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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한인문협 2014 신춘문예- 수필부문 입선] 김재학, K시 한인 문인 협회 조직

김재학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4-03-24 15:21

이것도 수필이라고 부를 수 있을 지 모르겠다. 아니, 이 말은 고인이 되신 유명한 소설가의 작품 “ 그 많던 …”의 첫 문장을 흉내 낸 것이 아닌가. 그래도 좋다. 글이란 원래 그런 것이니까.   

벤쿠버 에서 한 너 뎃 시간을 동북쪽으로 가면 아름다운 호수가 있고 그 호수 주변에는 각종 포도원과 농장들이 있는 도시가 있다.  캐나다에서 소비되는 각종 과일의 90퍼센트가 여기서 생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매년 초하의 체리에서부터 자두 딸기 배 사과 포도 등등, 생산되는 포도주와 포도주를 만드는 와이너리의 저장 시설 등은 오랫동안 이 도시의 상징이 되어 수많은 관광객이 다녀간다. 약 40여년 전부터 한인이 살기를 시작했다고 하는데 지금은 꽤 많은 한인 분들이 사시는 휴양과 교육도시이다.  이렇다 보니 벤쿠버에서 에드먼튼 이나 켈거리로 가시는 분들 혹은 반대 방향으로 가시는 분들이 빠른 길이 있음에도 직접 과일을 따는 즐거움과 와이너리를 경험하기 위하여 방문하기도 한다.

이 곳에서 한인 교회를  꽤 오래 섬기는 시골 목사 같은 한 분이 가방에 넣고 다니는 종이들 중의 한 장이 눈길을 끄는데 그 내용인즉 다음과 같다. 내가 그를 시골 목사 같다.라고 하는 것은 그 목사의 이력을 약간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 오기 전에도 담임한 교회가 아침에는 새들의 소리가 지천으로 나는 산등성의 작은 전원 교회를 섬겼고, 캐나다 온 이후에도 성도들이 “그 시골 교회, 성도도 몇 안 되는 교회를 어떻게 섬기려고 가시느냐” 해도 굳이 그런 작은 교회를 마다 않고 맡았기 때문이다.

지금 담임하는 교회도 물론 대도시와 멀리 떨어져 있는 작은 교회 이지만 예배 전에 성도들이 들어오면서 볼 수 있도록 작은 게시판을  문 밖에 내어 놓는데 거기에도 “고향 마을 교회 같은 우리 교회”라고 색상 있는 물감을 사용하여 붓으로 쓴 종이를 걸어 놓았다.  또한 그를 보고 있으면 전혀 목사 같지가 않고 담장을 이웃한 옆 집 남자 같다.  지금과 같은 겨울에는 옛날 고국의 군 고구마 장수들이 머리에 눌렀던 털 모자를, 여름에는 곰과 늑대가 수 놓아져 있는 모자를 비롯한 다양한 모자를 쓰고 그냥 잠바에 군화 같은 신이나 운동화 같은 신을 신고 다닌다. 작은 도시이다 보니 간혹 이 목사가 달리는 것을 볼 수가 있는데 2-30분 뛰어 가면 되는 거리는 운동 삼아 달려간다고 한다.  

약간 옆으로 흘렀지만 근래에 자칭 이 시골 목사가 만나는 이웃들에게 종이 한 장 식을 나누어 주고 있다. “가칭 K시 한인 문인 협회 조직 / V시 한인 문인 협회 K 지부 조직을 위한 예비 모임을 알려드립니다.” 란 꽤 긴 제목으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가 10여년 전 처음 캐나다 와서 공부하던 P 신학교(M 주 O 시 있음)에 평생을 외교관으로 여러 나라에서 봉직 하시다가 남은 여생을 후진국에서 봉사하면서 살기 위하여 한 텀 (3년) 일찍 퇴임하신 후 신학을 공부하시던 분이 계셨습니다. 그 당시 저를 포함한 다른 학생들은 평생을 외교관으로 봉직하셨으니 영어에는 전혀 부담이 없으시겠다고 생각하고 부러워했는데 정작 이 분은 영어로 공부를 하면서 머리가 지끈 지끈 할 때는 한글 책 (수필, 신앙 간증 등)을 읽으면서 스트레스를 푼다고 하였습니다.  

어릴 때 여기 오셔서 영어가 모국어 보다 더 편한 분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영어 때문에 고생하시다가, 간혹 한글로 쓰여진 책들을 찾는 이웃 분들이 있습니다.  아마 이 분들도 앞의 외교관처럼 공감이 가는 시, 수필, 단편소설, 자서전 혹은 신앙 의 글 한 편 읽는 것이 머리를 시원하게 해 주는 것을 체험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진작에 <한인 글방>, 혹은 <한인 문학관>등을 생각했는데 장소가 확보되어 가칭 <K 시 한인 문인협회 / V 시 한인 문인 협회 K 시 지부> 를 조직하기 위하여 예비 모임을 가지려고 합니다.   

아울러 소중하게 간직하고 계신 책들을 기증해 주시면 서로 서로 돌려 보는 즐거움은 물론 유익한 삶의 교훈을 받아 빛과 소금으로 살겠습니다. 연락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라고 한 후 예비모임 일시 장소와 함께 책 한 권을 소개해 놓았다.  

이 종이를 받는 분들의 반응이 다양하단다.  식당을 운영하시는 문학소녀상의 한 여성은 목사님 맞습니다. 이런 모임이 진작에 하나는 있었어야 하는데. 저가 한국에서 있을 때는 새로 나온 계간지는 꼭 사다 읽고 보관을 했습니다. 이민 올 때도 가지고 와서 얼마 전까지 거의 다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그런 계간지를 읽을 방법도 없고 시간도 없습니다. 남은 책이라도 다 정리하여 전화 드리겠습니다.  

 이사할 때 제일 망설여 지는 것이 책입니다. 보관하고 싶지만 부피가 너무 크고 짐이 됩니다. 그렇다고 선 듯 버릴 자신도 없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한인들이 같은 심정일 것입니다. 이 소식을 들으면 기증할 분들이 많을 겁니다. 한국에서 오랫동안 교편을 잡았던 분은 이렇게 고무적인 대답을 해 주었단다.  

 또 어떤 분은 목사님 너무 아쉽습니다. 얼마 전에 집을 옮기면서 어떻게든 책을 보관하려고 도서관에도 문의해 보았지만 한국 책을 위한 서가가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어쩔 수 없어 재활용 통에 다 버렸습니다. 라며 너무 아쉬워했단다.  

 특히 기억에 남는 분이 있는데 십 여 년 전 불의의 사고로 사별한 아내가 소중하게 간직한 책들을 기증하고 싶은데 기념 판을 하나 만들어 붙여 줄 수 있겠느냐고 물은 남성이란다.  

 얼마 전 아이들의 군것질 거리를 사러 엑스트라 푸드에 갔다가 목사님을 우연히 만나 “책이 좀 모아졌어요” 하고 여쭈었더니 “책 보다 책장이 더 많이 모아 졌다오”라고 대답하여 함께 웃었다.  

 책과는 거리가 먼 나도 초등학교를 입학한 아이가 점점 영어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자 이전에 치과의사 딸을 둔 아버지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저녁에 식사를 하는데 이제 막 치과를 개업한 딸이  밥을 먹다 말고 이렇게 이야기 하드란다. “아빠, 오늘 손님들 중에 두 놈이 이상했다.  이 두 놈이 내 얼굴을 쳐다 보면서 화를 냈다. 왜 화를 냈는지 나도 몰랐는데 간호사가 나중에 알려 줬다. 한국 사람들은 나이에 따라 사용하는 말이 다르다고.”

 목사님. 한인 글방 생기면 저도 책 좀 빌려 보겠습니다. 대처에서 글쟁이 손님들 오시면 저도 아이들 데리고 가서 한 자리 차지하겠습니다. 우리 목사님 최~고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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