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완기 /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바지를 한 벌 사서 데님을 맡겼다. 옷 수선이 끝나 찾아 들고 오면서 찬찬히 살펴보니 천의 가로줄과 세로줄이 촘촘히 교차되며 참으로 일사불란한문양을 만들어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가만히 그 문양을 들여다보다가 그 안에 날줄과 씨줄이 교직되어있고, 참으로 정교한 그 한번씩의 엇갈림을 통해 채워지는 우리 ‘삶’ 전체를 그 안에서 만날 수가 있었다.
살면서 불가항력적인것들이 있게 마련이다. 내가 선택하거나 노력해서 될 수 없는 부분들을 우리 삶의 ‘날’줄이라고 설정해보면, 나의 노력과 재능, 집념과 성취동기 등등은 ‘씨’줄에해당 되리라. 청실과 홍실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수를 놓기 위해서는 결코 ‘씨’줄만으로는 될 수 없는 일일 터…‘날’줄의 끊임없는 개입이 없이는 이루어지지 않는 것임에도 때로 그 ‘날’줄의 존재를 우리는 자꾸 잊어버리곤 한다. 절대자, 시대정신, 운(運)… 우리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은 정말얼마나 미미한 것들인가?
문득 빌 게이츠가 한 연설 중에 “인생은 공평하지 못한 것, 그것에 익숙해져야 한다.( Life is not fair, get used to it.)”라는 말이 떠오른다. 어떤 이는 명문 대가의 금 수저로, 어떤 이는 찌든 가난에 그것도모자라 신체장애까지 안고 태어나는 경우도 허다하다. 별다른 노력 없이도 부와 영예를 쟁취하는 이가 있는가하면, 죽도록 노력해도 가난과 고통의 질고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도 흔하다. 이러한 운명의 ‘날씨’는또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포도원 품꾼의 비유를 통해서 위로와 안식을 얻는다. 먼저 온 자나 나중 온 자나 다 귀하게 대접하는 포도원 주인의 태도는 참으로 관대하고도 넉넉하다. 또한 실존 인물 가운데 스페인의 천재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를 떠올려보면, 인생의공평과 불공평은 보이는 것만으로는 판단 할 수 없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혼자서 지금의 바르셀로나 사람들을다 먹여 살린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전세계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있는 그가 길가에 쓰러져 행색이 초라한 채 방치된 채로 외롭게 숨져갔다고 하는점은 인간의 눈에 불공평해보이는 것 뒤에 숨겨진 신의 공평한 ‘날줄과 씨줄’을 뜻함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무더웠던 여름이 끝나고 우기에 접어드는 모양이다. 바뀐 계절을 깨닫지 못하는 제 ‘철’ 모르는 이가 되어서는 곤란 하리라. 무엇보다도 이 가을에는 날줄과씨줄이 엮어내는 ‘날씨’에 순응하고, 또한 마음의 ‘날씨’를잘 살피고, 우리 몸 안에 가로줄과 세로줄을 따라 흐르는 ‘경락(經絡)’에도 민감하리라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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