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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15-08-22 17:22

한국문협밴쿠버지부 회원기고/수필
언덕을 넘어서자 바다가 보이기 시작한다.   일하기 전에 느끼는 나만의 호사다.

  늘 일을 할 때는 예외 없이 몰두하여야 하지만 이 경치에 빠져 마음까지 눕게 하지 말아야 한다.   한 순간의 실수가 백오십명을 슬프게 하기 때문이다.  어느 곳에서나 머리와 가슴으로 일 하여야 하지만 유난히 긴장되는 장소가 있다.   이 곳 화이트락의 바닷가 멋진 양로원이 늘 나를 긴장시킨다.   특급호텔 수준의 이 양로원은 입주자들이 내는 금액이 많다고 한다.   어떤 일이라도 완벽을 추구하여야 하지만 금전의 크기는 책임의 크기도 좌우한다.   도대체 이 분들은 젊어서 무슨 일을 하며 살았기에 이런 호사를 늙어서도 누리는 것일까?

 지금도 훌륭한 이 공간이 무엇이 부족한지 몇 달째 공사를 하고 있다.   대중 음식점이 먼 이 곳은 동료들이 어쩌다 점심을 못 가져오면 어쩔수 없이 우리 다이닝 룸을 이용하여야 한다.   오늘도 예외 없이 공사 중인 인부들이 점심을 가지러 왔다.   나는 포션사이즈보다 많은 양을 담아 인부들에게 건넸다.   막노동을 하니 얼마나 배가 고플까에 대한 나의 배려였다.   그것을 본 나의 매니저가 다음 부터는 포션사이즈를 지키라고 한다.  이 곳의 포션 사이즈는 노인들 기준이고 때문에 막노동하는 사람들에겐 부족할 것이라고 나도 생각을 전했다.   매니저는 그들이 지불하는 금액 만큼만 주면 된다고 한다.   부족하면 런치티켓을 하나 더 사면 된다고 한다.   어차피 그날 소비 못한 음식은 다 버리게 되는데 배고픈 사람에게 조금 더 주는게 어때서 그런가 하고 야속한 마음이 들었다.   이 사건은 나와 원가 계산을 해야만하는 매니져와의 사건이다.

  그 다음 또 다른 전달사항이 들어왔다.   공사장 인부들은 먼지나는 몸으로 다이닝 룸을 지나 가지 말고 주방 뒤쪽에서 음식을 받아가라는 지시였다.   이 사건은 입주자들이 관리자에게 내린 요구사항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그 날은 내일이 아님에도 그 사람들에 반감이 들었다.   이 나라는 자원봉사와 기부의 나라라고 믿고 있었다.   그에 맞게 오늘 있었던 일련의 사건들에서도 너그러울 것이라고 믿었었다.   직업의 귀천 없이 누구나 감춰진 뒷쪽이 아닌 앞쪽에서 떳떳하게 음식을 받아 먹게 하면 왜 안되는 것인가?

 나의 음식을 받아 먹으며 늘 감사 하다고 인사 하셨던 노인분들에게 애착을 느꼈던 나는 참으로 실망감과 함께 허탈감이 밀려왔다.   금전적 여유가 있기에 노년의 삶에도 특별한 대우를 받고 있고 팍팍하지 않은 그 들의 경제적 조건은 결코 마음까지 너그럽지는 않았다.   하기야 이 레스토랑이 내 사업이었다면 그 때도 내가 더블포션을 했을지는 모르겠다.   인부들도 정당한 임금을 받고 일하고 있고,   더불어 나도 정해진 양만을 주는것은 맞는 말이다.   내 것이 아닌 것을 갖고 베푸는 나의 값싼 동정심이었나보다.   이 나라는 인정이 없는가보다.   기부와 인정은 다른 문제이니까 말이다.   나는 혼란 속에 잇었지만 다시 나로 돌아왔다.   여전히 아무 것도 모르는 인부들은 음식을 받으러 오고 있고 나도 여전히 포션 사이즈 보다 두배 많은 음식들을 그들에게 담아 주고 있다.   만약 매니저가 또 한번 나에게 불만을 얘기한다해도 나는 웃으며 거짓을 말할 것이다.   "다음부터 꼭 지킬게요."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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