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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14-10-31 11:21

한국문인협회 캐나다 밴쿠버 지부 회원작/수필
숲 속을 산책하다가 주거지역이 시작되는 곳에서 정원이 아름답게 단장된 큰 주택을 보게 되었다. 일반 주택은 아닌 것 같아 궁금한 마음에 들어가 현관 입구의 큰 창문을 통하여 안을 들여다 보았다. 어르신들을 보살피는 시니어 하우스였다. 벽에 걸린 큰 액자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씌여 있다.   

    “Kindness is the golden chain by which society is bound” J. Goethe  (친절은 이 사회를 아름답게 묶어주는 황금 사슬이다. 괴테)    

   한 동안 이 글귀가 좋아  쪽지에 써서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보던 책 겉장안에도 적어 놓고 가끔 읽으며 생각에 잠겼다. 캐나다에서 십 년 넘게 살면서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도  만났다.  그럼에도 ‘캐나다는 참 살만한 아름다운 곳이다’라는 생각을 갖게 해준 건 내가 받은 크고 작은 친절 때문이다. 그 중 감동적이었던 사건 몇 가지를소개해 보려고 한다.   

   한 번은 늦은 겨울 인지 이른 봄인지는 확실하게 기억할 수 없지만 제스퍼에서 벤프로 내려 가는 팍스 하이웨이 도로에서 겪었던 일이다. 도로가에는 무릎 보다 더 높이 눈이 쌓여 있었다. 어둑어둑한 늦은 시간이었지만 우리 가족은 250여 KM 거리의 벤프에 볼 일이 있어 제스퍼를 출발하였다. 한 삼분지 일쯤 갔을 때  개스 경고등이 켜 지는 것이 아닌가. 돌아가기도 쉽지 않고 목적지에 도착하기에는 중간에 개스가 바닥날 것이 분명했다.

   일단 차를 고속 도로가의 기념 품파는 가게 주차장에 세웠다. 관광 철이 아니다보니 문은 닫혀 있어 사람을 만날 수도 전화를 할 수 도 없었다. 깊은 산 중이라 가지고 있는 휴대폰도 작동이 되지 않았다. 서서히 어둠이 내려 오는데 어린 딸과 아내에게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등에서 식은 땀이 흘렀다. 일단 딸과 함께 도로로 나가 어떤 차든지 지나가기를 기다리는데, 마침 한 대가 지나가 손을 들었지만 그냥 지나갔다. 그리고 한 참 후 또 다른 차가 지나가다 우리를 보고 차를 세웠다. 사정을 이야기 하니 내 차가 서 있는 상점 앞으로 차를 몰고 들어와 사실을 확인한 후 비상 전화를 찾는다.  나 같은 사람을 위하여 도로 변에는 비상 전화가 있었지만 그 당시에는 그런 것이 있는 줄도 몰랐고 더더욱 도로 변에 눈이 높이 쌓여 있어 보일 리가 없었다. 그러나 다행히 그 사람은 여자 친구와 함께 제스퍼로 여행을 오는 경찰이라고 하며 쌓인 눈을 헤쳐 결국 비상 전화를 찾아냈고 내 대신 도움을 요청하였다.  마침 비상 시 도움을 받는 자동차 보험에 가입되 있었기에 내 번호를 불러주니 한 30 분 정도 지나 대형 포크레인을 싣고 다니는 20 m 정도 되는 큰 트럭에 개스 두 통을 싣고 왔다. 그런데 지금까지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은 여자 친구와 함께 휴가 중인 이 경찰이 개스 서비스를 받고 난 뒤에도 계속 우리와 함께 해 주었다는 사실이다.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를  해주고, 개스 실은 차도 왔고, 개스 넣은 것까지  확인했으니 자신들은 돌아갈 만도 한데 괜찮다며 우리가 시동을 걸고 떠난 후에야 자신들도 출발한 것이었다.  7-8년 전의 일인데도 ‘친절’이라는 말을 생각하면 제스퍼 벤프를 잇는 팍스 하이웨이에서  그 난감했던  때가 떠 오른다.  ‘아. 사람을 돕는 다는 것은, 친절하다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구나.  어떤 의무감이나 형식적으로 건성건성 돕는 것이 아니고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배려와 염려로 상대를 도와주는 것이다’는 걸 새삼 느꼈다.

    ‘친절’이란 단어와 함께 떠오르는 또 다른 일은 여기 켈로나에서 가장 추운 겨울 날씨 중의 한 밤 중에 일어났던 일이다. 밤 10시 경 아내와 함께 외출을 하고 집에 돌아와 현관 문을 열려고 키를 넣고 문을 열기 위하여 손잡이 레벨을 아래로 누르는데 추위에 꽁꽁 얼은 레벨이 뚝 끊어져 버린 것이다. 집 안으로 들어갈 방법이 없었다. 이 추운 겨울 한 밤중에 어디로, 누구에게 연락을 해야 도움을 얻을 것인가. 그 때 문득 생각난 분이 저기 저 끝 집에 살고 있는 이웃 분이다. 문을 두드려 나오신 분에게 미안한 말과 함께 이유를 이야기 했더니  와서 상황을 점검한 후 다시 집으로 돌아가 드릴을 가져왔다. 현관 철판이 드릴이라도 쉽게 뚫어지지 않았다. 옆에서 보고 있는 우리 부부가 안타까울 정도로 두 시간 정도를 씨름한 후 현관 문이 열렸고 그  때의 기쁨을 어디에 비할 수 있으랴. 마주칠 때마다 꼭 한 두 마디 간단한 말이라도 웃으면서 건네던 분이라 평소에도 사람 좋은 줄은 알았지만 혹독하게 추운 겨울 밤 이웃의 부탁에 두 말 않고 연장을 가져와 문을 열어주리라고는 생각 못했다. 지금도 만날 때마다 웃으면서 간단한 말을 주고 받지만 친절이 무엇인가를 가르쳐준 참 고마운 이웃이다.

     또 다른 친절은 살고 있는 타운하우스의 위원회가 결정하여 외부를 수리하며 페인트 칠을 할 때였다.  2 층 큰 방에서 밖을 내다 볼 수 있는 반쪽 짜리 창문은 높은 사다리를 이용하지 않으면 손이 미치지 못했다. 한 번 닦기는 닦아야 할 터인데 하면서도 방법이 없어 얼룩과 때가 눌러 앉아 시야가 뿌했다. 이전에 사시던 분도 청소한 흔적이 없다. 페인트 칠을 하는 분이 어떻게 페인트 칠을 하나 호기심을 가지고 바라보는 나에게 이런 저런 말도 걸며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물을 가져다 달라고 하였다. 자신이 창문을 닦아 주겠단다. 여기 타운하우스가 한 두 집도 아니고 오십 여 가구가 사는 곳이라 페인트 칠만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닐텐데 물을 달라하여 수건으로 깨끗이 닦아주는 것이 아닌가.  최소 10년은 눌러 앉은 얼룩과 먼지들이 깨끗이 씻어진 후 맑아진 유리 창을 통하여 더욱 아름다워진 세상을 보게 된 것은 그 분의 친절 때문이었다.

마지막 하나를 더 추가한다면 이 내용은 친절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내게는 친절로 다가 왔다. 이 곳 켈로나는 벤쿠버 같은 대도시에서 방문하기에는 미리 일정을 잡지 않은 한 쉽게 떠나 올 수 있는 거리가 아니다.  내가 여기서 산 지  7년 여 동안 벤쿠버의 영사관에서 한인을 위해서나  캐나다인을 위해서나 어떤 용무로든지 방문한 기억이 없다. 그런데 지난 8월 경 아주 간혹 교제하는 이 지역의 한국전 참전 용사회회장이 벤쿠버 영사관에서 ‘General Lee’ 가 자신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러 오기로 하였다고 한다. 장군 출신의 무관이 방문하신다는 건가 궁금하였는데, 당일에 보니 총 영사 ( Consul General) 께서 오신 것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아주 짧은 시간 인사를 나눌 때  ‘ 연세가 높으신 이 분들이 한 분 한 분 세상을 떠나시는데 식사라도 대접해드리는 것이 도리가 아닌가 싶어 방문하였다’고 하셨다.  한인 들이 많은 대도시에서 하실 일도 많으실 터인데 이곳 한인 거주자들이 벤쿠버의  몇 십분의 일 밖에 되지 않는 켈로나까지 마음을 두어,  켈로나는 물론 이웃 도시 버논의 참전 용사들까지 초청하여 점심을 대접하며 위로해 주셨다. 참전 용사들 뿐만 아니라 한인들에게도  사랑을 베푸 신 것 아닌가  싶어 기슴이 뿌득했다.

‘주는 것이 받는 것 보다 복이 있다.’는 성경의 말씀처럼 받기 보다는 주는 사람이 되어야 할 터인데 마음과 다르게 나는 어제도 오늘도 계속 남의 친절에 의지하여 살아간다. 크고 작은 다양한 아름다운 황금 사슬로 이 사회를 견고하고 아름답게 묶어 가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과 함께 신의 축복이 함께 하시길 마음으로 빌어본다. (감사의 계절을 보내며 켈로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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