라고 했을 때 내가 아들에게 한 말이기도 하다. 국어사전에는 어른의 정의를 ‘다 자란 사람’이라고 해 놓았다.다 자란다는 것은 무엇인가? 육체적 성장인가,정신적 성장인가? 몸만 자랐다고 우리는 어른이라고 하지 않는다....
이원배
새해인사 2019.01.08 (화)
새해에는 평범함의 은덕을 알게 해 주소서 사소함의 기쁨을 알게 해 주소서 그 동안 못 만났던 사람들의 손을 잡게 해 주소서 보통의 즐거움을 갖게 해 주소서 풀꽃들과 대화하게 해 주소서일상의 발견과 이 순간의 깨달음을 얻게 하소서 떠오르는 해돋이처럼 경건하게 하루를 맞이하고 지는 해넘이처럼 장엄하게 하루를 장식하게 하소서 나무처럼 하루하루를 살게 하소서
정목일
삶의 속도에 눌려 살다 보면 그리운 이도 잊고 살게 되는 법이지만 그래도 새록새록 떠오르고 보고 싶은 이가 있게 마련이다. 그리고 마음속에 그러한 이를 향한 그리움이 쌓이는 만큼 그이는 점점 더 아름답게 가슴에 새겨지는 법이다. 나에게도 갈수록 아름답게 떠오르는 그런 분이 있다.   내 마음에 아름답게 자리 잡아 그리워하게 된 이는 나의 국민학교 1학년과 2학년 담임 선생님이시다. 인천 교대를 졸업하고 첫 부임지로 내가 다닌 화수...
송무석
굳 바이, 12월이여 2019.01.04 (금)
눈처럼                희고 죄 없는 세상 살지 못했습니다               그리움 하나 가지고               어딜 헤매고 다닌건지               죽도록 그리운 시만 써댔습니다               당신의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내려와               어디 계시는지요         ...
김영주
말 없는 소통 2019.01.04 (금)
주말에 손자가 다녀갔다.내가 감기를 앓아 거의 한 달 만이다. 알 수 없는 소리를 옹알거리더니요즘은 저만의 즐겨 쓰는 단어 몇 개가 있다. 하지만 손자와 나 사이엔 말이 필요 없다.“어, 또는 응?” 하면서 말꼬리를 올리면 모든 게 만사형통이다. 녀석의가녀린 손끝이 가리키는 대로 몸을 낮추고 귀를 기울이면 얼마든지 소통이 가능하다.소리 나는 책도 가져다 주고 장난감 상자도 알아서 대령한다. 피아노를 바라보며“어…”하면 냉큼 피아노...
박오은
겨울 편지 2019.01.04 (금)
흔들리는 바람의 가지 끝에서셀로판지처럼 팔딱이는 가슴으로 편지를 쓴다만국기 같은 수만 장의 편지를 쓰던 그 거리에서다시 편지를 쓴다그대와 나 골목 어귀에서 돌아서기 아쉬워손가락 끝 온기가 다 식을 때까지한 쪽으로 한 쪽으로만 기울던 어깨와 어깨 사이그림자와 그림자 사이그림자처럼 길게 구부러지던 길모퉁이에서뜨겁고 긴 겨울 편지를 쓴다오늘은 폭설이 내리고 대문 밖에서 누군가 비질하는 소리그 소리에 묻혀 아득히 멀어지다가...
이영춘
위키백과 사전에서 일상(日常)의 의미를찾아보면,“날마다 순환 반복되는 평상시의 생활”이라고나와있다.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패턴의 생활을 얘기한다. 나의 하루를 보더라도 크게다르지 않다. 아침에 일어나 세수하고, 아침 먹고, 출근하고,일 마치고 돌아와서 잠시 쉬다가 저녁 먹고 잠자리에 들기까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지극히 평범하고, 변화 없이 되풀이되는 생활 일과이다.특별한 약속이나 이벤트가 없는 한 다람쥐가 쳇바퀴를 돌듯 매일...
정재욱
호박벌 이야기 2018.12.26 (수)
항공 학자들이열심히 연구했대호박벌에 대하여몸에 비하여 날개는 너무 작고몸의 형태도 영 아니어서이런 몸으로는날 수가 없다는 결론을 얻었지학자들이 책상에서과학적인 사실을 말할 때호박벌은 모든 것 무시하고바람 속 헤치고 날아갔지겨울이 반 년인 캘거리호박벌의 삶을 사는 이들 말도 잘 못하고문화도 달라서때로는 바보처럼 웃음으로 답하지얼굴의 색깔어디서 왔는가 묻지 않고말 안되면 몸짓 발짓열심히 꿀 모아날아가는 것을...
신금재
  바람이 휘 집고 지나가는 거리에 나뭇잎이 우수수 머리위로 떨어진다. 무수히 쌓인 나뭇잎을 보니 가을도 떠날 차비를 하는가보다. 하늘을 쳐다본다. 구름 한 점 없는 청자 빛 하늘이 왠지 낯설다. 고국의 이런 하늘을 바라본지 얼마만인지 가슴이 뭉클하도록 사무쳐온다. 가을이 떠나려고 마지막으로 온 몸을 내어맡긴 나무는 모든 걸 내려놓고 그저 무심하게 흘러가는 구름과 파란 하늘을 친구삼아 의연히 서있다. 나무에서 떠나버린 나뭇잎들은...
김베로니카
기다림의 나라 2018.12.26 (수)
공허한 하늘은 산에 닿아긴 폭포가 되어 내린다 구름은 강을 흘러 들판을 가르고사막으로 가서 오아시스가 된다 한낮은 알지 못하는 지구 저편을 돌아장엄한 새벽을 열고 바닷가 바위벽을 타고 끝없이 오르던 파도는피오르드의 노래가 되어 대륙을 찾아 떠난다 여름내 꿀벌의 날갯짓이 모여 핀 석양은  꿀 빛 대지의 갈증을 삭히고   오랜 생각이 묵혀져 당신을 찾으면깊은 포옹은 기다림이 된다  기다림이 아름다운...
김석봉
이번 가을 한국 방문하여 보니, 지난 8월 말로 첫째 남동생이 대학교수직에서은퇴하였음을 알게 되었다. 1976년 내가 결혼하여 캐나다에 이민 올 당시 남동생은서울대학교 4학년이었고, 그 후 떨어져 살아서 남동생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알지 못하였다.은퇴 기념으로 남동생 자신의 그동안의 대학교 재직 생활과 지인, 제자들이 은퇴하는 교수와연구실의 시간을 추억하며 쓴 글들을 모아 “성균관대, 자동차 그리고 제자들과 30년”이라는책을 발간하여,...
김현옥
단풍 그 넋 2018.12.19 (수)
     붙잡을 수 없는 여름     붙잡으려     각혈토록 부르다     피맺힌 색깔      하늘에 닿았다     떨어져     핏빛 물든 단풍     땅을 치며 쏟아낸 사연     아롱아롱 눈물은 떨어져     오색 단풍으로     물 들었나     풍덩 빠져 깊은 하늘     헤어나지 못하고     허우적 물들며   ...
조규남
며칠 전 오랜 이웃으로부터 반가운 이메일을 받았다. 우리와 같은 해 이민 와 한동네에 살던 프레드락은, 고향에서 가족과 함께 보낸 휴가 이야기를 소상히 전해 주었다. 그 중 인상적인 것은 30년 전 헤어진 친구를 어렵게 찾은 일화였다.  “내가 프라하에 머물 때, 나는 기억을 더듬어 1980년대 헤어진 친구의 집을 찾아갔다. 그러나 친구는 오래전 이사를 해, 나는 그 건물 벽에 메모 한 장을 남기고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다행히 우리의 극적인...
조정
야누스 십이월 2018.12.19 (수)
십이월,기쁜 성탄이 울려 퍼지고빨강 초록 물결이 눈부신저마다 흥겨운 자리궁핍한 시선 하나자선냄비에 던져지는 동전처럼구르는구나삶의 등짐이 버거워영혼마저 팔 듯한가여운 사람, 사람아부디 힘내시라고난과 생명의 십자가처럼두 얼굴의 연말이 지나새날 동트면이윽고그대 굽은 등 일으켜비상의 홰치는 소리우렁차지 않으리.
임현숙
다음페이지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