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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지구촌

이진우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5-04-11 11:14

한국문인협회 캐나다 밴쿠버 지부 회원작/수필
                                                                                                                                                                                                     북쪽으로 날아가는 흰기러기 (snow geese) 떼의 합창 소리가 높은 하늘가에서 들려온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남쪽 어딘가에서 겨울을 난 그들이 고향으로 돌아가는 도중에 이곳 리치먼드 바닷가 주변을 중간 휴식처로 삼고  며칠을 쉬면서 먼 여정의 피로를 푼 뒤 다시 긴 여행을 시작한다.
 
오늘도 늘 거니는 바닷가 방파제 위를 걷고 있었다. 방파제엔 다른 산책객들도 여럿 있었다. 한참 걷고 있는데 갑자기 머리 위가 소란스러워 지 수백 마리의 흰기러기가 한꺼번에 방파제 위에 내려앉아 우리 앞의 길을 막았다. 길고 긴 여로에 피곤한 날개를 이곳 방파제에서 잠시 쉬려고 하는 것 같았다. 이러한 갑작스러운 상황은 우리 인간이 그들을 당황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이 우리 인간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갑자기 산책길을 차단 당한 우리는 일단 걸음을 멈춰야 했다. 그리고는 행여라도 그들을 놀라게 할까 염려하여 그들의 반응을 보며 천천히 발을 앞으로 내밀어 보았다. 그러나 그들은 인간이 무서워 날아가기는 커녕 오히려 호기심이 가득 찬 눈으로 우리를 응시할 뿐 좀채로 길을 비켜주지 않았다. 잠시 후 우리가 서서히 발걸음을 떼어놓으니 그들은 그제야 조금도 서두르는 기색 없이 조금씩 공간을 내주었다.  그들 사이를 조심스레 빠져나오며 나는 감탄과 친근감을 동시에 느꼈다. 그들의 태도는 이제 인간을 더는 무서워하지 않고 오히려 인간에게 그들의 동등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 같은 인상을 주었다. 자기들도 인간 만큼 보편적 자연권 (universal natural right)을 갖고 있으니 그에 맞는 대우를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 같았다.
 
  이 지구에 사는 모든 생명체는 만물의 영장인 인간에서 하등동물들에 이르기까지 그들대로 생존에 위험을 받지 않고 살아가야 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엄격히 따지고 보면 인간이라고 해서 다른 동물보다 더 많은 권리를 소유하고 지구 위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 대하여 더 많은 우선권을 주장할 수 있는 논리적 근거 (rationale)가 없다. 옛날에는 사람들이 인지가 깨이지 않아서 동물들을 전연 배려하지 않고 살았으나 시대가 흘러갈수록 인간의 문명이 발달되어 자연과 동물에 대한 가치 인식이 많이 변하였다.  문명화되어 가면서 자연과 동물에 대한 가치인식이 많이 변하였다. 지금은 자연과 동물보호 단체가 전 세계에 생겨서 자연보호법과 동물 학대 방지법을 만들어 보호하고 있다. 이 지구는 나의 생명을 위협하거나 또한 내가 다른 생명체를 위협 학대하는 일이 없어야 모든 인간과 동물이 조화를 이루고 평화롭게 살 수 있다고 본다. 이것을 인간에게 적용한다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도 더 문명적이고 서로 존경하며  고유의 권리(the inalienable right)를 인정해 주면 더욱 살기 좋은 세상이 될 것이다. 인간이 태어날 때는 각자가 이 세상에서 해야 할 목적을 갖고 태어난다고 한다. 또한, 인간 이외에 지구의 모든 물체도 생명이 있고 없고 상관없이 각자의 존재 이유와 목적이 있다고 한다. 물론 각자의 목적을 추구하고 완성해 나가는 과정에서 서로의 이해관계가 상충할 때에는 부득이 충돌을 면치 못하는 경우가 생기고, 경우에 따라서는 자기의 생존을 위해 삶과 죽음의 대결을 피할 수 없을 때도 있다. 이는 우주가 생긴 이후 지금까지 계속되어온 적자생존(the survival of the fittest)의 자연법칙(The natural Law)이다. 이러한 상태에는 자기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하여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이 정당한 이유 없이(unprovoked) 타 생명체를 학대하고, 해치는 행동은 최선을 다하여 자제해야 되겠다. 이렇게 함으로써 서로의 생명권을 인정하고 보호하여주는 정신을 고취하며 인간의 정서를 순화시켜야 하겠다. 또한, 인간의 사고를 더욱 문명화시킴으로써 인간과 인간 사이, 인간과 동물, 그리고 인간과 자연 사이의 친화력을 증진한다면 이 지구는 모든 생명체가 더 화합하여 평화롭게 살 수 있는 곳이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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